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 줄여도 되나?
지난 달 중순에 교육청에서 또 "문제적"인 발표가 하나 나왔었지요. 바로 COVID-19로 인한 학교 내 거리두기의 문제로 인하여 많은 교실에서 수행평가가 차질을 빗고 있는 만큼, 수행평가 부담을 (아마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는 것이었습니다.
http://m.news.eduhope.net/22371
(사실 그때 이 글도 썼어야 하는데) 당시 교사들은 꽤나 분노했죠. 가장 큰 것은 현장의 의견 수렴 없이 교육청이 수행평가 축소를 후다닥 발표해버린 문제였고, 또한 수행평가를 축소하고 지필평가를 늘리게 되었을 경우, 학생들이 갖는 지식중심의 학업관을 강화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수행평가 축소와 같은,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할 수 있는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또한 그 수업에 많은 노동력을 투자하는 양심적인 교사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한 많은 양심적인 교사들은, 암기와 지필 중심의 수업을 희망하는 동료교사들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지요. 그런 상황에 "짠"하고 수행평가를 줄이라고 하니, 그런 좌절감은 말을 못하지요. 몇년간 학교에서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집니다.
다만 현실을 보면 수행평가 축소는 마땅히 예측 가능한 지침이었습니다. 저희 학교의 경우도 다면평가가 활발한 편이라, 과목별로 평균 학기당 3.5회 정도의 수행평가를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수행평가 횟수가 많으니 와!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이네! 라고 무조건 긍정적인 신호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수행평가를 정교하게 설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작은 배점으로 간단한 수행평가를 여러번 치르며, 그것을 과정평가 형식으로 꾸려나가는 교사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40점 만점의 논술평가를 설계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10점짜리 논술평가를 4회 치르는 것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것입니다. 학교 내부의 수행평가에는 그런 사정이 있습니다. 당연히, 이렇게 수행평가를 자잘하게 많이 치르는 학교의 경우 한 학기에 35개 정도의 수행평가를 학생들이 치릅니다. 그것을 온-오프라인으로 나누어서 등교주에 모두 몰아서 수행평가를 치른다면. 학생들은 등교주 1주일 동안 8,9개의 수행평가를 치러야 하고, 그 자체가 수업의 파행을 부르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수행평가를 축소하는 교육청의 정책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이었습니다. 발표 한달 뒤, 지금에는 어떤 관련된 논란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자 그런데 왜 지금 지나간 문제를 꺼내서 언급하고 있느냐? 2020년 현재의 학교 교육의 지향점은, 수행평가를 넘어선 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잠깐 이야기를 돌려, 창의적체험활동에 대한 반영비율을 줄인다는 일부 대학의 발표를 조금 돌이켜보겠습니다.
https://moneys.mt.co.kr/news/mwView.php?no=2020062210298083732
코로나로 인해 등교수업이 제한되고, 동아리, 봉사활동, 기타 비교과 활동 역시 제한되니 마땅히 대학에서는 창의적체험활동으로 편성된 비교과활동의 반영비율을 낮출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한편, 실제로 창의적체험활동을 코로나에 대응해 잘 준비해 왔고, 비교과 활동에서 다른 학교보다 앞서나간다고 평가할 수 있는 학교들은 실제로 있습니다. 이런 학교들은 온오프라인 혼합등교 방식에도 불구하고 정말 교사와 학생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가며 창의적 체험활동을 운영해왔는데, 이런 일방적인 반영비율 축소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요? 아쉽고, 억울하겠죠. 당장 아이들에게 부여해줄 수 있던 학교의 경쟁력이 감소하는 것이니까요.
수행평가 감소로 인해 아쉬움을 느끼는 교사들 중에는 이런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나는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수행평가를 준비하고 있는데. 어렵게 수행평가 계획을 변경해서 끌고 왔는데, 그렇게 해서 아이들에게 좋은 생기부 써주고 대학 보내줄 수 있는데, 교육청에선 손바닥 뒤집듯 수행평가 반영비율을 낮추어버리면, 그것이 아이들에게도 불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교육철학 이외에 현실적인 장애도 발생하는 것입니다.
자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수행평가 비중을 낮추니 내가 계획한대로 생기부를 쓰지 못하게 되었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방법은, 수행평가가 아닌, 평소의 수업에서 활동을 강화하고 관찰기록을 남기도록 하는 것입니다.
수행평가에 의존한 생기부 기재는 학생들의 개별 학업능력을 수월하게 기재할 수 있는 틀이긴 합니다만, 실제의 개별화를 그렇게 촉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행평가는 해당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에게 같은 기준과 같은 활동이 부여되는 것이기 때문에, 300명이면 300명이 모두 같은 주제의 활동을, 어떤 항목으로 했느냐 정도에서 차이가 발생하지요. 실상 그렇게 큰 차별성이 보이는 것도 아니란 것을, 생기부를 쓰면서 교사들은 대략 깨우칩니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의 생기부를 보면, 같은 교과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6,70%는 거의 대동소이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죠. 어떤 활동을 했느냐 차이만 발생합니다. 이정도만으로도 대학은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충분히 활용을 하고 있긴 하지만요.
수행평가에 의존하지 않은, 일상적인 활동관찰기록이 사실 지금 학생부종합전형의 핵심 평가항목으로 주목되고 있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개별성"을 크게 좌우할 것이고, 그를 위해선 수행평가를 통한 학생들의 기록 평가가 아닌, 일상의 수업에서의 기록이 평가될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방향으로의 수업 재구성은, 현재 학교 현장에 안착하고 있는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의 교육철학에 잘 배어있습니다. 수행평가를 한다면, 수행평가까지의 수업이 있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학생들의 성장의 기회가 주어졌어야 할 것이고, 오히려 수행평가보다는 일상의 수업이 실제 내밀한 학생에 대한 평가기록자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지요.
그러나 이 길은, 가시밭길입니다. 매 시간 활동물을 구상해야 한다는 것이니까요. 활동지도 만들구요. 매주 인쇄물을 맡겨야 하고, 인쇄물을 세어서, 교실에 가져가서, 아이들이 인쇄물을 마구 흘리고 접어서 콩알로 만들어 친구들에게 던지는 걸 보면서 울분을 참으면서, 다시 야근을 달고 활동지를 제작하는 길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수행평가 기반의 생기부 작성으로 인하여 충분히 개별화되지 못한 생기부보다 오히려 생생하고 다양한 학생들의 성장기록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고등학교 생기부 기재 분량이 축소되는 환경에서는 말입니다.
학생과 학부모들 역시, 이러한 교육의 흐름을 알고 계셔야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다른 우수한 생기부 환경을 갖춘 학교들의 비교우위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지 않으실 것입니다. 수행평가가 축소되었고, 온오프라인 혼합 환경이기에 수업은 밋밋하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생기부 내용은 평면화되는 흐름으로는 가지 않아야 할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