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미절미 인절미

설탕이 의외로 많이 들어가네

by 공존

"이거 봐. 떡은 하루만 지나도 못먹어. 버린다."

"아 안먹을 줄 몰랐지."


언제나-가 되지 않은 것 같지만,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우선, 갑자기 언젠가부터 딸네미가 인절미 덕후가 되었다. 그래서 주말 아침 댓바람에 떡을 사러가기도, 야심한 밤에 근처 마트에 가보기도 하면서 딸네미의 변덕에 따라 인절미 탐험을 벌써 몇번.


바깥양반(늘 말하지만 마누라)과 시장을 갔다가 떡집이 있길래 인절미를 샀는데, 막상 집에 사 둔 인절미는 뜯어보지도 못하고 3일만에 버리게 되었다. 아이는 자기가 땡기는 간식을 먼저 먹어야 하고, 간식 뒤엔 밥을 먹어야 하니 배가 부르고, 나는 군것질을 하지 않으니 떡을 그닥 먹지 않고, 아이가 먹을 떡이니 손도 안대고 하다보니 딱딱하게 굳고 쉬어버린 것.


어쨌든 떡은 그날 먹지 않으면 어떻게 해도 별로다. 냉동했다가 해동하더라도 먹지 않고 버리게 되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인절미를 버리게 된 일을 반성하면서 떡을 어떻게 하나 고민하던 어느 날.


"인절미이이 인절미이이 으앙앙앙."

"아휴...아니 지금은 떡집 문 다 닫았어."


그날은 또, 외출 중이었는데, 저녁을 거의 안먹는다 싶더니 따님께서, 집에 다 와서는 인절미가 먹고 싶다고 울기 시작한다. 밤 8시를 넘겼으니 그 어디에도 인절미는 없다. 집에 도착해 애를 내려놓고 걸어서 동네 슈퍼와 마트 세군데를 둘러봤는데도, 인절미는 없다. 으으으으. 분노. 분노한다!


"동백아. 그만 울어 아빠랑 내일 인절미 같이 만들어."

"인절미...흑. 지금 꼭 먹고 싶었는데."

"얘 연극대사처럼 말하는 것 좀 봐."


나는 겨우 겨우 아이를 달래서 몇가지 간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그날밤을 넘겼다. 그리고 아이를 재우자마자 콩가루를 시키고, 뒷베란다를 뒤져 찹쌀을 찾아냈다. 약 15kg 정도의 찹쌀이, 마침, 몇 해 묵어서 떡 만드는 것 외엔 쓸 데도 없는 것이. 엄마가 주었던 찹쌀이 있다.


그러니 만든다 인절미. 편하고 쉬운.

인절미는 뭐, 찹쌀을 불려서 밥을 짓고 떡을 만든다. 이 단순한 것 외에 설명할 것이 없다. 달나라 토끼처럼, 절구에 넣고 떡메로 찧으면 된다. 이 공정은 아마도...쌀가루로 떡을 하든 쌀밥을 지어 떡을 하든 마찬가지일 터인데, 집에서 밥을 쪄서 떡을 하는 건 손이 많이 가고 귀찮으니, 그냥 설탕을 넉넉~히. 아주 넉넉~~~히 넣어서 찹쌀밥을 만든 뒤, 밥이 식고 나서, 손으로 조물조물하기 어렵지 않은 온도가 되면 그때 꺼내서 마늘 찧는 절구에 마늘 빻던 절구로 팡팡 찧고 두들기기만 하면 된다.


이게 참, 단순한 건데, 대충만 찧어도 된다. 밥알이 그대로 보이더라도 상관은 없는 것이 대강만 찧고 손으로 주물러도 인절미의 식감은 그대로 난다. 다만, 정말로 정말로 설탕은 "이만큼 넣어도 되나" 싶게 넣어야 한다. 이건 사실 두번째 인절미인데, 처음 인절미를 만들었을 땐 설탕을 정말 조금 넣어서, 아이는 전혀 달지 않고 씁쓸한 맛만 감도는 인절미에 놀라고, 나는 콩가루에 그대로 설탕을 퍼붓는 참사를 일으켰다.


기억하십시오. 설탕, 더 많은 설탕. 그렇게 설탕을 들이부어도 별로 달지 않아서 한번 더 맛보고 추가할지 말지를 정하자. 대강 쌀과 설탕의 비율이 1:2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같다.

뭐, 그렇게 해서 죽 죽 엿가락처럼 떡을 늘리고 썰기 시작한다. 떡은 콩가루를 뿌려서, 칼에는 기름을 발라 달라붙는 걸 방지하고 스케이트 날이 빙판을 가르듯 도마를 스윽 밀어내리면, 한번에 세 조각의 인절미가 슉슉 나와서 콩가루로 떨어져내린다.


여기까지의 공정이 약 15분 정도. 밥으로 떡 빻는 게 한 5분. 손으로 떡을 주무르는 게 5분. 이런 저런 재료를 챙기고 기름을 바르고 하는데 5분. 그럼, 남은 5분 동안은 떡을 잘라서 콩고물을 묻히면 20분만에 인절미는 완성이다.

"자, 먹자아. 아- 해."

"아아아아-."

"맛있어? 인절미 같아 이번엔?"

"응! 어떻게 만들었어? 이번엔 설탕 많이 넣었어?"

"응 엄청 설탕 많이 넣었어."


딸네미는 침대에 누워서 입을 벌리고, 아빠는 거기에 인절미를 넣어준다. 침대에서 인절미를 먹이다니 어디까지 타락해버린 것인가 싶지만...육아란 쉽지 않다. 그래도 10개 가까이나 인절미를, 따님께서 맛있게 드셨다. 바깥양반도 먹이고, 나도 간단히 요기를 했다.


"다음엔 아빠랑 초콜렛 인절미 만들어볼까?"

"맛 없을 것 같은데?"

"내가 너한테 물었니?"


인절미를 먹이며 딸에게 묻는 말을 바깥양반이 받는다. 아이가 할 말을 가로챈 바깥양반에게 나는 눈총을 주었다. 다음엔 이 찹쌀떡에다가 초콜렛칩을 넣어 감싼 뒤, 콩고물을 묻혀먹으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딸네미가 즐겁게 같이 요리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음번엔, 떡을 찧도록 시켜야지.


"더 먹을래? 배부르지?"

"응. 배불러."

"얼른 가자."


나는 인절미를 담은 그릇을 주방으로 꺼내왔고 바깥양반은 아이 채비를 마무리한다. 유치원 등원 준비가 대강 마무리되고, 나는 아이를 안고 후다닥 버스를 태우러 달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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