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23)
여름이 되어 에어컨을 매일 켜고 있는데, 바깥양반은 더위를 타는 편이라 24시간씩 내내 돌아간다. 그리고 내가 좀 춥다 싶어서 잠깐 끄면 귀신같이 알아챈다. 그래서 빨리 켜라고. 한편 내 입장에선 우선 살림을 해야 하니 고등어조림을 한다거나 볶거나 튀기면 환기를 해야 하고, 그럼 에어컨을 끄고 앞 뒤 창문도 열어야 한다. 그걸 바깥양반은 더워서 또 야단이다. 대충 시켜나 먹으면 환기를 오래 할 일도 없는 판에 굳이 요리씩이나. 어제 고등어조림은 비주얼적으로다가 아주 만족스러웠지만.
내 경우엔 에어컨을 안 쓰고 30년 넘게 살아서 더위에 어지간히 강하고, 잠을 깊이 자는 터라 열대야도 별로 타지 않고, 찌면 찌나부다 타면 타나부다 하는 성격이라 에어컨 없어도 어지간하면 참는편이다. 오히려 다른 가정집에 보이는 남녀 입장이 뒤바뀌어 있다. 오히려 찌는 더운날이면 뜨거운 커피 한잔 앞에 놓고,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선풍기 틀고 버팅기다가, 그러다가 덥다 싶으면 찬물 좀 끼얹고 가만히 앉아있는 그런 고전적인 피서를 하고 있는데, 어림도 없이 바깥양반은 바~로 에어컨을 켠다.
그거 전깃세 나와봐야 얼마나 나온다고, 돈이 아까운 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문제. 창문 열고, 물 끼얹고, 그렇게 밥도 하고 환기도 하고 그렇게 살다가 정 못참을 때 쯤에 에어컨 켜고 살면 되지 싶은데, 어제는 마침내 그 대사를 하셨다. "에어컨 키고 솜이불 덮고 자면 얼마나 좋은데?"
그래 뭐. 이런 것도 같이 사는 재미지. 아. 임신 때문에 기초체온이 올라가서 더 더위를 타는 것도 있고, 원래 몸이 차서 손이 얼음장같던 바깥양반의 기초체온이 올라간 것이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 점도 있다. 뜨거운 손이 아이를 낳은 뒤에도 식지 말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