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저는 방학 전에 애들한테 최대한 보여주거든요 개별적으로 애들한테 톡을 하라고 하거나 해서."
"아 그건 네 생각이고, 그걸 어떻게 선생님들한테 다 하라는 거야."
"아 하라는 건 아니고, 난 그렇다, 설명을 하려는 거죠."
"그래요 샘, 규정 상으로도 어렵고."
"아...이게 아이들 개별적으로 확인시켜주는 게 규정에 어긋나나? 셀프 생기부를 쓰라는 것도 아니고, 저는 애들한테 확인만 시켜주거든요."
올해 첫 전학공에서 나는 소소한 소란을 벌였다. 나의 생기부 작성 방침을 공유하고, 나의 사례로부터 몇가지 시사점을 끌어내어 설명을 하려고 했으나, 우선 벽에 부딪혔다.
생활기록부는 대입의 핵심자료로서 엄정히 관리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개인정보 보호, 셀프기재 금지, 허위 기재 금지 등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만약에 대입 전형의 평가지표라면, 내신성적의 처리에 준하여 학생들에게 투명하게 기재현황이 공유되어야 할 필요성도 있다. 교사가 양심껏 객관적으로 기재할 것이라고 하는 믿음과 생기부 관리지침들만 믿고, 학생은 한 학기, 1년을 다 보낸 뒤에야 열람을 할 수 있는데, 열람 시기에 생기부에 대한 문제제기는 별도의 정정 과정을 지켜 엄정히 이루어진다. 그러나 생기부 정정은 대단히 교무행정 중심의 절차로서, 학생의 성장발달에 대한 객관적 기록평가이냐를 따져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사실관계의 오류만을 따져 정정할 수 있다. 생기부 기재 정책 전반이, 학생들의 권익보다는 교사의 업무효율 및 대입전형의 공정성만을 중심으로 하여 추진되어 왔고, 이것이 거시적인 관점에서 수시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도 한 몫을 해 왔다. 어떻게 쓰여질지 모르는 생기부만 믿고 학생들은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 그 결과 내 생기부가 객관적으로 쓰였는지 허위로 쓰였는지 학생들은 알기 어렵다.
현행 제도에서는 학생들의 내신 성적을 전부 확인하고, 학생들의 동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학생들이 내신 성적에 대해 문제제기하면 재시험, 성적 정정 등의 업무도 발생하게 된다. 학생들의 성적에 대한 문제제기는 명확한 근거를 갖고 이루어지며, 대부분의 학교에선 그런 일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기하고 있다.
그런데 왜 내신성적만큼, 대입에서 중요한 지표로 간주되고 있는 생기부에 대해선 그 수준의 학생들의 확인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2년간 생기부 담당 업무를 해본 나의 경험이었고, 나 자신도 수업을 하고 생기부를 기재하는 교사로서, 양심적으로 생기부 기재를 관리해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두 해 전부터는 되도록 학기 말에 생기부 초안을 학생에게 공개하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요령은 간단하다. 완성본이 아닌 상태의 초안을, 학생들 개인별로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보여주고, 일절 정정 요청은 받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내 생기부에는 허위란 일절 담기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객관적인 사항들과 기재 내용만 보여줄 수 있고, 어떻게 써달라 하는 말에 대해선 셀프기재 금지 규정을 들어 철저히 교육시킨다. 이렇게 함으로써 얻어지는 효과는, 가장 큰 것은 학생들의 교육적 권익 측면이다. 자신의 성장기록을 확인하고, 그를 통하여 보다 나은 피드백(성적과 등급만으론 피드백이 될 수 없으니까)을 받아 학습동기를 유지 및 향상할 수 있으며, 학생들은 자신의 대입전형자료가 이 교과에서 어떻게 기재될지에 대한 기본적 구상을 받아들여, 자신의 교육활동 참여를 전략적으로 할 수 있다. 1학기 때 생기부 기재 방식을 대강 파악했으니, 2학기 때 그것을 보완하는 식으로 말이다.
교사 자신에게는 데드라인을 당기는 효과가 있다. 기말 성적처리 기간 내에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내용만이라도 알려야 하니, 이미 고3의 생기부 마감인 8월말 기간에 맞추어 6월말, 7월초에 부지런히 쓰게 된다. 또한 아이들에게 공개하는 원칙을 갖고 있기에 생기부 기재에 있어서 허위작성을 최소화한다. 평가계획 및 상시관찰 기록에 의거, 내실 있는 기재 현황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을 학교 전체적으로 통일된 지침으로 만들긴 어렵기 때문에, 내 개인적인 사례를 설명하고 이런 취지를 알릴 예정이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기말고사는 이틀이 남은 시점으로, 나는 이제 조속하게 생기부 기재를 서둘러야 한다. 3학년 1개 학급과 1학년 3개 학급이 내 수업 담당 규모다. 관찰기록으로 학생들의 객관적 역량 및 인성 요소, 수행평가 내역이 학생들의 평가내용으로 담긴다. 방학은 딱 2주가 남아있다. 방학 전에 최선을 다하여 작성해, 방학식 이전에 아이들에게 개별 공개할 예정이다. 그 뒤에 방학 기간 동안 천천히 생기부의 질적 수준을 올리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8월 개학 전에 생기부는 완성할 것이다. 나 자신의 타임라인을 준수하기 위하여 생기부 기재를 효율화하는 각종 자료를 총동원하고 있다. 생기부를 대입자료로서 인식하고 관리한다는 것은, 이런 다양한 교사 개인의 노력을 수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