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지만은 않았으면 하는 학교 괴담
지원이 단톡방에 올린 것은 복도에 서서 창문을 통해 교실의 안을 찍은 사진이었다. 복도는 환했으나 교실은 어두컴컴했고 책상과 의자를 뒤로한 그 어둠 너머로 다시 창문이 보였다. 창문엔 커튼이 모두 쳐져있었고 딱히 무엇이 보일만한 사진은 아니었다.
-지랄마 등신아 이딴 걸로 누가 겁을 먹냐ㅋㅋㅋ
-또 시작이다 지랄지원ㅋㅋㅋ
-ㅋㅋㅋ병신
-저거 신발 아냐?
-신발? 어디?
[인영 님이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인영은 단톡방의 친구들 중 말수가 가장 적고 책을 좋아하는 조용한 성격이었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취향도 조금은 독특한 대신에 누구의 말이든 부드럽게 잘 들어주는 편이기 때문에 지원의 수다를 잘 받아주며 이 친구 무리에 어울리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인영이 알 수 없는 말을 꺼냄과 동시에 방을 나가버린 것이다.
-? 뭐야 인영이
-왜 오늘은 다들 병신력을 상승시키려고 발악이지ㅋㅋㅋ내가 ㅊㄷ함
[수현 님이 인영 님을 대화방에 초대했습니다.]
-인영 너 뭐야 신발이라니ㅋㅋㅋ
-지원이는 또 왜 잠수야 저 사진 보내놓고?
-그러게. 야 이지원 빨리 집에 기어가ㅋㅋㅋ
-병신들ㅋㅋㅋ난 먼저 잘래ㅋㅋㅋ
-어어ㅋㅋㅋ난 라디오스타 보고 잘란다
-인영이 뭐함?
-인영이 안읽는듯
-신발은 무슨 신발이야 학교에 널린게 신발인데 신발년ㅋㅋㅋ
-ㅋㅋㅋㅋ잘들 노는듯 다 얼른 식고자라
킥킥대며 채팅을 하던 정현은 어머니가 차려주신 야식을 조금 먹고 씻은 뒤 잘 준비를 하고 누웠다. 침대에 앉에 독서를 조금. 불을 끄고 누워 폰을 비로소 다시 만졌을 때 단톡방에는 200개가 넘는 대화가 쌓여있었다.
(병신들 잘들 논다.)
어둠 속에서 피식 웃고는 단톡방을 열었다. 대화 대부분은 여섯명 중 가장 오래 사귄 친구인 수현과 준연의 것이었다. 사실 이 무리도 수현과 준연 두명이 한명 두명 더 친구를 사귀어 만나서 다 함께 몰려다니게 된 식이었다. 둘은 활발하게 우스갯소리를 하거나 웃긴 사진, 유행어들을 써가며 현란하게 단톡방을 수놓는 유형의 분위기 메이커들이었다. 여섯명 중 남은 한사람, 라디오스타를 보고 잔다던 건희는 만사 귀찮아하는 구석이 많은 기분파였다. 정현이 잘 준비를 하는 사이 건희도 TV를 다 본 것인지 간단히 인삿말을 써두고 잠을 청하러 가버린 뒤였다. 그러나 정현이 대화창을 죽 내리며 수현과 준연의 대화를 구경하는 동안, 결국 인영과 지원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현은 대화창을 한참 올려서 다시 사진을 보았다. 복도의 흰 벽, 어두운 창문 속 교실의 풍경, 책상과 의자 너머에 커튼이 내려진 창이 다였다. 익숙한 교실의 풍경. 신발이라고 할만한 건 보이지 않았다.
(아 뭐지...인영이는 뭘 본 거야?)
혹시 수현과 준연은 찾았을까, 정현은 물어볼 생각에 사진창을 끄고 다시 대화창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그 둘의 대화, 6명의 단톡방의 맨 아래엔
-숫자 계속 3이네
-방금까진 4였잖아 누가 읽었지? 정현인가?
-ㅇㅇ건희는 아님. 걘 잔다고 하면 잠ㅋㅋ
-뭐야 지원이랑 인영이는 끝까지 용기있게 잠수타네 내일 디질라고ㅋㅋㅋㅋ
-인영이는 비범한 병신 지원인 평범한 병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혹시 그거 아냐?
-뭐?ㅋㅋ
-아 있잖아 그거...
[수현 님이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 아 ㅅㅂ
[준연 님이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순간 정현은 소스라치게 놀라 폰을 떨어트렸다. 공중에서 낙하한 폰은 그대로 콧잔등을 때렸다.
(뭐지? 뭐야 지금 둘 다 나간거야? 뭐야 이게 그 사진이?)
차마 폰을 다시 열어서 사진을 확인할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정현의 머릿속엔 의구심과 함께 학교의 전설, 그리고 교실의 모든 아이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밀려들어왔다. 그 생각은 너무나 빠르고 혼란스러웠고 동시에 극심한 공포를 몰고왔다.
<알아선 안된다>
강박적인 생각은 아이들의 얼굴을, 잊게 함과 동시에 떠올리게 했다. 정현은 이불을 뒤집어썼다. 완벽한 어둠. 그러자 이내 텅빈 공허가 귀를 두드렸다. 맥박소리, 피부를 스치는 마찰음, 환청, 공상, 망상. 상상할 수 없는 찰나에 찾아온 출구없는 공포, 암흑의 그림자를 무엇이라 형언할 것인가.
침대를 뛰쳐나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간 것이 찰나인지 영겁인지, 흑백의 맹렬한 빛무리가 두 눈을 가득 채운다. 비로소 어둠으로부터 탈출한 정현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어머니는 소파에 반쯤 누워있던 몸을 부스스하게 일으켜세웠다.
"무슨 일이니?"
".....!"
어안이 벙벙한 채로 서 있는 정현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시던 어머니는 다시 TV로 고개를 돌렸다. 거실 창밖의 뿌연 빛무리. TV 속 중년 연예인의 모습. 작은 TV 소리를 압도하는 냉장고 모터 소리. 살아있는 나의 삶의 공간. 그 모습을 보고서야 정현은 말을 뱉어낼 수 있었다.
"아 아냐 엄마. 방, 덥네 나 그냥 방문 열어두고 잘게."
방으로 돌아온 정현은 그렇게 밤을 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