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학교교육> 독후감
2010년대는 우리 교육에 있어서 참교육 실천 운동 이래 가장 뜨거운 논쟁과 변화가 이루어진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2009년 교육자치의 일환으로 최초로 실시된 교육감 직선제,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과 나중에 서울 교육감으로 당선되는 곽노현 학생인권 조례제정 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최초로 추진한 학생인권조례 추진, "오장풍" 교사의 폭행 영상으로 촉발된 체벌 금지 논쟁, 그리고 두번의 교육감 선거, 그리고 곽노현 교육감의 구속과 문용린의 퇴행. 그리고, 교육을 둘러싼 문제의 종착역인 대학 입시제도의 심대한 변화를 일으킨 학종의 진화. 그리고. 그리고.
그 첫걸음에서 학생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시민사회와 교사들의 노력은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저항을 맞았다.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한 뒤에 다른 후보의 선거자금을 보전해준 것을 "사후매수죄"라는 죄목으로 검찰은 기소했고, 법원은 유죄 판결로 실형을 보냈다. 교육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사법폭거였다. 교육감의 구속과 수감을 틈 타 서울시 의회와 서울시 부교육감은 곽노현의 교육개혁 과제를 모두 제자리로 돌리고자 했고, 그 핵심에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있었다. 이제는 10년 가까이 세월이 흘러 당시의 소용돌이치던 "교육동란"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졌지만,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학생인권이 무엇이고 학생 인권조례가 무엇이기에 이들은 사법부와 정치권력, 그리고 행정관료가 합세하여 반동적 행태를 보였던 것일까? 학생에게 인권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2010년대를 보내오며 발견해 온 "사태"들은 이뿐만 아니다. 학생 인권 조례 제정을 전후해 대표적인 비인권적 교육방침인 야자와 두발 단속의 원칙적 금지가 이어졌다. 그러나 많은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야자를 강제하였고,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학교의 위신에 따라, 교사와 학교 관리자 본인들의 그릇된 신념에 따라 학생의 복장과 두발 등의 용의를 규제하고 있다. 아주 많은 학교들 그리고 무수히 많은 교사들에게 있어 여전히 학생은 통제의 대상이며, 그들과의 대화는 민원이고, 학생의 인권은 교권을 흔드는 충격파다. 그 반대의 입장이라고 다르지 않다. 학생들에게 있어 교사는 교육 탄압의 주체이고, 교사와의 대화는 권위의 표출이며, 교사의 교권은 충분한 책임을 지지 못하는 태도로 비치곤 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인권을 둘러싼 2010년대의 치열하고 처절했던 분쟁을 살피면서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점은, 그 모든 과정이 교육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시, 학생의 인권은 무엇인가? 학생에게 인권을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그것을 해야 한다면 왜, 어떻게 해야하는가? 학생인권조례와 인권교육진흥법 등이 시행되어야 한다면 그 당위성은 정확히 무엇이며, 그러한 정책들이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으로 학교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생탄압을 중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가?
이러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를 위해서, 그리고 국가의 대계를 위해서도 반드시 던져졌어야 하고 모두가 함께 풀어 나갔어야 하는 질문들은 정치와 사법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실제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느끼고, 인권을 어떻게 감각하는지는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지 못했다.
이것은 모두를 패배자로 만드는 시스템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정치적 주체로서 교육감의 노선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를 어느 당이 주도하고 있느냐의 따라 좌우되었다. 사실이 아닌 주장이, 학생이 아닌 정치가 학생인권 발전을 주도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실제로 학생들의 인권은 증진되었었으나, 2010년대의 학생인권교육 진전의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스스로가 학교의 주인으로서 민주적 권리를 실현하지 못하였다. 지금도, 학생들의 인권을 탄압하는 정책과 학교와 교사의 점강하는 위력과 무관하게,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학생인권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스스로의 가치로 내면화하고 있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2020년에 출간된 신간 <인권과 학교교육>은 그렇게 우리가 보내왔고 현재로 이어지고 있는 뜨거웠던 지난 10년 간의 학생인권 변화와 발전의 "진실"을 규명하고자 한 클래식이라 부를만한 저작이다. 2006년부터 학생인권실태조사,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 등 이 영역에서 끊임없이 역할을 해 온 저자에 의하여 2006년과 2011년, 2016년의 학생들의 인권의식을 구체적으로 비교분석한다. 학생들 스스로가 인권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들이 겪는 학생인권의 실상은 무엇인지를 제시한 뒤는 학생인권을 바라보는 다양한 교육주체들의 입장을 요약하고, 기능론과 갈등론, 교육공학과 교육사회학의 영역으로 논의를 진전시켜 짧지만 압축적으로 우리 교육인권 논쟁의 전선을 선명히 한다.
핵심 고갱이만 모아놓은 책이라 중요하지 않은 챕터가 없지만, 학생인권의 쟁점을 다루는 2부가 이 책의 화룡점정이라고 할만하다. 학생인권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을 먼저 총합적으로 제시한 뒤, 그것이 실제로 현실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정 사례를 통해 이론과 현실의 교합을 꾀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단락에서는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가 인권교육을 고찰하고, 인권교육이라는 패러다임이 현실에 착종될 수 있는 제언을 전한다.
우리 교육의 미래는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코로나19 판데믹이라는 유례 없는 사태를 맞아 학교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지고 있고, 학습자의 주도성에 대한 요구는 온라인 개학을 맞아 "과제"가 아닌 "실제"가 되었다. 삶을 나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고, 나의 교육주권을 위하여 실천을 할 준비가 마련된 학생들이 보다 안전한 교육환경을 구비하게 된 시점이다. 여전히 우리는 학생들을 "인권교육"의 수혜자로, "학생인권"의 증인으로만 남겨둘 것인가? 결과가 아닌 목표로서, 연구가 아닌 토론으로서 우리는 인권과 학교교육의 문제를 맞이해야 한다. 지난 10년을 돌이키고 앞으로의 10년을 또 맞이해야 할 이 시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