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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Oct 24. 2020

<가짜사나이> 논란을 이해하는 여섯가지 키워드

공감 / 공포 / 문화 / 플랫폼 / 수용자 / 출연자

0. 가짜 사나이

 가짜 사나이 논란은 뉴미디어 시대의 컨텐츠 제작의 명과 암을 모두 보여준다. 밝은 면은, 대규모의 자원을 갖춘 방송국이 아닌 소규모 프로덕션으로도 충분히 고퀄리티의 방송 컨텐츠와 그에 따르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었고, 어두운 면은 바로 그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미디어 수용자의 피드백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간략히 여섯가지의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1. 공감

 미디어의 기능으로서 "사회화"가 있다. 대중매체를 통해서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공통분모를 찾아내서 동일한 집단의 정체성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군대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에 대해서 군대를 다녀와 본 사람들은 <가짜사나이> 방송을 보면서 공감을 하고, 군인으로서 가졌던 자신의 집단적 정체성을 회상한다.

 반면 군대를 안 가 본 사람들은 군대에 대한 호기심을 일말이나마 충족함으로써, 군대에 대한 공감대를 뒤늦게 이룰 수 있게 된다. 그러한 공감대는 사회집단 속으로 적응에 기여한다.

 <가짜사나이>의 원본인 <진짜사나이>부터, 군대 프로그램이 그 윤리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제작되는 것은 이런 측면이 있다. 미디어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으로서 "사회화"라는 검증된 시청률의 견인효과를 미리 갖추고 있다.


2. 경고

 언론학에는 "좋은 뉴스 나쁜 뉴스" 이론이 있다. 쉽게 말해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 어느 쪽이 사회에, 대중들에게 이로운지를 고찰한 연구인데, 여러가지 연구에서 공통적인 결론은 <사람들은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을 더 많이 택한다.>였다. 이런 연구 결과에 힘 입어서 "좋은 뉴스만 많이 내자"류의 사회운동도 잠시 있었다가 사라졌다.

 왜 사람들은 나쁜 뉴스를 선호할까? 여러가지 이유 중에 <가짜 사나이>와 유사하게 작용하는 것은 "공포와 경고" 심리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도로 위에 다섯명이 서 있는데 그 중 한사람이 벼락을 맞았다. 나머지 네 사람이 체험하는 감정은 무엇일까? 바로 공포와 경고, 그 다음으로는 만족이다. 만족의 발로는 두가지인데, 첫재는 내가 벼락을 맞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사실. 그리고 "벼락을 맞는다."라는 사건이 한번 발생하였으므로 그 사건이 발생할 일정 확률이 충족되었으니, 그런 일이 다음에 내게 일어날 확률은 더욱 낮아졌다는 예측이다.

 가짜사나이는 폭력을 보여준다. 물론 합의된 폭력으로서 훈련과 얼차려를 보여줍니다. 당연히 출연자들은 침까지 질질 흘려가며 고통스러워하고 낙오와 열외를 당한다. 이 과정에 출연자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우리의 심리에 자리하고 있는 공포심이 미디어를 통하여 외부에 전시된다.

 공포영화가 인기를 얻는 심리, 사람들이 땀을 흘려가면서 불구경을 하는 심리에는 이러한 "좋은 뉴스 나쁜 뉴스" 이론이 연관되어 있다. 그것이 <가짜 사나이>의 인기 비결이기도 했다.


3. 문화

 미디어의 2차 기능으로서 문화 생성 기능이 있다. 유행어처럼,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서 확산시키는 기능을 한다. 교육과 사회화의 결과로 기존의 사회유산을 전수하면서 새로운 개념과 가치, 문화가 파생되는 과정이다.

 <가짜사나이>의 주인공들이 일단 제작자 김계란 씨부터 헬스 트레이너로 대단히 큰 유명세를 얻은 셀럽이다. 다른 출연자들 모두 유명 스트리머, 크리에이터들이다. 출연진들부터가 연예인들처럼 고유한 캐릭터가 있고, 고유한 고정 수용자들을 보유한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군대의 폭력을 마주하는 가운데 보여주는 자신의 모습. 이것이 <가짜 사나이>의 컨텐츠이면서 배경이다. 기존의 문화 컨텐츠의 수용자들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낸 일종의 미디어 믹스 사례.

 그러나,


1. 플랫폼

 유튜브는 미디어 컨텐츠의 질 관리가 굉장히 취약한 플랫폼이다. 자체 알고리즘과 제작 가이드라인이 있어서 어느 정도는 규제가 되고 있으나, 컨텐츠의 질 관리를 최종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으로서의 판단력을 요구하는 직무다. 그러나 유튜브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한 사람의 관리자가 감독해야 하는 영상 제작물이 수만건씩 업로드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영상에 대한 관리가 된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당장 댓글 하나만 해도 그렇다. 영상마다 달라붙는 수천 수만건의 댓글을 개인/소규모 크리에이터가 통제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유튜브만 막으면 되나? 크리에이터 개인 인스타 계정까지 찾아와서(당연히 오피셜 계정들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자신의 수익에 직결되기 때문에 대부분은 SNS를 유지한다.) 다른 사람의 댓글 캡쳐본을 보내며 해명이나 사과를 요구한다.

 즉, <가짜 사나이> 논란과 비극의 시발점은 컨텐츠의 질 관리가 굉장히 취약할 수 밖에 없는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하여 송출되었다는 점이다.


2. 수용자

 왜 Cancel culture가 국내에서 공론화가 되고 있지 않은지 도무지 모르겠다. 우리 나라 언론인들과 지식인들의 무능 나태 방만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나는 생각한다.

 Cancel culture는 미국에서 논의된지 이미 수년이나 된 수용자 주권행동의 한 유형으로서, 집단적 의사표현을 통하여 특정인을 사회적으로 배제(Cancel)하고자 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미 이러한 미디어 수용자의 집단적 주권행사는 <무한도전>의 정준하, 노홍철, 장동민을 둘러싼 논란, 각종 게임과 웹툰에서의 "페미니스트 검열" 논란을 통해 수차례 국내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공포와 경고가 인간의 원초심리의 영역이듯, 행위를 통해 효용감을 느끼는 집단의식이라고 하는 원초심리의 영역이기 때문에 현재 대한민국 곳곳에 Cancel culture가 만연하다. 그 극명한 사례가 이번 <가짜사나이> 논란에 벌떼처럼 달라붙어 악플을 쏟아낸 개인들이다.


3. 출연자

 가장 비극적인 원인이다. "일반인 참여 방송 제작"의 헛점에 대하여 <가짜사나이> 제작진들은 너무나 무지했다.

 대표적으로 <골목식당>의 경우 지역을 옮길 때마다 반드시 "빌런"이라고 하는 나쁜 식당의 사례로 홍역을 치르곤 한다. 대표적인 것이 성수동 경양식집, 생선구이집 두곳과 포방터의 홍탁집. 이중에 성수동 가게들은 아예 "악마의 편집"이라며 대대적인 저항에 나서기도 했다.

 일반인 출연자들은 미디어에 출연함으로써 겪게 되는 문제점들과 위협에 대하여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그것에 대처할 능력도 없다. 그래서 현재 스트리머들조차 MCM과 소속 계약을 맺고 각종 관리와 법무를 대행받는 것이다.

 애초에 <가짜사나이>는 전원 일반인들을 참가자로(시즌2에선 조금 달랐지만) 선발해 진행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프로그램 제작에 굉장히 큰 변수를 안고 시작하는 것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까지나 책임 제작자는 김계란씨 측이었기 때문에 출연자들이 만들어내는 문제는 결국 제작진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어 있었다. 그런 점을 당연히, 몰랐을 것이고.


맺음말

 미디어 글로벌화가 계속되면서 이제는 개인 유튜브 방송조차 해외 시청자들이 보는 수준이다. 통번역 기술의 발전과 노하우 축적으로 스트리밍과 같은 개인제작 컨텐츠조차도 파급력이 커지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더 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봄직하다.

 아직 각종 법령이 정비되지 않은 사각지대에서 여러가지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하여 제작자들이 조금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이기도 하다. 당연히 유튜브 광고 및 구독 수익에는 누구라도 판단력이 흐려질만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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