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지니 납량중편 #1

흔한 학교 괴담

by 공존

"너 혹시 걔 알아?"


K고등학교에는 오래되고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러나 누구도 알아서도 생각해서도 안되는 전설이 하나 있다. 미리 말해두건데 그 전설은 어두운 교정, 움직이는 동상이라거나 실험실의 피 흘리는 포르말린 속 생명체와는 달랐다. 너무나 일상적이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전설. 학교의 역사 속에 켜켜이 쌓인 그 어린 생명들이 만들어낸, 말하자면 하나의 비극이었다.


일제시절에 세워져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K고등학교는 애석하게도, 대학입시가 과열되고 치맛바람이 과격해지던 7,80년대부터 해마다 학생 한둘이 학교에서 자살을 해 왔다. 인터넷도 없고 언론에서의 보도통제가 심했던 독재정권 시절이라 요즘처럼 <어느 지역 중학생 자살>, <어느 지역 고등학생 자살>과 같은 뉴스가 횡행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지만, 그 학교를 무사히 졸업한 이들은 그 학교의 전설과, 우연히 목격하거나 소문으로 전해들은 친구의 죽음이 화젯거리로 떠오르면 하나같이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성급히 서로 입단속을 해 버리곤 했다.


그 이유는 바로 그 자살과 관련된 일종의 소문, 아니 증언이었는데 그 증언이란 다름 아닌 자살한 아이의 행적을 좇는 과정에서 주변 친구들에게 한결같이 나오곤 했던 묘한 일치된 발언이었다.


"우리 반에 이상한 친구가 하나 있다는 거예요...누군지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죽은 아이가...걔 알아? 좀 이상하지 않아? 이런 말을 하더니 다음날에..."

"저랑 같이 주번이어서 체육시간에 내려가지 않고 교실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누군가를 유난히 빤히 보더니...점심시간에 꼭대기 층에서 뛰어내렸어요..."


매번 학교에서는 자살한 아이에 대한 조사를 비밀리에 진행하고, 주변친구들에게 입단속을 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해마다 해마다 거듭되는 그 비극에서 발견되는 공통적 현상, <죽은 아이가, 누군가에 대한 언급을 했다>라는 사실은 처음에는 막연한 풍문과도 같다가, 죽음이 끊이지 않고 계속 반복되면서 차츰 뚜렷한 확신으로 변해갔다. 게다가, 이러한 확신이 그야말로 전교생이 알고 있는 수준으로 확산되었을 때쯤 발생한 또 한번의 죽음, 그리고 그날 희생자가 했던 말은 학생들에게 충격과 함께 극심한 공포로 마치 바이러스처럼 확산되었다. 아마도 이 전설 속에서 가장 유명하게 알려진 그 학생은,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너 혹시 걔 알아?"라는 말을 친구에게 한 그날 밤, 자기 방에서 목을 멘 시체로 발견되었던 것이다.


이미 소문이 퍼질대로 퍼진 마당에 이 사건은 치명적인 일이었다. <우리 교실 속에 누군가를 발견한 사람은 죽는다.>라는 결정적인 명제가 확증처럼 굳어진 것이다. 귀신? 사람들의 상상력에 맨 처음 그리고 유일하게 떠오른 단어는 빠르게 전설에 살을 붙였다.


<학교에 귀신이 있다. 그리고 귀신이 누구인지 발견한 사람은 죽는다.>


K고등학교의 전설은 이 때문에, 누구와도 말할 수 없는 것이 규칙처럼 굳어졌다. 인간의 호기심은 놀라운 것이어서 어떤 의혹을, 스스로 증폭해나가는 속성이 있었으므로 같은 반 친구에게 묘한 점을 발견했을 때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호기심이 관찰로 이어지고, 그리고 관찰이 확신으로 굳어진다면? 우리반 친구가 귀신이라는 것을 내가 알게 된다면? 나는 살아남을 것인가? 만약에 혹시라도 친구가 나에게 "너 걔 알아?"라는 말을 해서 내가 그 아이에게 눈길이 가게 된다면? 마치 대학 캠퍼스같이 빼어난 교정으로 이름난 K고의 흩날리는 단풍을 배경으로 옥상으로부터 추락하는 어린 생명의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기괴한 것이어서 수 많은 학생들은 그 상상을 아니 할 수 없었으나 동시에, 그 정체를 알게 되면 나도 그들처럼 죽게 될 것이라는 오싹함의 근원인 그 귀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애써 학교의 전설을 외면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모이면 학생들은 억지로라도 공부이야기, 연예인 이야기, 학원친궁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누구라도 그 전설을 입에 올리려 하면 모두가 자리를 떠났다. 그리하여, K고의 전설은 <감히 타인에게 의구심을 품고 관찰해서는 안된다>라는 규칙의 확립과 더불어, 정말로 그로 인해서 죽음이 그쳤던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마침 근 10년간 발생하지 않았던 자살사건으로 인하여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말할 수 없는, 끝내 벗어날 수 없는 공포로 남아있다.


...그리고 연이은 자살의 역사마저 학생과 교사들에게 흐릿해져가던 아주 가까운 최근의 어느날, 평소처럼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한 무리의 학생들이 학교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지원은 그들 중 한명으로, 키가 크고 성격이 유쾌한 학생이었다. 학교 교문을 빠져나오며 친구들은 거의 흩어진 참이었는데 그때가 되어서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 정현에게 큰 소리로 말을 했다.


"아! 폰! 충전!"

"뭐야? 놓고왔냐 등신."

"으아~ 짜증나네 빨리 갔다올게 배고프면 먼저 가."


쏜살같이 달려나가는 지원을 보며 정현은 잠깐 고민했으나 어차피 정문에서 고작 10분도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집이 있기도 하고, 저녁으로 먹은 급식의 메뉴가 입맛에 맞지 않았던지라 이내 발길을 돌렸다. 골목을 돌아 학교가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한번 뒤를 돌아보았을 때, 일부는 꺼지고 일부는 불이 밝혀진 학교의 복도가 보였다. 다시 한번, 지원을 기다릴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단톡방에 지원의 메세지가 울렸다.


-찾았다ㅋㅋㅋㅋ

-병신아ㅋㅋㅋㅋ

-뭐야 지원 또 폰 놓고옴?ㅂㅅㅋㅋㅋㅋ

-시발 아저씨가 아래 다 불 꺼놔서 개소름

-빨리 나오기나 해라 민폐 모 야메룽다ㅋㅋㅋ

-너 때문에 맨날 정현이 배곯음ㅋㅋㅋ키도 제일 작은 새끼가 뼛골보소ㅋㅋㅋㅋㅋ


방금 함께 교문을 빠져나오며 각기 흩어진 6명의 친구들이 모인 단톡방은 지원의 폰 이야기 덕분에 평소보다 빨리 수다스러워졌고, 그 누구도 이후의 사건을 상상하지는 못했다.


<어? 저거 뭐지?>


라는 말과 함께 지원은 사진을 한장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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