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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Sep 14. 2020

활동지 피드백 방식을 바꿨다

야밤에 활동지 첨삭해주는 삶도 나쁘지 않아.

 거꾸로 수업의 가장 큰 단점은 아이들이 수업 영상을 보고 와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겐 매일 매일의 가정학습이 교실학습과 연동되는, 매일의 숙제와 같은 것인데 이것이 이상적으로만 굴러가진 않는다. 일주일에 2~3시간 수업 정도 편성된 서너개 과목이 거꾸로 수업만 해도, 아이들은 정말로 매일 수업영상을 미리 보고 와야 한다. 실제로 한 때 나를 시작으로 우리 학교에서 거꾸로수업이 제법 활발하게 확산되었는데, 1학년 아이들이 여러과목의 수업영상을 챙겨보는 것에 적잖게 피로감을 호소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꾸로수업의 기본 전제가 교과수업을 영상을 통해서 하고 모둠학습, 활동학습을 교실에서 함께 하는 것인데 이런 틀을 흔들 수는 없고, 수업을 정말로 잘 조직화해서 아이들이 수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도 역시 고민할 나름. 그렇게 해서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면 아이들과 함께 성장을 하는 것이고, 그런 고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아쿵! 하고 또 다른 수업 재구성의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거꾸로수업이 아닌데 지금 거꾸로수업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가 지금 아이들이 겪는 숙제의 고민을 하고 있는 탓이다. 가정과 교실학습의 연계, 학습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고민...인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수업 피드백의 방식을 바꿨다. 매 시간 만들어서 아이들이 제출하는 수업활동지의 영작 피드백을 지금 밤에 쓰고 있다. 



 상황은 이렇다. 원래는 수업이 시작되면 사전영상을 보고 왔다는 전제 하에 빠르게 모둠을 편성해서, 활동지를 하도록 아이들을 갈라주고 나는 모둠별로 줌 소회의실에 들어가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독려한다. 서너 모둠을 돌고 나오면 15분에서 20분이 남는다. 그 사이에 작성 제출된 활동지들을 첨삭을 해준다. 


 이런 이런, 큰 결함이 있다. 잘 한 아이들만 첨삭을 받는 구조다. 온라인수업이라 모둠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고1 1학기라서 아이들이 충분히 영작을 중심으로 한 문법과 독해 수업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라서 기초적인 실수가 매우 반복되는데, 다섯학급 모두 똑같은 말을 여러번 해야 한다. 


 그래서 수업 방식을 바꿔서 그냥 사전영상을 보든 안봤든 활동지를 할 수 있도록 대략적인 수업을 내가 하기로 했다. 그것도 실제 수업하듯 꼼꼼하게. 그리고 중간중간 아이들에게 많이 시키고 있다.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겠어요"다. 그래도 예전보다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은 증진되고 있다. 아이들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줄 시간도 많다. 전체 아이들이 모인 가운데 30분 이상 떠들며 수업을 하니까. 


 내가 수업을 하는 만큼 줄어든 첨삭과 영작 피드백은, 깔끔하게 "따로" 하기로 했다. 아이들과 만든 오픈채팅방을 이용해서다. 이 지점에서 나는 거꾸로 수업을 처음 시작할 당시의 사전수업 영상을 떠올렸다. 부지런히만 하면 한시간이면 다섯학급의 영작 답안들을 모으고 그에 대한 첨삭을 해줄 수 있다. 대신 5학급의 분량이 모여서 내 노동량이 늘어난 만큼 다섯학급의 아이들이 모두 공유하는 내용들이 더 풍성해지고, 내가 같은 내용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거꾸로수업을 아이들이 모두 보고 와야 하는 구조에서 나 한사람의 준비로 아이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구조다. 물론 거꾸로 수업이 훨씬 수업의 효과가 좋지만 그것은 정상적인 교실수업 환경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 코로나 환경에서라면. 수업의 틀은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다섯학급 전체적으로 해당 차시의 수업이 끝나면 답을 모아서 첨삭을 해주는 실험 진행중이다. 아이들도 처음, 나도 처음. 무엇보다도, 변화하는 상태 그 자체가 교육의 최상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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