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흔한 봄동 밥상

원래 배추국이 좋은데

by 공존

"오늘 저녁은 귀찮으니 대강 고기나 구워서 먹자."

"쪼아."


요 며칠, 새벽에 자꾸 눈이 떠진다. 덕분에 일찍 잠을 잔다. 아홉시, 열시에 잠에 들어 세시, 네시에 깨는 일과의 반복이다. 그 덕분에 아침에 운동도 다녀오고 밀린 공부도 좀 보고, 시간은 알차다. 그러나 저녁이 다가오면 일찌감치 몸은 지쳐 잠을 청하게 된다.


그런 몸이라, 바쁜 일주일을 보내고 맞이하는 금요일에, 그냥 단순히 좀 해먹고 싶었는데.

"딸기 사갈까?"

"좋아!"


그런데 딸아이를 미술학원에서 픽업해서 집에 가는 길에 야채가게에 들리게 되었다. 딸기만 사면 아쉬우니 한바퀴 휘 둘러본다. 대파, 아직 좀 여유롭다. 양파. 1000원에 세개. 세개만 집는다. 애호박 하나, 느타리버섯 하나. 그리고,


문제의, 봄동.


"사장님 봄동은 없네요?"

"봄동이요? 잠시만요."


원래 봄동은 배추국 끓이기에 좋으므로 나는 얼갈이며 알배추며 봄동을 종종 사서 해먹는 편이다. 그런데 쌩둥맞게 봄동무침이 바이럴을 타기 시작하고, 바깥양반도 해달라고 하고. 직장에서 점심으로 봄동된장국을 먹었더니 맛있었단다. 남편이 지난주에 순두부찌개에 알배추도 넣어서 해줬었는데. 그런 건 기억을 잘 못하니.


"하나 딱 남았어. 가져가실래요?"

"네 감사합니다."


그래. 봄동. 부추 한단과 함께 들고 나온다.

그리하여 집에 와서 아이를 바깥양반에게 맡기고 요리를 시작하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살살 몸살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온몸이 쑤신다. 아이코야. 어디서 옮은 것이냐.


그런 몸상태로 봄동 반절은 된장국으로, 반절은 무침으로 바삐 손을 놀린다. 비빔밥을 해달라 했으니 밥도 새로 앉히고. 쉽게 대강 차려먹으려던 저녁상이 몹시 분주해졌다.


내가 코끼리처럼 채소며 나물이며를 많이먹는데도 채소 요리를 잘 하지 않는 것은 이처럼...봄동이나 쪽파, 부추는 손이 영 많이 간다. 이걸 천형처럼 받아들이는 엄마네 세대는, 그냥 그렇게 하루 하루 시장에서 봄동에 고사리에, 사와서 소상히 손을 보아 무치고 볶고 했다더니만, 나는 이게 쉽지가 않네.


그런 와중에 지난 초겨울 봄동무침에 실패한 기억도 떠오르는데...이 힘들고 귀찮은 봄동 손질을 다 해놓고도 마지막에 고춧가루 하나 때문에 망해버렸다. 엄마가 예전에 주신 좋은 고춧가루를, 자주 꺼내먹지 않아서 묵혀버린 것이다. 그래서 고춧가루가 색이 바라고 군내가 난다. 기름에 볶아서 조림에 쓰거나 하면 쓸 수는 있는 고춧가루인데, 신선함이 생명인 봄동무침에 그 고춧가루를 부었다가...군내에 인상을 찡그리고 말았다. 그래서 상에 내지도 않고 그 봄동무침을, 나는,


"그래서, 그냥 엄마가 해준 총각김치 양념에 넣고 합쳐버렸어."

"푸흡! 야 임마!"


엄마에게 이런 소식을 전해드렸다. 다행히 그 신선한 총각김치 양념을 만난 봄동무침은...맛있었다 흑흑.

"밥 먹자...이리와."


몸이 쳐진다. 아프다. 그러나, 눈 앞엔 봄동. 새 밥을 양푼에 퍼, 봄동부침을 담고, 석석 비벼낸다. 그러면서 삼겹살을 뒤집고, 자른다. 봄동된장찌개도 담는다. 겉절이김치는, 이게 마지막이구나. 접시에 담고, 통은 싱크대에 내놓는다.


"오."

"너는 거기에 그릇에 담아. 나는 양푼에 그냥 먹을게."

하이야...그래서, 봄동무침 비빔밥에...삼겹살 얹고. 겉절이에 들어간 쪽파 얹고. 한입.


"맛있어요 또 해주세요."

"후...손 많이 가는데..."


옆에서 바깥양반은 봄동 밥상에 신이 나서 또 해달라며 먼저 주문을 건다. 나는 몸살로 온몸이 쿡쿡 쑤셔오는 몸에, 봄동에 묻어 온 새 봄의 기운이 담기길 기원하며 우적우적 질긴 봄동 잎을 씹는다. 맛있다. 맛있어서, 지친 몸에 행복한 기운은 감돌아.


같이 사온 무도 있겠다, 다음엔 봄동 한번 더 사와서 시원하게 쇠고기국이, 역시 이 꽃샘추위엔 제격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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