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메소드 2 :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고, 어려도 레벨업은 가능하다
54개월 아직 이른거 같으면서도 집에서도 한글이나 숫자 공부를 시켜야 하나 싶어요
우리 딸이 딱 53개월이 되었습니다. 마침 또래네요. 요즘 우리 아이는 가정학습지를 일주일에 한번 합니다. 간단한 영어와 수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습지 전날, 그리고 다음날에 과제를 예습복습을 하면 아이가 지루해해요. 엄마한테 숫자 쓰기 싫다고 떼를 쓰기도 하고, 이제는 꾀병 부리는 것을 알아서 아프고 피곤하다며 숫자 쓰기를 안하고 도망갑니다. 그러면 저는 좋은 아빠이기 때문에, 우선은 엄마와 대화를 나누죠. 아이가 싫어하는데 굳이 그런 방식으로 시켜야해? 그러면 아내는 자기는 가정학습지는 중학교 단계까진 시켜야 한다고 본다며 나름의 교육관을 피력합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죠. 다섯살 여섯살 때쯤 엉덩이를 무겁게 붙이고 앉아서 진득하게 학습지를 하는 습관을 들여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겠죠.
실제로, 이런 노력이 부족한 경우를 종종 접합니다. 친한 선생님 이야기인데, 둘째가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아직 한글을 떼지 못했답니다. 이건 예상 가능한 이야기죠. 저도 둘째이지만, 둘째들은 첫째만큼 손이 가지 않잖아요. 첫째를 키우면서 겪은 시행착오에 대한 반성이 반영되기도 하고. 그래서 그 선생님 가정에선 둘째를 좀 자율적으로 기르셨나봐요. 그러니 초등학교는 사립에 합격해놨는데 한글을 아직 떼지 못한채라, 걱정이 좀 되나봅니다.
그러니, 이것도 퍽 중요한 문제지요. 남들은 3세고시 4세고시를 치른다는데, 우리 아이만 이렇게 놀이 체험만 시켜도 되냐는 것은 말입니다. 이에 대해서 교육학적으로 이론적인 답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대치동 방식의 답변이 있을 수 있죠.
그런데 지난번에 대치동 메소드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대치동 학부모의 양육을 사교육 학원과는 분리해서 보아야 합니다. 한 20년 전으로 따지자면 자녀교육을 위해 대치동에 입주한 학부모들은 "영끌"하는 비율이 그래도 높았을 것 같아요. 그러나 지금 대치동엔, 그 대치동에서 자란 학생들이 이제 학부모가 되어서 자녀교육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대치동 신축 아파트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아요. 몇 층 위에, 건넛동에 말이죠. 그래서 지금의 대치동은 학원에 대한 의존이 과거만큼 크지 않다고 보입니다. 학부모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교육 전문성이 과거보다 훨씬 높고, 조부모님들은 그 대치동 1세대 학부모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다 같이 총력을 다해 자녀교육을 하지요.
그러므로 대치동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당연히 뒤따르는 학원에 대한 생각을 좀 뒤집을 필요가 있습니다. 대치동의 시스템을 바라보는, 바깥의 사람들의 눈에선 학원이 갑이지만 대치동에서 자라 이제 학부모가 된 2세대들은 학부모가 갑입니다. 굳이 그 학원들 아니어도 되는 경제력이 있는 분들이고, 여러가지 편의와 효율을 위해 학원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말씀드릴 두번째 대치동 메소드는 특히나 조기교육에 있어서, 학원의 입김을 빼고 바라봐야합니다. 이 방식의 자녀교육은 경쟁에 대한 조바심으로, 빨리 빨리 선행학습을 해야해서 하는 조기교육이 아니라, 아이를 양육하는 최선의 방식 그 자체로 존재합니다.
그것은 두가지 인식입니다. 첫번째는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라는 것이고, 두번째는 아이는 아무리 어려도 레벨업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 두가지만 핵심적으로 가져가면 됩니다. "고시"라며 학원의 입김에 쫓기지 않아도 최선의 "조기교육"을 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첫번째 이야기부터 하죠. 시간은 한정된 자원입니다. 한번 이렇게 상상을 해보죠. 우리가 아주 고소득의 전문직이고, 노동 시간에 비례해 소득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나갈 돈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시간을 어떻게 쓸까요?
아마 분 초를 다투며, 혹은 그렇진 않더라도 10분 5분 단위까지는 다투며 시간을 활용하겠죠. 이동시간 15분,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 5분, 물 마시는 시간 2분. 이렇게 분 단위로 일정이 돌아갑니다. 이렇게 짜임새있는 스케쥴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이 한정된 시간을 내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투자하느냐에 따라 소득이 결정될 테니까요.
아이의 성장에 집중하는 가정에선 시간을 이와 같이 바라봅니다. 지금이야 54개월이지, 초등학교 4,5학년이 되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지금 어떻게 한시간이라도 아이를 돌릴 수 있는 방과후며 학원을 알아보고 계시겠지요. 대치동 학부모님을 만나서 아이의 주간일정표를 받아 살펴보고 든 생각은, 마치 콘센트 같다는 것이었어요. 학교에서 6~7시간. 그러면 평일은 학원 두개에서 많게는 세개 정도를 돌릴 수 있고 주말은 최대 네개까지. 그러면 일주일에 20개에서 25개 정도의 콘센트가 있는 셈이죠. 이 콘센트는 일단 꽉 차 있습니다. 축구, 오케스트라, 수영, 볼링, 야구 등등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시간을 낭비하는 일 자체가 안보였어요. 아이가 이제 축구를 중단할 시기가 왔다 생각이 들면 그 콘센트를 빼고, 다른 콘센트를 끼우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것이 강박에 가까운 "효과적인" 시간관리라고 느껴졌습니다.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예요. 그래서 밀도있게 써야합니다. 조기교육을 왜 해야하냐면,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시간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면, 그 시간은 돌아오지 않지요. 이것이 사교육의 입김을 빼고 바라본 조기교육에 대한 관점입니다. 물론 이때의 조기교육이 우리 집에서 가정학습지 과제를 두고 꾀병을 부린 아이를 대하는 아내와 저의 의견 차이와 같은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아이에게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교육, 수준에 맞지 않는 교육이 이루어져선 안되지요. 또 그것이 레벨테스트 경쟁을 위한 문제풀이가 되어서도 안됩니다. 아이의 주도성, 적극성, 기타 다양한 정서적 발달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아이의 잠재력에 부응하는 적절한 지적 자극이 주어져야 하죠.
그런 측면에서, 한글이나 숫자 공부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54개월이면 숫자 100까진 셀 수 있는 시기이고 차를 타고 가면서 간판의 글자들을 알아볼 수 있는 시기이니까요. 문제는 그러한 아이 주변의 사물들을 통해, 어떻게 지적 자극을 주느냐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사물을, 부모의 관점에서 신선한 것으로 가공해서 "흥미"로운 것으로 바라보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interest. 아이를 사물과 연결시켜줌으로써 학습이 발생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두번째는, 이러한 레벨업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신선한 연구 결과가 있었죠? 생후 2개월도 사물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하죠. 아이는 자궁에서 벗어나 세상 바깥으로 나오면서부터 각 시기별로 폭발적인 인지성장을 보입니다. 형태와 색상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빛과 그림자를 구분할 줄 알게 되고, 대상을 구별할 수 있게 되죠.
즉, 아이는 "늘" 배웁니다. "항상" 학습합니다. 이 명제를 "한정된 시간"과 결합하면, 우리는 "평생을 배우는" 아이들의 삶 속에, "한정된 시간"이라는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은 무한대인데, 이 시간은 지나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가르치면 놀랍게도 뿌린만큼은 거둘 수 있게 노력해줍니다. 가르치는대로 쏙쏙 알아듣고 느리더라도 성장해요. 그리고 주변에 보면 이런 배움의 사다리를 고속 엘리베이터처럼 오르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럼 우리의 시간을 앞당기고 싶죠. 이렇게 한정된 시간을 인식하고 우리는 발걸음을 빨리합니다.
사교육의 입김을 배제하더라도, 아이의 이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기 때문에 정말 아끼고, 아껴야합니다. 그러므로 각 시기에 맞는 최적의 시간관리와 적절한 지적 자극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아내가 여행을 좋아해서 아이가 100일 때부터 참 많이도 다녔어요. 살림이 넉넉하지 않고 저는 양육과 직장을 병행하며 서울대에서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몸이 으스러질듯 힘들었습니다. 이 삼중고로 인해 건강이 조금 안좋아졌어요. 그러나 참고 견뎠습니다. 제가 희생해서 아이를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는 만큼, 아이에게 새로운 자극이 주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러한 교육학 이론적 접근을 했기 때문에 견디며 아이를 키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아침 7시 15분인데요, 오늘 아침은 아이에게 인절미를 해줄 생각입니다. 지난 주말엔 아이가 인절미를 자기 손으로 콩고물을 묻혀서 먹었어요. 이것도, 제가 아이에게 부여하는 지적 자극이예요.
정리하자면, 조기교육은, 대치동 메소드로 보자면 사교육의 입김으로서가 아니라 부모의 신념으로서 한정된 자원 속, 아이에게 최적의 지적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고민에서 비롯되어야할듯합니다. 강압적이거나 과잉된 학습의 강요라기보단 아이의 발달 상황에 맞춘 가장 효율적인 교육을 고민하셔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보지 못할 때 사교육의 입김으로 3세고시에 쫓겨다니게 됩니다.
우리는 공부를 책과 문제풀이, 강의와 시험을 통해서 바라보는 나쁜 습관이 있어요. 그러니 "교육"이 부담스럽고 "조기교육"이 꺼려집니다. 그렇지 않아요. 평생을 배울 수 있는 것은 뭐든 배울 수 있단 것입니다. 뭐든, 배우면 아이는 써먹습니다. 나름의 최선의 조기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아이를 배움의 두려움에서 해방될 수 있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친구와 놀면서 사회성을 학습하는 것도 배움이고 그러다가 친구를 때리거나 할 때 혼내는 것도 교육입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바쁘면 바쁠수록 효과적이겠지요.
<공부 도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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