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위한 디딤돌 놓아주기

근접발달영역에서 성장하기 위한 징검다리

by 공존

"아빠 내가 혼자 저기까지 갈래."

"응 해보자."


기본 방침은 앞서의 수영과 같다. 딸의 나이는 50개월. 만 4세 2개월. 스케이트 경력 3회차. 빙상에서 두번째, 롤러장에서 한번. 아내 친구 부부 그리고 아이들과 모임차 실내 빙상장에 들러 신나게 썰매를 타고 나서 따님은 스케이트를 타겠다고 이야기를 해, 마침내 다시 스케이트를 신은 참이다.


수영을 시키는 것과 스케이트를 태우는 것은 비슷한듯 다르다. 난이도로 치면 스케이트 쪽이 가르치기 훨씬 어렵다. 그러나 부모가 느끼는 불안함은 스케이트 쪽이 조금 덜하다. 스케이트를 신겨놓으니 다시 어린 아기가 되어서 아장아장 겨우 걷는 아이가 꽈당, 하고 넘어져봤자지. 아이를 물에 담궈놓은 것처럼 겁이 나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이 높은 스케이트의 난이도는 가르치는 나로서도 익혀가는 아이로서도 훨씬 까다로운 문제로 남아있다. 세번째라고 해봐야 6개월 텀을 두고 10분, 30분쯤씩 여러번 미끄러지다가 온몸에 힘이 빠져 스케이트를 벗었을 뿐이다. 만 세살, 만 네살인 아이가 스케이트 타는 법을 익힐 도리란 없다. 북유럽이나 캐나다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서는 말이지.


그럼에도 우리 딸과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비장의 무기가 없는데 그것은, 겁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나 나나 말이다. 겁장이 주제에 욕심이 넘쳐 네살 아이에게 스케이트를 신긴 엄마와는 다른 영역에서 우리는 겁이 없다. 이것 하나를 믿고 나는 아이에게 스케이트를 탈 수 있도록 어쨌든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이쪽 발로- 옆으로 뒤로 미는 거야. 옆으로 뒤로 미는 거야."

"응! 알았어!"

"아니야 모르고 있어!"


알긴 개뿔. 자 이게 스케이트를 가르치는 난이도의 문제다. 수영의 경우엔, 물안경만 씌워놓으면 아이가 어쩄든 팔 다리로 빠르던 느리던 앞으로 전진을 하긴 했다. 그러나 스케이트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아이가 앞으로도 뒤로도 가질 못한다. 한쪽 다리를 축으로 삼아 방향을 고정하고 다른 발로 스케이트 날을 옆으로 밀어 추진력을 얻은 다음, 뒷발을 앞으로, 축으로 하여 무게중심을 옮기고 다시 앞다리를 뒤로 밀면서 추진력을 얻는 스케이트 주행을 어...떻게 다섯살짜리에게 설명을 해요.


그러니 보행기를 같이 빌려서 아이에게 몸을 지탱하도록 해놓고서도 앞으로 향하도록 하지 못한 게 작년 겨울. 그리고 올해. 처음에 한 10분은 보행기를 잡고 앞으로도 못가고 뒤로도 못가는 아이를 지탱하며 영 효능감이 없는 발동작만을 가르쳤다. 그러나 잘 되지 않는다. 말로 설명하는 것을 그만두고 손으로 의자를 짚도록 세운 다음에 뒤에서 두 발을 번갈아 움직여주어도, 마찬가지로 잘 되지 않는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수영에 만족해야 할까? 스케이트는 다섯살에 무리일까? 생각했으나,


방법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내가 가르친 스케이트 주행 방식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것을 꼭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므로 더 기초적인, 그러나 오늘 무언가 의미있는 성과를 얻어갈 수 있도록, 그런 무언가를 가르치고 아이가 익힐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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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하는 모든 문제를 관찰하고 검토하고 증명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라고 생각하는, 아이들 가르치는 사람. 고등학교 영어교사. 교육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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