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존 Jul 04. 2021

빛과 진실의 시간

개와 늑대의 시간은 가고


© AJ Frena

 

'해질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 이때는 선과 악도 모두 붉을 뿐이다.'

 - MBC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검찰 쿠데타'가 한창일 당시 윤석열이 누구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왜 검찰총장에 발탁했는가를 두고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을 표출했다. 인사참사다, 이명박 라인이다, 아니다 충심으로 하는 일이다. 대통령은 그를 왜 발탁한 것인가? 어리석은 짓이었다, 아니다 속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다 그게 대통령 능력의 한계였다 등등. 정권은 순항중이었고 지금까지세간의 주목을 받아온 민정수석이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의 기조를 이어갈 새로운 법무장관으로 발탁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검찰의 너무나 예측하기 어려운, 아니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방식의 총력 쿠데타는 말그대로 정국을 소용돌이 속으로 밀고들어갔다. 개와 늑대의 시간.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모든 것이 불분명해지는 어둠의 시간.


 윤석열의 정체가 밝혀지는데에는 꼬박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아내와 장모의 비리, 그것을 본인의 검찰로서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무마해준 혐의가 뚜렷이 드러나며 호랑이도 늑대도 아닌 덩치 큰 승냥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부정할 수 없는 진실로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해졌던 형체들 - 그가 이명박 정권 출범에 기여했고, 정권 내내 꽃가마를 탄 특수통 라인이었다는 것, 피의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징계를 받았다는 점 등이 비로소 의혹과 견해의 영역으로부터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확고한 사실의 영역으로 이동했다.


 그가 총장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은 그 직무를 실제로 수행하기 전에는 예측을 하기 어려운 문제였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와 별개로 지금까지 윤석열이 저질러 온 각종 비위만으로도 충분히 검찰총장으로서 부적절하기 때문에 그것을 알고도 검찰총장에 앉혔다면 인사권자 본인의 실수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것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파악하고도 그 자리에 앉혔다. <조국의 시간>에 따르면 청와대 참모는 대부분 그 인선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를 뽑았다는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 본인의 의중이었을 따름인데, 단지 대통령이 무능했던 것이라면 그 뒤에 추미애 장관을 후임 인선하고 윤석열의 총장 재직 시기의 전횡에 대한 강력한 제제를 단행한 사실과는 상충한다. 대통령은 윤석열에 대해 오판했던 것일까? 추미애는 대통령의 무능, 민주당의 무관심 속에서 독자적인 직무수행을 했던 것일까?


 이와 같이 윤석열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이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선에 대한 의혹으로 전이되는 것처럼, 하나의 진실이 드러나는 동안 또 다른 진실은 어둠 속으로 감추어진다. 한편에 검찰 쿠데타를 견제했어야 할 민주당의 역할과 기능, 그 시기 주요 인사들의 행적에 대한 논란도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대통령의 말을 받아 "조국에게 마음의 빚이 없다"며 검찰쿠데타를 웅호하는 발언을 한 이낙연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는 이명박 박근혜에 대한 사면 발언까지 하여 스스로 논란을 초래하는 한편, 2년간의 총리 재직 시의 성과나 당시의 대권후보의 위상을 상당히 잃어버리고 개였던 것인지 늑대였던 것인지, 사람들의 의구심 넘치는 시선을 받고 있다.


 거기에 대선후보를 뽑는 민주당 경선이 시작되니 끝내는 조국 일가에 씌워진 혐의를 여론작업에 이용하려는 민주당 내의 일부 인사들의 부적절한 행동까지 발생하면서, 이제 눈 앞에 있는 저것이 개인지 늑대인지의 수준을 넘어 도대체 날은 밝을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 저물어있는 시간이 맞기나 했던 것인가의 문제로 사람들의 의구심은 확대되고 있다. 수천만명의 사람이 힘을 모아 어렵게 맞이한 신새벽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민주당도 대통령도 모두 무력하고 무능한 존재였던 것일까? 이 어둠, 검찰과 이명박의 세상에서 벗어날 길은 없는 것일까? 검찰 쿠데타 이후 우리가 걸어온 시간은 바로 그런 어둠이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이 발생하는 것은 모든 존재에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물리법칙이다. 살아있는 것은 반드시 소멸하고 허무의 공간도 언젠가는 채워지게 된다. 빅뱅으로부터 시작된 우주의 팽창도 결국 팽창이 끝나고 대수축이 발생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 것처럼, 영원한 영광은 존재할 수 없고 반대로 끝없는 절망이란 것도 있을 수 없다. 밤이 언제 끝날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어둠이 고통스러울 뿐이다. 반대로 조국처럼 아침이 밝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면 그 본인이 사지가 잘려나가는 괴로움과 분노를 겪더라도 그것을 견뎌내는 것. 아침을 보는 눈이, 개와 늑대의 시간을 견디는 힘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부분에서 가까운 시간 내에 진실이 밝혀지고 죄를 지은 자들은 처벌받을 것이며, 각자가 올바른 판단을 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는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시대의 어둠 속에서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비로소 알게 될 것이라고. 물론 그것은 5년 단임제의 대통령 임기에 따라 발생하는 빛과 어둠의 자리바꿈이다. 국민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권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시기가 될 때 모두가 눈 앞에 드러난 사물들을 제대로 목격하게 되고, 각자의 견해는 담화에서 비로소 생명력을 발휘한다. 우리가 어둠의 시간을 살아남기 위해 손에 쥐고 있었던 몽둥이가 참나무였던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다리뼈였는지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러니까 한국 정치사의 빛과 어둠은 결국 국민이 민주적 주권을 발휘할 수 있을 때인지 아닌지에 따라 생겨난다는 것인데, 발광체 즉 빛나는 태양은 대통령 또는 그 후보가 아니라 아마도 우리 스스로인 것은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몇가지 사실을 빛으로 향하는 길목에 두어보자면, 검찰 쿠데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장본인인 윤석열의 검찰총장 발탁은 그 뒤의 대처까지 미리 마련해 둔 충분히 계획된 인사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에 협조하는 검찰총장은 나올 수가 없다."라고 분명히 단언한다. 어떤 검찰총장도 스스로 권력을 포기할 수 없는 근본적인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에 조국 전 장관이 발탁된 순간 전면적은 예고된 것이었다. 그 또한 5년 단임제의 대통령 임기 하에서, 초기의 2년간의 정지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는 국면이었다. 검찰이 언론, 야당과 연합하여 100군데 압수수색을 하고 별건수사로 표창장 같은 황당한 건수를 잡아 막장으로 기소를 하는 그런 일까지는 예측하기 어려웠을 테지만, 그 2년간의 대전쟁이 끝난 지금 받아든 성적표는 윤석열이 검찰권력을 거의 와해 수준으로 망가트려놓았다는 것. 반면에 민주당은 여전히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카드를 쥐고 검찰 스스로 윤석열의 전횡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섬멸전만이 남은 압도적인 승리. 선봉장 조국 전 장관만이 문재인 정권이 입은 손실이었다.


 조국 장관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 계파에 따른 갈등 역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사라지게  것이다.   장관 스스로 가족의 피를 찍어 써내려가는 고통을 안고 <조국의 시간> 출간했고 그에 대하여 민의가 이보다  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화답을 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조국의 등에 칼을 찔러넣으려는 세력이 있지만 쉽사리 제압되었고,  때는 조국에게 마음의 빚이 없다던 이낙연  당대표가 그를 엄호하는 발언을 하는 것에서 보이듯이 검찰 쿠데타로 인해 발생한 중간층의 여론 동요 자체도 과거에 비해   없을 뿐더러,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로 민주당 지지층에 확고하게 조국 지지의 여론이 모이고 있다. 물론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지난 2 내내  여론이 물리적인 규모로 드러났었을 테지만. 그러므로 결국 민주당 경선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어떻게 검찰개혁을 마무리하고 조국  장관 가족의 망가진 삶을 복구할지 하는 논의와 사회적 성찰이 이루어지게  것이다. 언론개혁, 징벌적 손해배상제, 야당의 범죄행위들까지 함께 말이다.


 그러는 동안에, 쏟아지는 태양볕 아래 그 빛과 어둠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선택할 자가 개였던지 늑대였던지도 백일하에 드러나지 않을까. 윤석열 이낙연 두사람의 경우 어둠의 시간 동안 얻어낸 지지세가 스스로에게 치명상이 되고 있다. 이것은 국민들이 저지른 실수다. 진실이 가려져 있을 땐 무엇이라도 의지할 수 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개인지 늑대인지 알 수 없을 때 섣부르게 털을 쓰다듬으려 해선 안되는 일. 그런데 민주당 지지자들도 야당의 지지자들도 무엇이 그리 급했던 것인지 정체를 완전히 알기 전에 그들에게 길을 인도하도록 했다. 단지 자신의 길을 걷고 있었던 짐승들은 사람들이 자신을 좇기 시작하니 그 길이 진실로 향하는 것인줄 알았다. 사람들이 택했던 것이 개였다면 길 끝은 넓은 평원이 될 것이고, 만약에 늑대였다면 뼛조각이 쌓여있는 절벽이 될 것이다. 물론 본능에 따랐을 뿐이던 짐승에겐 죄가 없다. 자신이 무엇인가가 스스로의 결과를 낳을 뿐.


 그러나 사람들에겐 아직 가야할 길이 있고, 또 다시 어둠은 필연적으로 찾아오고야 말 것이기 때문에 가장 날래고 용맹한 개가 선택되어 늑대들을 멀리 멀리 내쫓을 책무를 받아들고 길을 안내하게 될 것이다. 다음의 어둠을 어떻게 맞이하느냐는 가장 용맹한 개를 어떻게 골라내느냐의 문제이니, 만천하에 진실이 드러나는 빛의 시간을 어떻게 저마다가 살아내는지 그 또한 우리 자신이 무엇인지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