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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Feb 04. 2020

나와 내 아이의 자본주의 세계

빠르게 변하는 미래 자본주의 세계에 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1. 스노우볼? 스노우볼!


  10대 자녀가 있는 분들은 아이에게 "스노우볼 굴리는 게 뭐야?" 라고 물어보면 재미있는 반응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아이들이 정말 많이 하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전략이거든요. 그 내용은 정말 간단합니다.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눈덩이를 굴려가듯, 게임을 하는 동안 초반에 얻은 이득을 유지하며 키워가는 것이죠. <리그 오브 레전드>는 게임 하나 당 아무리 짧아도 20분, 길면 1시간까지 걸리는 초장기전 게임이기 때문에 이 "스노우볼 굴리기"가 정말 중요합니다.


 스노우볼 효과는 다른 여러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간단히 경영학에서도 적용될 수 있겠죠? A사와 경쟁하는 B사가 있습니다. 후발주자인 B사는 자신의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먼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선발주자인 A사는 자신이 점하고 있는 우세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과정을 "스노우볼을 굴린다"라고 비유해주면 이해가 빠르겠죠. 특히, 내신경쟁을 해야 하는 중학생들부터는 이런 비유가 잘 와닿을 것입니다. 한번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는 게 정말 어려우니까요. 물론 현실의 경영학에서는 "스노우볼을 굴린다"처럼 외부 변수를 배제한 느슨한 개념은 잘 적용하지 않을 것이지만요.

 경영학 말고 보다 이해하기 쉬운 스노우볼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다름 아닌 자본주의입니다. 우리 나라 자본주의는...해방 이전은 정상적인 자본주의 경제가 아니라 제국주의 피식민지 산업화의 기형적인 모델이었으니, 해방 이후부터 그나마 정상적으로 돌아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미국의 어마어마한 원조가 있었음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나 북한 수준의, 기본 30년씩은 독재정권이 국가를 농단하고 있는 막장 국가들이 아니라면 자본주의는 국가경제에 도입되고 나면 반드시 스노우볼 효과를 발휘합니다. 정권의 유능함과 무능함과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자본주의가 한번 도입되고 나면 10년, 20년만에 강력한 경제성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알아서 데굴데굴 구르며 눈덩이가 커지는 것이죠. 왜 그럴까요?


https://youtu.be/0LYMTsj_eqc

 EBS 다큐프라임의 5부작 "자본주의" 시리즈인데, 자녀들과 반드시 함께 감상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 내용을 보자면, 자본주의란 본질적으로 국가 구성원 모두가 화폐를 사용토록 유도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은행이 빚어내는 "대출과 부채"의 마법이죠.


 영상을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이 자본주의에 대해서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을 좀 더 해보자면, 자본주의가 도입되기 전에는 물물교환을 합니다. 쌀을 포대에 담아 시장에 가서 비단과 바꿔오죠. 국가는 세금을 거둘 때 역시 현물로 거두게 됩니다. 이 과정이 화폐로 바뀝니다. 농부는 쌀을 시장에 팔아서 돈을 받아옵니다. 국가는 이들에게 세금을 거둡니다.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필요하죠. 모든 사람이 화폐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여야 가능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농부에게 쌀을 살 사람이 있을 것이지만 그 사람은 어디서 화폐를 구해서 가지고 있을까요? 국가는 어떻게 하루 아침에 모든 사람들에게서 화폐로 세금을 거둘까요?


 여기서 마법을 발휘하는 게 은행입니다. 국가가 은행을 하나 지정합니다. 은행은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빌려줍니다. 그럼, 모든 사람이 화폐경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빌려준 돈은 나중에 갚겠죠? 그냥 갚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은행이 빌려준 돈이 은행에 회수되는 만큼, 시장에 돌고 있던 돈이 줄어듭니다. 그럼 화폐경제 운용에 문제가 생기겠죠. 모든 사람이 돈을 다 갚으면 이듬해에 세금은 뭘로 걷을까요? 은행은 시장에 공급되는 화폐의 총량을 증가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이자이고, 물가 상승의 이유입니다. 화폐경제, 자본주의 시장은 가만히 두어도 물가가 상승되고 화폐의 총량이 끊임없이 증가하는 스노우볼 시스템입니다.  


 자본주의의 스노우볼 효과는 실로 막강합니다. 반드시 성공하는 시스템이라고 보아도 됩니다. 도입만 해도 인구수 만큼의 자본을 국가는 손에 쥐게 됩니다. 제가 아까 아프리카와 북한의 예를 "예외"로 두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프리카가 가난해 보이지만요, 권력자들은 황제처럼 삽니다. 가난하단 것은 국민들 문제이지요. 통치자 입장에선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만만세죠. G2로 급부상한 중국은 어떨까요? 중국의 경제성장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없어요. 중국 공산당이 잘 한 것도 없고, 다른 비결도 없습니다. 그냥 중국이 인구가 너무너무 많고 그 인구수에서 창출된 자본주의가 지금 스노우볼효과로 인해 비대해지는 중입니다.


 우리는 어땠을까요?


2. 반드시 성공한 뒤 반드시 실패하는 시스템


 안타깝게도 자본주의는 흥망성쇠의 사이클이 반드시라고 보아도 좋을만큼 작용합니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라고 보면 됩니다. 자본을 축적하는 계층이 등장합니다. 부자가 늘어나는 거죠. 자본주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사실은 자본을 축적하는 것은 자본주의를 병들게 합니다. 화폐의 양은 인구수에 비례해 한정되어 있거든요. 그렇게 세팅되어 놓고 유지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자본을 모으기 시작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는 자본을 회수하여, 은행에 빚을 갚을 기회를 잃는다는 것이죠.


 자본을 축적하는 계층이 있는데도 자본주의가 멀쩡하게 돌아가는 비결이 딱 하나 있습니다. 그 경제시스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면 됩니다. 인구가 계~속 순증하면,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 만큼 자본을 축적해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사망하는 사람이 은행에 자신이 축적했던 모든 자본을 반납하면, 자본주의는 잘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럼 부자들이 생겨도 됩니다. 실제로, 많은 자본주의 국가들이 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제국주의"도, "무역"도, "세계화"도, "자유주의"도, 결국엔 자본축적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국가에 화폐를 새로이 공급하는 방법입니다.


 두번째 원인이 있습니다. 자본을 축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자본을 회수해 은행에 대출하고 싶어도 못하는 계층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대출한도"라는 게 있습니다. 자본을 축적하는 사람이 늘어나서 은행에 대출과 이자를 갚지 못하는 사람이 발생하는데, 그럼 또 돈을 빌려야 합니다. 그런데 은행이라고 무한정 이들에게 화폐를 공급해주지 못합니다. 인구수에 비례해 화폐는 세심하게 관리되어야 하니까요. 모든 사람에겐 대출한도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은행에서 더 이상 대출조차 받지 못하면, 그 사람은 자본주의 경제의 낙오자가 되는 것이죠. 그런사람들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자본주의는 이제 스노우볼 과정이 끝납니다. 경제하락으로 향해가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정확히 이 과정을 거쳤습니다. 딱히 정권이 능력있어서가 아니라 자본주의 도입의 스노우볼효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자본을 축적한 계층과 대출한도를 맞아 경제낙오자가 된 계층들이 분리됩니다. 빈부격차가 발생하고, 인구 증가가 멈춥니다. 탈출구를 찾아야 하겠죠. 국가는 시장을 개방합니다. 세계화를 통해서 자본주의 정체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계화의 함정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화폐체계에 새로이 유입되는 외국자본보다, 우리나라 자본을 흡수하려는 다른 선진국의 자본이 있다면, 우리 자본주의 체계의 화폐는 감소합니다. 그래서 망했죠. IMF 땅땅땅. 자본주의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영화에 대해서 "악인이 없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는데...자본주의의 작동원리를 고찰해보면, 부자들이 악인이 맞습니다. 그 저택과 그 가족에게 축적되어 있는 자본만큼 대출한도를 맞아 낙오된 경제계층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제 교육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3. 공부만 하면 탄탄대로라는 신기루


 10대에 열공, 20대에 대학과 취업, 30대부터 50대까지 자본축적, 60대에 은퇴한 뒤 축적된 자본으로 재투자, 그 뒤에 안락한 여생.


 이것이 아마도 우리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삶일 것입니다. 가능할까요? 아뇨? 지금 이거 믿는 사람 있나요? 없죠? 왜 없을까요? 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경제체제가 전혀 이런 사이클로 돌아가지 않아요.


 다만 이런 경제사이클이 실제로 존재한 적은 있습니다. 언제일까요? 1970~80년대, 우리나라 경제 황금기였습니다. 이때는 10대는 열공하면 20대에 대학을 갔고, 20대는 취업하면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고, 60대는 은퇴한 뒤 축적된 자본으로 재투자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20년 남짓한 황금기 때 연령대별로 수직적으로 발생한 현상들을 우리 국민들이 수평적으로 70년 이상 유지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착각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이죠. 이걸 그림으로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자본주의가 스노우볼 효과로 전성기를 맞이하면 모든 사람들이 이 부흥이 계속될 거라는 착각에 빠져요. 그리고 그것에 집착하죠. 실제로는, 그 전성기에 자본을 축적하는 사람들이 발생하면서 자본주의가 병들고 파멸로 향하는 와중이라는 점을 모르고 말입니다.


 70~80년대에 성장기를 보낸 현대의 대부분의 학부모들의 가장 불행한 점이 이것입니다. 자본주의의 황금기에 잠깐 존재했던 "모든 연령대의 이상적인 시장참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의 인생계획으로 그리고 자녀들의 인생계획으로 삼았다는 점이죠. 20년 밖에 유지되지 못하는 시스템을 내 인생 70년, 자녀인생 100년의 계획의 밑그림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 결과를 지금 모든 학부모들이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것이지요.


4. 영원한 것은 없는 세상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자본주의가 성숙기에 들어서면 자본축적과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면서 사회모순이 완화됩니다. 미국이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는 것이 극심했던 자본주의의 모순을 완화하고, 그 시스템을 조금이나마 더 유지하려는 목적인 것이죠. 우리나라도 그렇습니다. 계약직노동자를 정규노동자로 전환하려면, 축적된 자본을 손실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방편입니다. 이것 또한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에 우리 나라의 자본주의는 경제시스템이 망가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본축적이 어느정도 통제되고, 경제적 약자들이 대출한도에 직면하지 않는 수준으로는 유지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도 어떻게 앞으로 전개될지는 알기 어렵죠.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기술은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식과 정보에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미래세계의 변동성으로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자녀들에게 하나의 고정된 세계관을 강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자녀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세계의 변동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으며 변동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역량을 주도적으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통찰력, 창의성, 적응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비유를 한다는 것이 안타깝긴 합니다만, 사실 지금의 학부모 세대들은 자신이 경험한 피해를 타산지석 삼아서 아이들에게 "고정된 세계를 믿지 말아라"라고 당부할 수 있는 평생의 경험들이 있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뼈저린 후회를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말아야 하죠.


 가장 중요한 미래역량은 "평생교육"입니다. 평생교육이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날까요. 노인대학? 그놈의 4차산업혁명 때문에 교육학계에서 지금 평생교육이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사범대에도 평생교육전공이 있을 정도이니까요. 매년 학위자들이 배출되는 중입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평생 배워야 하는 세상? 아뇨, 그걸 넘어서서 우리 미래 자본주의의 모습이 지식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0대에 공부, 20대에 공부와 동시에 가치창출, 30대에 가치창출과 동시에 공부, 40대에도, 50대에도, 60대에도 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을 하면서 동시에 공부를 해야 하는 시대가 지금 현실입니다. 앨빈 토플러가 이미 <부의 미래>에서 "프로슈머"라는 개념으로 명쾌하게 제시한 바 있죠. 그놈의 빅데이터 때문에 지식의 성질이 변했습니다. 암기해서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누구나가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네트워크 때문에, 누구라도 그 지식을 써먹을 수 있는 시대니까요.


 그래서 자녀들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평생교육이며, 그러한 평생교육을 가능하게 할 배움의 역량입니다. 학습의 자발성, 주도성, 자주성, 주체성이 여기에 포함되겠지요. 앞으로 계속 다루어보겠습니다.


 그 다음으로 지금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비판적 지성입니다. 사회를 자신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만족할만한 환경이 주어지면 그에 맞추어 인식과 신체가 변합니다. 한번 살이 찐 몸이 다이어트가 힘들어지고, 햇볕을 오래 쬐면 그에 맞추어 피부가 두꺼워지는 것은 우리가 "부장님"이 되고, 부모가 되어 아이들에게 자기 위주의 잔소리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에 안주하는 순간 아이의 미래는 퇴보합니다. 우리가 제자리에 있기만 해도 세상이 앞서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경쟁자들은 그 변화하는 세상에서 먼저 뛰어들고 있습니다.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능력이야말로 평생학습능력과 함께 아이들의 미래를 지탱할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우리 교육은 비판적 지성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한 두 사람의 책임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품고 있는 질곡입니다. 때문에 학부모로서도 비판적 지성을 다루고 아이들에게 전수하는 것은 몹시 어렵고, 그것을 어디 밖에서 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돈으로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미래역량입니다.


 우선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시리즈를 부모님들이 먼저 보고 아이들과 나눌 내용들을 뽑아낼 수 있도록 연습해 볼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이들의 비판적 지성을 기르는 것은 “대화”에서 시작됩니다. 행운이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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