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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이라도 날로 먹고 싶었어

열심히 살아온 댓가라고 해도 되나, 정말?!

by 공존

“가야지 오빠 하고 싶은 거면.”


아내가 말했다. 내가 머지 않아 바깥양반이라고 부르게 되는 이 여성의 경우 본인이 꽤나 복잡한 이력을 가진 독특한 사람이다. 그래서 우린 서로가 하고 싶은 것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관계로 살고 있다. 나 하고 싶은 거 살게 해줘. 대신 너 하고 싶은대로 살아. 이런 것이 우리 결혼생활의 기본 원칙이랄까. 그러나,


“아...대학원이라도 날로 먹고싶었는데...”


나는 방금 블루보틀에서 테이크아웃한 아이스라떼를 쪼록쪼록 빨면서 무겁게 말했다. 뜻밖의 새벽의 문자는(서울 기준으로는 퇴근시간) 오전 내내 내 뇌에 아드레날린을 분사하고 있다. 워낙 짧은 신혼여행이었다.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와 화창한 하늘을 보며 스카이워크를 걷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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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으로 대략 8년차에 접어든 나의 교직 생활은 “우리 학교의 가장 좋은 술안줏감”이라고 하면 적당하다. 2011년에 집안에 일이 있어 3일의 특별휴가를 쓰고 돌아온 날 교무부장은 당시 정책 도입 첫해였던 창의적체험활동의 담당자였던 내게 적당하겠다며 한가지 업무를 내게 맡겼다. 500만원 규모의 “혁신교육지구 사업.” 2010년에 임기를 시작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 의해 추진된 정책으로, 우리 학교에 임용된 첫해인 햇병아리 교사에게 딱 적당한 사이즈의 사업이었다.


이명박 정권 당시 대부분의 교육예산은 국가표준화된 학력강화에 투자되고 있었다. 분기별로 표준화평가를 통해 기초학력 미달자를 국영수 교과에서 파악하여, 그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수업을 설치하는 방과후수업 예산이 억대를 넘나들었다. 그 속에서 2011년 처음 시작된 혁신교육사업을, 임용 첫해의 내가 맡았고, 500만원으로 시작된 사업은 그 해 말 6000만원 규모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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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하는 모든 문제를 관찰하고 검토하고 증명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라고 생각하는, 아이들 가르치는 사람. 고등학교 영어교사. 교육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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