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글쓰기의 소용

이성, 관계, 가치

by 공존

1. 나의 생각의 옳고 그름을 확인할 수 있다.

2. 타인과 교류의 장을 연다.

3. 세상을 보다 올바른 길로 이끌어나갈 수 있다.


이 세가지, 글쓰기의 소용들을 교사의 가르침이라는 활동에 한번 적용시켜보도록 하자. 첫번째로, 교사는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일을 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옳다고 믿어지는 것들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학생들은 교사의 수업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옳다고 믿고 따른다. 그래야 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 교사들은 내 수업 지식의 옳고 그름을 알고 있을까? 수업으로 학생에게 전달되는 지식들의 옳고 그름을 "확인"해보고서 과연 가르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현재의 교원 임용 양성 체계에서는 교사들에게 이러한 문제를 검토할, 아니 성찰해볼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다. 교사가 되기 전까지는 그저 임용고사를 대비하여 주어지는 지식을 빠르게 흡수하는데에 골몰할 수 있을 따름이며, 교과 및 교육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탐구는 조금 한가한 소리가 되어버린다. 1학년 때부터 임용고사 학원들을 등록하는 시세에 말이다.


교사가 된 뒤에도 마찬가지다. 대개는 초년부터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량과 학교 공간에서의 생소한 경험에 빠르게 교육적 열망을 손실하고 학교조직의 문화에 빠져들어 관료적인 사고를 익히기 마련이며, 교과 지식에 대한 진지한 탐색보다는 단지, 그 지식을 손 쉽게 조리하여 아이들에게 떠먹일 수 있는 "교수법"에 자신의 교육 역량을 투자한다.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정작 자신의 지식이 참인지 거짓인지, 그리고 그 지식은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에 대하여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되는 일이다. 영양사가 매뉴얼대로 식자재를 조리하여 아이들에게 열심히 먹이는데, 그 식자재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원산지도 명확히 모르고 식품 성분도 명확히 모른다면 과연 적절한 영양지도가 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교사에게 있어, 수업의 매질이 되는 교과 지식을 명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은, 그 지식에 대한 검증을 거쳐보지 않았다는 것은 내용이 없는 공허한 행위로 아이들과의 관계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로 글쓰기는 타인과 교류의 장을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교사에게 있어서 수업은 본질적으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관계란, 대상에 대한 흥미로 인하여 생겨나는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는 일이다. 교사의 말을 통해 전달되는 지식은 그 자체로는 학생들에게 그저 존재하는 하나의 사물에 불과하다. 교사는 그 사물과 학생들을 잇는 연결다리로써 구실하기 때문에 교사의 관계성은 곧 학생에게 있어서 지식과의 관계를 키울수도, 죽일 수도 있는 요소다.


학생들이 지식에 대하여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수업을 조직하듯, 교사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과의 관계성 속에서 사고해야 한다.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관계성은 상당히 함양되기 어려운 역량 요소인데, 그것은 대학 입시를 꼭지점으로 유치원 이전 시기부터 평생을 성적 경쟁이라는 인간 소외의 노정을 아이들에게 우리가 강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글쓰기 과정에서 독자를 고려하고, 사회성과 시의성을 고려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글쓴이인 나의 마음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하여 애쓰듯, 교사의 수업행위는 이루어져야 하고, 그런 관계성을 함양하는 학습은 글쓰기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 학교교육에서, 교원임용 양성 체계에서 길러지지 못한 교사의 관계성이라는 역량을 독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의 내면을 단련하는 글쓰기로 키우는 것이다.


세번째로 세상을 보다 올바른 길로 이끌어나가는 글쓰기의 소용은, 우리 교사들의 교육활동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가치를 추구하는 활동이며 기본적으론 한 인간의 도덕성, 그리고 나아가서는 세상의 윤리와 정의로움을 지향하는 행위다.

우리 사회의 핵심문제 중 하나는 탈가치적인 교육이 횡행한다는 것이다. 교육 안에 윤리, 도덕, 정의, 공동체라는 개념은 드물고 경쟁, 승리, 보상, 이익, 이런 목표들이 판을 친다. 그러하니 학교교육 자체가 합리적이고 올바르게 이루어지기보단 이익에 따라 또 상황에 따라 그때 그때 일관성 없는 결정들이 이루어진다. 교육의 가치가 비어있으니, 왜 공부를 해야하느냐에 대하여 아이들에게 그 목표와 가치를 설득하지 못하고 단지 취업, 안정, 출세 등의 피상적 문제로 교육이라는 활동의 가치가 타당화된다.


글쓰기를 통한 보다 나은 세상에의 진전이라는, 가치 추구적 행위 경험은 차츰 교사에게 행위의 윤리와 도덕성을 성찰하도록 하고, 그러한 인식의 내면화는 차츰 교육에서의 보다 나은 실천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세가지의 교육의 문제는 글쓰기를 통해 하나로 모아진다. 교과지식의 옳고 그름을 성찰하는 교사의 본질적인 행위는 글쓰기를 통하여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서만 타당화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옳음을 추구하는 행위는 글과 교육 양쪽 모두의 가치를 드높인다.


이러한 문제제기와 논의가 가능한 것은 교육이나 글쓰기나 모두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근본에 속하는 인식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물질화된 언어의 표식을 형상화하는 것으로써, 글이 쓰여짐은 곧 타인에게 개방, 공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들어진 표식은 타인에게 목격되었을 때에만 의미가 있다. 이 때의 교류와 소통은 양자의 화평을 도모하며, 자연히 보다 나은 공동체라는 목적에 대한 동의는 얻어진다. 한편,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학습이 시작된다. 공동체는 교육이라는 활동을 통해 한 개체의 학습을 보조하며 공동체의 가치를 내면화하도록 유도한다. 이 교육을 위하여 지식의 검증, 문자화된 정보의 형성은 발생한다. 글쓰기와 교육은 하나인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에게 있어서 글쓰기의 소용은 무엇보다 크다고 하겠다. 유감스럽게도 많은 교사들은 글쓰기 교육을 받지 못했고, 학생으로서 교육을 받는 초중고 기간 내내 글쓰기를 가치의 추구, 관계의 형성, 옳고 그름의 확인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기보단 강압된 과제로 인식하는 경험을 축적한다. 그런 교사들은, 글쓰기라는 문제에 대하여 생기부 열심히 쓰는데 글은 무슨 글이냐, 이렇게 이야기한다.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소용과, 교사에게 있어서 글쓰기의 의의다. 세상은 변화하고,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매번 변화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교사에게 필요한 자질과 전문성은 무엇일까? 글쓰기를 통해 그것은 얻어질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도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교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하여 "옳은 길"을 찾고자 하는노력, 보다 나은 교사상의 구축, 다른 교사들과의 관계의 형성이라는 점에 이 글의 목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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