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안됐을 일이긴 해
"온라인 수업에 적응하라는 건 팔 다리 잘린 상태로 살라는 것과 같아요.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이만큼이 비어 있잖아. 팔 다리를 달아주고 채워줘야 문제가 해결되지, 적응을 해서 어떻게 해결을 해요 여러분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험이 끝난 첫날이었고 방학까진 불과 일주일 남았다. 뭐라도 해야지. 나부터. 일단- 나는 글로 쓴 생각을 다시 정리해서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적당한 길이로 요약했다. 푸코의 설명이라던가, 그런 걸 자세하게 할 순 없지.
"야 애들아 오늘 중요한 얘기 할 거니까 누워있지 말고, 소리 꺼놓지 말고 잘 들어요. 알았지?"
시험 끝난 바로 다음날이라 애들이 집에서 어떻게 하고 있을지. 나는 모니터 앞에 앉아서는 몸을 돌려 칠판에 큼지막히 쓰며 설명을 시작했다.
"자...동기라는 게 있습니다. 뭔지는 다 알죠? 어떤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게 동기지. 그런 동기는...우선...내적 동기가 있구요. 뭐, 내적동기라 함은 성취감...자존감...용기...소망...뭐 그런 거고."
바깥에 하나 더 크게 원을 그린 뒤에 외적 동기라고 적는다.
"이 내적동기를 둘러싼 외적 동기가 있어서, 내적 동기와 상호작용을 합니다. 내 자존감...다른 사람이 알아줘야 채워지고, 다른 사람들이 칭찬을 많이 하면 내게도 더 큰 내적동기가 생기죠? 그렇게 보면 됩니다. 그런데 이 외적 동기는 플러스 강화와 마이너스 강화가 있어요. 플러스 강화는 "상"이고 마이너스 강화는 "벌"이예요."
원래는 정적 강화와 부적 강화라고 하는 개념이지만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쉽게 설명한다. 이렇게 얘기를 해도 어디까지 이해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플러스 강화는 내가 뭔가를 해서 이득이 있다. 그렇게 동기가 발생하는 거고, 마이너스 강화는 내가 뭘 하거나, 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손해로 인해 동기가 발생하는 거죠. 엄마의 잔소리, 인생망, 대학...아 대학망이랑 인생망은 좀 구분합시다. 이게 바로 연결되는 건 아니죠. 그리고 예전엔 체벌있었고요."
나열을 하다보면 이런 실수를 한다.
"자 이해되죠? 그런데 여러분들이 한번 생각해보세요. 이 마이너스 강화가 실제 우리에게 발생을 할까? 지금 여러분 인생 망했어요? 이번 학기에 등급 망쳐서 대학 못가? 그건 아니죠? 이 플러스 강화랑 마이너스 강화는 그게 실제 우리에게 닥쳐야 동기가 발생하는 건 아니예요. 그냥 단순히 인식만 하고 있어도 동기는 발생을 하죠. 이해 돼요? 내가 공부를 안하고 있으면 그 순간순간 엄마가 와서 잔소리를 하진 않지?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날순 있고, 그 때문에 공부는 하잖아? 자...알고만 있어도...발생...중요합니다."
여긴 좀 어려우니 모니터에도 따로 메모를 해서 띄워준다. 천천히 천천히.
"그런데 오늘 이야기할 건 이런 부분은 아니야."
나는 분필지우개를 들어서, 마이너스 강화를 설명한 자리를 싹 지워버리고 큰 구멍을 내놨다. 그 자리에 "학교 교실" 이라고 다시 큼지막하게 쓴다.
"자, 마이너스 동기 중에는 학교 교실이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미~쉘~ 푸~코~라고 하는~ 유우우~명한~ 프랑~스의 철학자~께서~ 감시와 처벌~이라는 책에서어어...이 학교 공간을 감옥의 연장선상이라고 이야기했거든. 그러니까 학교는 감시와 처벌이 발생하는 곳이다...공감됩니까?
아무리 쉽게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요정도는 언급은 해줘야 하니까.
"학교에서 여러분들은 마이너스 강화를 인식해요. 그래서 공부를 하게 되죠. 교실에 안앉아있으면, 출첵 걸릴 거 아냐. 피해보죠? 종소리 어때요? 딱딱 그거에 맞춰서 움직이죠? 어기면? 처벌? 그리고 서로서로, 그리고 선생님에 의해서 감시당하고...그러니까 이 학교라는 곳은 마이너스 강화를 통해서 여러분을 공부시키고, 여러분은 12년의 교육과정 속에서 그런 환경을...당하는 거죠.
내가 아까 실제로 마이너스가 발생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식 자체가 동기를 발생시킨다고 했죠? 학교는 그런 곳예요. 실제 불이익을 주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인식시키죠. 그렇게 동기가 발생하. 문제는 뭐냐."
나는 이번엔,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의 동그라미에서 내가 지워낸 자리에 선을 그어, 동기와 학교와 분리시켰다. 가장 중요한 부분.
"지금 온라인 수업 때문에 이만큼이 여러분들의 동기가 뜯겨나가 있다는 거야. 이해 돼요? 이게, 이 마이너스 강화라는 게 나쁜 게 아냐. 인생은 기회비용이기 때문에, 우리의 행위에서 이득도 발생하고 피해도 발생해요. 그건 자연스러운 거지. 플러스 강화와 마이너스 강화 모두가 우리의 동기의 요인이고 그게 여러분들을 공부시키는데, 지금 이만큼이 없어요. 없어졌다니까? 그런데 여러분이 공부를 한다? 그게 말이 되나요?"
목소리가 생각보다 커지고 모니터 속 내 표정은 세상 심각하다. 그런 감정을 스스로 느끼면서도 무언가 가라앉히기 어려울만큼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여러분 온라인 수업에서 공부하기 힘들어. 그게 당연해요. 그런데 지금, 나도 학기 초부터 지금까지는 이걸 환경적인 문제로만 생각했단 말이야. 학교를 못나오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공부를 해야한다고 생각을 했지. 야 근데 적응을 하라고? 온라인 수업에 적응하라는 건 팔 다리 잘린 상태로 살라는 것과 같아요.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이만큼이 비어 있잖아. 팔 다리를 달아주고 채워줘야 문제가 해결되지, 적응을 해서 어떻게 해결을 해요 여러분이? 여러분 지금 팔 다리 하나씩 잘려있는 거예요.
아 물론, 지금도 공부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있어. 걔들은 내적 동기가 높은 애들이지. 근데 다 그렇게 살아야 해요? 오히려 내적동기가 이 손실된 외적동기를 채워버린 아이들이랑,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랑 다 똑같은 교육을 받는 게 문제 아닐까?
자 여러분.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두가지가 있어요. 첫번째는 이거 외적 동기라니까? 외적 동기를 어떻게 채워요 여러분이. 여러분이 해결 못하는 문제예요. 그리고 내적 동기가 높은 애들도 그래. 그 친구들이라고 해서 온라인 수업이 오프라인만큼은 못하잖아. 그 친구들에게도 지금 더 보상을 해줘야 하는 거예요.
두번째 이유. 자...내적 동기랑 외적 동기를 둘러싼 더 큰 원이 하나 더 있어 얘들아. 뭘까? 관계맺음이예요.
길 가는데 아무나 와서 너 예쁘다 빵 하나 먹어. 하면 여러분 받아먹습니까? 상이든 벌이든 그것을 제공하는 사람과의 관계맺음이 존재하는데, 지금 우리가 온라인 수업 때문에 관계맺음이 깨져있잖아. 다시 이거,"
나는 땅땅땅 하고 칠판을 두드린 다음에, 잘려나간 원의 한 복판에 "교사"라고 썼다.
"교사가 해야돼 교사가. 학부모님이 해줘요? 외적 동기인데 여러분들이 해?
내가 원래 작년엔 학기 초에 단톡방을 만들었었어. 그땐 3월 초에 그냥 오리엔테이션 하고, 관계맺음이 바로 되니까, 워 자연스럽게 애들이 들어와서 영어공부 같이 하고 그랬지. 그런데 온라인으로 개학하니까 그게 시작이 안되더라구요. 내가 누군지 알고 오픈채팅방에 너희가 들어와? 그리고 그렇게 얼굴도 직접 안본 선생님이 만든 오픈채팅방에 들어와서 여러분이 나랑 관계맺음이 될까? 안되죠?
제가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부족했어요. 어떻게든 이 상황을 빨리 고민하고 해결을 해줬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한 거 사과합니다. 미안해요 그리고...지금부터라도 합시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지금은 이 이야기를 여러분들이 받아들일 거야. 학기초에 이런 얘기 내가 좌아악 하고, 톡방 만든들, 여러분 그거 못알아들어요. 그런데 지금은 여러분들이 경험한 일이잖아요. 이제 온라인 수업 한 학기 하고 성적표, 화요일엔 등급 다 나옵니다. 그럼 여러분들도 아 이게 아니구나 하고 고민이 들잖아요.
이젠 우리가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닥친 일은 원래 그렇게 발생하는 일이예요. 코로나나 온라인 수업, 이걸 없었던 일로는 할 수 없잖아요. 문제는 우리가 지금부터 이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성장을 할까 생각해보는 거지."
숨이 차다. 나는 말을 쉬면서 줌 채팅방에 링크를 올렸다.
"하...자. 이거 링크 있어요. 여기로 들어와. 오픈채팅방이예요...규칙이...1. 알림은 끈다. 2. 뻘소리도 자유롭게. 3. 영어질문도 자유롭게. 4. 대신 영어질문을 한 사람은 그 대화가 끝나면 캡쳐해서 톡방에 올려주세요.
관계맺음을 위해서 만든 톡방인데 그래서 실제로 애들이 밤 늦게까지 떠들고 할거거든? 그러니까 공부에 방해 안되게 알림은 끄시고. 대신에 영어질문을 한 건 다른 애들도 봤으면 좋겠어. 그럼 나중에 다른 애들이 와서 앨범만 보면 되잖아. 나도 내가 퀴즈낸 건 올려줄 테니까. 알겠죠?"
그 사이 아이들이 링크를 타고 오픈채팅방에 몇명 들어왔다.
"자...설명은 이정도면 될 거고...어쨌든 한 학기 고생했어요. 톡방은 그리고 내년에도...난 아마 거의 항상 1학년인데, 나가진 마요. 내년에 새로 1학년 받아서 방 유지하면서, 여러분들이랑 영어 소통한 것도 1학년이 보고 배우고, 1학년이랑 이야기 나누는 거 여러분들도 보고 하면 좋겠어.
그렇게 해봅시다."
나는 이어서 다음주에 있을 영어경시대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오픈채팅방에서 이야기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