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형식 학습에서 형식 학습으로: 배움의 다리 놓아주기

학습 생태계와 형식 학습, 비형식 학습

by 공존

공부를 하자고 하면 아이는 엄마가 시켜서 하는 것으로만 생각해요. 어떻게 공부 개념을 심어주어야 할까요?


좋은 질문입니다. 아이와 엄마 사이에 "공부"에 있어서 큰 격차가 존재하죠?


우리가 자녀교육에 있어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아이들은 늘, 그리고 항상, 어디에서든 학습하고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늘 우리가 반복하는 말이 있죠?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아이는 부모의 역할을 따라하며 의도되지 않은 학습을 하게 됩니다. 우선은 이것을 기억하는 것이 첫번째입니다. 이것을 비형식 학습이라고 합니다. 형식이 없다, 즉 정해진 틀 없이 일상에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학습을 말합니다. 형식 학습, 즉 책을 읽고 수업을 듣고 문제를 풀며, 학교교육과정으로 통합하는 학습 뿐만 아니라 아이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는 것들도, 분명히 학습이 발생하고 있는 지점이란 것이죠.


우리는 "공부"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이 비공식 학습의 중요성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아이에게는 숙제를 시키고 한참 집안일에 바쁘죠. 빨래며 설거지며 집먼지며, 미루면 쌓이는 일들이니까요. 그러나 아이와 식탁에 앉아서 나누는 이야기, 같이 엘리베이터에서 나누는 시간, 함께 극장에 가서 즐긴 영화 등, 생활 속에서 여전히 발생하는 학습의 기회는 크고 많지요.


아이에게 공부의 개념을 알려주고자 하신다면, 우선은 어디에서나 배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을 생태계라고 해볼게요. 그러면 아래의 그림이 그려집니다. 우선은 그림을 보면 이해가 편하실 것 같아요.

Gemini_Generated_Image_z7dt12z7dt12z7dt.png Amanda Avallone, The Importance of Real-World Learning for Students

이 그림을 보시면 일상적 비형식 및 형식 학습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죠? 그리고 그 위에는 지역사회 매개 학습 영역이 있는데, 별것이 아니라 집을 벗어나서 마트에서, 학원가에서, 청소년회관이나 도서관에서 배우는 활동들입니다. 서울의 아이들은 교보문고에서 반나절 정도 책 나들이를 할 수 있고 그런 교육문화 인프라가 없는 지방의 아이들은 비형식 학습에 불이익이 크지요.


나머지 세 영역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네요. 아, 아래 '지원, 플랫폼 및 파트너'는 아이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멘토들인데요, 쉽게 말해...가까운 친지 중에 아이의 공부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어찌되었든, 일상 속 비형식 학습은 과외, 진로활동, 학교공부만큼이나 크고 중요합니다. 이것이 학생들의 "학습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이 생태계 속에서 이만큼이나 성장한 아이들은 자기 나름의 학습에 대한 관점을 굳히고, 우리에게 맞섭니다. "아 공부 내가 알아서 할게. 엄마가 시키면 더 하기 싫어." 이렇게 말이죠. 즉, "공부"라는 행위에 대한 개념이 비형식학습을 통해 아이들에게 각인된 거예요. 공부는 딱딱한 문제풀이, 놀지 못하고 자리에 앉아서 두 다리를 얌전히 묶어두고, 손가락에 힘을 쥐고 연필을 잡아야야 하는 지루한 일. 이것이 아이들의 공부에 대한 생각입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공부에 대한 관점을 먼저 바꾸어주어야겠죠. 즐겁게 아이들을 공부의 세계에 끌어들여야합니다. 이것을 "퍼실리테이팅," 즉 "촉진"이라고 합니다. 그 방법은 두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우선은 일상의 비형식 학습을 공부와 배움으로 연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아이들이 가장 관심 갖는 영역이 비형식 학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영역이니,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아이가 즐거워하는 활동을 일기를 쓰도록 하고, 그것을 발표를 시키도록 하고, 그림도 그려보도록 하는 것이죠.


여기서 중요한 건 "산출물"입니다. 쉽게 말하면, 뭐든 종이로 남기셔야합니다. 아기들이 그림 그리면 그거 쌓아두고 몇개월 뒤에 다 버리잖아요. 그것처럼 하시면 됩니다. 몇개월 뒤에 다 까먹고 버릴지언정, 일단은 그날 그날 아이의 깊은 인상을 남기도록 하시면 됩니다. 아이가 자기의 경험과 생각을 남기다보면 거기서 무언가 중요한 지점이 반드시 나타나게 됩니다.


당장 그, 작년에 말도 안되게 시끄럽고 짜증났던 브레인롯 있잖아요? 그 브레인롯에도 카푸치노 어쌔씨노? 예를 들자면 카푸치노는 뭐고 애쌔씬은 뭐야 얘는 왜 이런 디자인이야? 어쌔씬은 무슨뜻인데 이럴까 하고 알아볼 수 있겠지요. 봄바르디노의 bomb은 폭탄이야 이렇게 스펠링 써볼 수 있겠죠. 저는 영어교사니까, 이 단어들을 가지고 영작을 시킬 거예요. 그럼 영어일기를 쓰는 습관을 만들어줄 수 있겠죠.


일단 아이의 비형식 학습을 종이에 남기면, 뭐라도 됩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종이에 남기는 시간이 길어지면 책상에 앉아있는 게 편해져요. 10분 공부하고 5분 낙서하고, 다시 15분 공부하는 습관이 생깁니다. 이렇게 비형식학습을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형식학습으로 바꾸는 전환으로 아이들의 공부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갑니다.


한 줄로 줄이면, 공부란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고, 아이들이 즐겨하는 것을 종이로 옮기며 학습으로 유도함으로써 "아 이런 것도 공부로 바꿀 수 있네!"라는 감각을 아이들에게 심어주시면 좋겠습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o5aglro5aglro5ag.png


그럼 다음 단계인데, 결국 문제는 형식학습은 딱딱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수학 문제에 서술형으로 철수와 영희를 등장시키잖아요? 그것이 바로 딱딱한 수학을 비형식세계로 끌고가고자하는 수학교육 연구자들의 피나는 노력입니다. 딱딱한 형식학습을 재밌게, 즐겁게 전달하지 못하면 아이들은 비형식학습에나 머물려고 하겠죠.


그런데 주의할 점은, 공부란 아이들의 내면의 활동이라는 점입니다. 아이들 책상에 펴진 책으로 우리는 학습을 평가하지만, 실제로는 아이의 머릿속에서 실제 학습이 발생했어야지만 그 시간을 공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공부를 부모의 입장에서 재단하려하지마시고 실제로 아이들이 학습이 발생하는 것에 집중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공부 개념을 심어주고자 하신다면, 양보단 질에 집중해야합니다.


수학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면 아이가 함수의 개념은 모르는데 문제는 풉니다. 사인 코사인 탄젠트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 답은 맞추는 걸로 보여요. 그러면 부모님들은 만족하며 더 많은 문제, 더 어려운 문제를 주죠. 그러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것은 "엄마가 시켜서 하는 공부"라는 생각을 강화할 뿐이죠. 아이의 내면에 집중합시다.


영어 단어를 외운다면 뜻만 아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로 영작도 해볼 수 있어야 하고, 읽을 수 있는 문장을 쓸 수도 있게 해주어야합니다. 수학을 푼다면 같은 수준에서 응용문제를 두루 풀며 아이들의 창의성을 확장하고, 개념에 대한 이해를 깊이해야 합니다. 하나의 학습 주제를 깊이있게 다루는 것이 아이들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요약하자면, 공부의 개념을 알려주고자 하면 첫째, 일상의 비형식학습을 형식학습으로 옮아올 수 있도록 종이에 뭐든 남기도록 하고, 그것에서 학습을 시작하기. 둘째, 형식학습은 딱딱하기 때문에 서두르지말고, 아이의 내면에서 실제 학습이 발생하는 것에 집중하기. 너무 많은 양, 아이가 손대기 어려운 높은 난이도의 문제들보다 지금 배운 것을 응용하고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이런 것들이 아이에게 공부가 보다 편해지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공부 도파민>

교보문고 링크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471751

예스24 링크 :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64731956

알라딘 링크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6996140


이전 08화조기교육을 꼭 시켜야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