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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ar 14. 2024

언제까지 나는 이 결핍을...

얼마전에 타투를 받았고, 무척 피곤했다. 누워만 있었는데 왜 이렇게 피곤하지, 하는 말에 타투이스트인 개구리가 ‘누워서 계속 찔리고 있었으니 힘든거지.’라고 대답했다. 개구리와 나는 긴밀했고 연애가 될 뻔했지만 그 길로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는 더 뜨거운 사랑으로 나아가고 싶었고 개구리는 여력이 없다고 했다. 서로는 서로가 원하는 걸 채워주지 못하겠다는 걸 이해하고 울며 인사를 했다. 잘 울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한 방울 눈물을 떨어트려 준 게 고마웠다. 내 감정은 내 것이라지만, 나만 슬펐다면 바보가 된 기분이었을 테다.     

헤어지는 날은 참 아팠다. 이별은 원래 아픈 거지만 마지막 순간에 개구리에게서 사랑스러운 모습을 찾아내서 더 괴로웠다. 분명 취향이 아니던 얼굴이 귀여워 보여서 이미 좆됐다고 생각했는데, 왜 너는 굳이 내 마음에 훌쩍 뛰어들어오는 말을 했을까?     


개구리는 요즘 유행하는 맨발 걷기를 하는 아저씨들이 급수대에서 발을 씼어서 짜증 난다는 내 이야기에, “아저씨들은 아무 생각 없을 걸. 늘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욕구에 충실하니까, 말하자면 24시간 컨택댄스를 하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지.”라고 능청스러운 농담을 했다.      


컨택댄스는 아무도 모르지만 내가 사랑하는 춤이다. 나에게 이 춤이 소중한 이유는 이 춤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쓰지 않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실컷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에게는 조금 길게 한다. 그렇게 지나간 말들을 기억하고 다시 꺼낼 줄 몰랐다. ‘우리만의 농담’은 성실한 듣기와 기억하기에서 나오는구나 싶었다. 그런 사랑이 내가 가장 받고 싶은 사랑인데, 줄 수 있는 사람이 안 주겠다고 하니 참 야속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보이고 들리고 있다는 느낌, 나는 그걸 달라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늘 문을 두드린다.      


헤어진 후 실컷 울고 웃으며 풀어내서 이제 후련하다 싶었는데, 개구리가 인스타에 새 타투를 받으며 ‘너무 신난다!’라고 올린 걸 보고 다시금 상처가 쓰라렸다. 너는 나 없이 참 행복하구나(나도 너 없이 행복한 순간을 보냈지만 너는 그러면 안 되니깐).      


또 이런저런 그림들이 빼곡한 팔이 낯익어서 슬펐다. 네가 가진 타투의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고 있어 미웠다. 팔꿈치에 받은 만다라는 예쁘게 잘 됐지만 받느라 죽는 줄 알았다고 했던 것. 몇 안되게 돈을 내고 받았다는 만화 캐릭터 같은 버섯, 왜냐면 너는 그런 디자인을 특히 좋아하니까. 그 묘한 팔을 예전처럼 쓸어보거나 깨물 수 없다는 사실이 아팠다. 나는 내가 바라는 방식으로 너와 만날 수 없다. 이미 흘러간 강물처럼 그런 가능성 속의 너는 사라져 버렸다.     


사랑을 계속 달라고 하고 몇 번을 실망하다 보면 마음이 두 갈래로 갈린다. 기운이 날 땐 나같이 괜찮은 여자 어디서 또 만나려고 도망가는 거야! 생각하고, 너는 분명 후회할거라고 혼자 떵떵거린다. 괜찮지 않은 날은 그냥 깊고 깊게···실망을 한다. 또 한 번 받지 못한 사랑과 줄 수 없었던 사랑. 정말 나에게만 이렇게도 사랑이 어려운 건가? 삶의 고통은 계속 일정한 양으로 보존된다는데, 이만큼 나를 괴롭힐 결핍이 또 찾아온다는 건가?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잘 지낼 수 없었다. 생각 없이 음식을 막 욱여넣으며 토를 했다. 먹고 토를 할 때면 내가 가장 괴로웠던 어린시절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수치스러운 폭식이라는 행위를 성실히 해내고 있는 나는 너무나 20년 전의 그 아이 같아서, 시공간이 납작하게 연결된다. 그 무서운 시간에 영원히 갇혀버릴 것만 같다. 그 마음을 어쩔 줄을 몰라서 천천히 산책하며 ‘모든 건 변하잖아’라고 계속 되뇌었다. 분명히 나는 과거로 돌아간 게 아니고, 모든 것은 흘러갈 것이라는 진실을 잡아보려 했다. 시선을 떨구고, 소매를 만지작거리며 웅크린 채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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