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의 한계와 숙명여고 사태의 시사점

내신조작이라는 수시의 근본적 한계과 의미

by 공존

2016년 방영된 EBS 다큐프라임 <시험>은 인도의 고교 졸업시험에서 벌어지는 광범위한 부정행위로 평가의 공공성 문제를 환기한다. 심각한 계급사회인 인도에서 선발평가는 시험을 치르고 있는 수험생에게 컨닝페이퍼를 전달하기 위하여 맨몸으로 건물벽을 오르는 모험을 감행할만큼 국민 다수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사회가 계급화 계층화되있고, 일제고사 형식의 선발평가를 갖는 국가에서는 어김없이 그 평가에 짖눌려 교육이 왜곡되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시험>편은 인도에 이어 중국의 사례를 보여준다. 중국의 고등학생 또한 심각한 취업난, 도농격차 속에서 선발평가에 막대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싱가포르의 학습자는 학력에 따른 계층 분리를 초등학교 졸업 때 경험한다. 미국 역시 SAT를 통해 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나, 최근 대규모의 입시부정이 드러나면서 선발평가의 문제점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입학시험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무게추가 이동하는 가운데 우리 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 중에서도 대학 입시는 한국 사회 엘리트의 마지막 관문으로, 본고사와 수능 시절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암기위주의 교과내용을 선행학습하는 아주 큰 병폐를 불러왔다. 그런 점에서 2002년 대학입시에 처음 도입된 수시전형은 일제고사로 대학 선발평가를 수행하던 관습을 바꾼 일대 변혁이었다. 초창기에는 생기부 항목 중 내신 점수와 봉사활동 시간 정도만 반영하던 간단한 제도였지만, 입학사정관제로 바뀌고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뀌며, 제도 도입이 20년에 근접해가는 현재 시점에서는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성장을 기록하고 평가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일제평가식 선발평가의 맹점을 극복한 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비판하는 측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수시 도입 첫해에 이미 내신점수 조작의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는 점이다. 고교 내신이 큰 의미를 갖지 않았던 수시 도입 이전 시기의 고등학교 내신은 절대평가로 치러졌으며, 2002년 입시때까지 상대평가로 전환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고등학교들이 학생들의 입시결과를 위하여 “내신 부풀리기”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졌다. 입시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지 않았기에 초기에 그런 혼란은 사회적 논의로까지 번지지 않았고, 등급제 도입으로 내신 부풀리기 우려는 불식될 수 있었다. 그러나, 상급기관의 관리감독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 자체의 관리 규정만으로 열 차례 이상의 일제평가와 수십가지 수행평가를 실시하고, 그를 통해 전국 수십만의 수험생끼리 공정하게 경쟁할 내신점수를 누적산출하는 어려운 과제가, 교사와 학교에게는 여전히 존재한다.


수능형 일제고사와, 그 폐해를 시정코자 도입한 다양한 수시제도 간에는 상충하는 가치와, 내재된 각자의 근본적 결함이 존재한다. 대학 입학 선발평가를 연 1회의 일제고사로 시행함으로써 공교육 교육과정이 파행운영됨은 물론이고, 학습자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지필평가의 한계로 인하여, 수능 자체의 공정성도 엄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모든 참여자가 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룰로서 존재해온 것이 가깝다 말할 수 있다. 수능을 통해서는 교육의 공정성과 공공성이 충분히 담보되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 전재했다. 반면 수시전형에서도 상술한 바와 같이 공정한 평가를 위해 학교별로 엄격한 자체규율을 해야 하는 한계가 존재하며, 지난해 드러난 숙명여고의 내신 조작 의혹에서 이러한 내신 누적 평가의 단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부종합전형에 맞추어 학교의 교육과정을 학습자 중심으로 개편하고, 수업과 창체에서 개별화된 창의적인 활동을 마련하게 된 사례가 전국 여러 고등학교에서 보이고 있어, 수시전형을 통하여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목표는 상당히 진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교육정책의 측면에서, 숙명여고 사태는 수시 제도 도입 초기부터 제기되어 20년간 꾸준히 논의되어 온 문제이다. 내신 부풀리기, 시험 문제 유출, 스펙 밀어주기 등 다양한 사례가 관측되어 왔고 그에 맞추어 교육당국과 대학도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고등학교 모든 교사들의 평가계획과 평가안을 엄중히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라고 갖추어지지 않는한, 교사와 학생이 가족이든 가족이 아니든 시험 유출 및 성적 조작 문제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는 없다. 이것은 수시전형의 근본적 한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수시전형, 그리고 그와 연동해 이룩된 발전된 교육과정과 고교내신체제가 이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애서 이룩되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교육당국에서는 지금까지 상피제와 학교의 출제 보안 강화를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교사로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신을 입시에 반영하는 이유가 수능의 병폐인 일제평가와 암기지식 위주의 평가라는 점을 상기하고 이 점을 바로잡기 위한 수업과 평가를 고민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교사들은 여전히 지식중심 교육과정과 수업, 암기지식을 강요하는 평가를 계속하고 있다. 이는 어렵게 수시전형을 유지하며 교육의 공공성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에 역행하는 것이다. 교사 개개인이 1인 교육기관으로서 교육의 공공성과 공정성, 그리고 학습자의 자아실현과 미래를 위한 지식과 역량 습득의 목적을 확고히 하여 수업을 설계하고 평가계획을 짜야 한다. 여전히 일제평가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행평가를 수시평가, 성장과정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하고, 지필평가는 암기지식이 아닌 학습자의 지식역량을 평가할 수 있도록 서술형과 논술형, 필요하다면 오픈북도 가능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시험지가 유출되어도 답을 미리 외워올 수 없는 시험, 한 학기 전체의 성장 결과를 알 수 있는 평가가 되어야 수시 전형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고 교육의 공공성이 신장할 수 있다.


여전히 수시 및 학생부종합전형이 학습자의 학업성취도를 진전시키고, 평생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배움의 즐거움'을 일깨워준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한국의 교육열과 취업난, 그리고 일제고사 형식의 취업과 공기관 시험 등으로 인하여 교육의 왜곡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교육의 진보가 특정 계층이나 자본권력에 의해 퇴행되는 현상은 막아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숙명여고 사태에서 피상적인 '내신 조작'이나 가족이기주의 그 이상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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