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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Apr 29. 2023

신동엽 성시경은 성인물에 출연해야 했을까?

국내에서 포르노 산업은 불법입니다만, 제작진은 어디서 보셨어요?


 -저게 제작이 되네...    

 

 신동엽과 성시경 두 사람이 출연한 <성:인물>이라는 프로그램이 넷플릭스에 업데이트되며 메인에 노출된 것을 보고 난 의아함을 느꼈다. 지금, 방영이 가능한 기획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솔직한 남녀간의 성담론을 시청자들과 나누던 것이 10여 년 전, 그 사이에 우리 사회에는 대대적인 성 갈등과 연쇄출동이 발생해왔다. 경천동지할 수준이 아니라 말할 수 없는 이 거대한, 적대적 공생관계에 가까운 혐오의 재생산 구조에서 “이대남”과 “이대녀”는 독자적 집단으로 정체성화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언론 자신이 편 가르기보다는 뭐라도 고리로 묶어서 하나의 집단으로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었던 것인지 뜬금없이 “MZ세대”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마구잡이로 여기저기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러는 바람에 성 갈등은 마치 잠복해 있던 것처럼 보였다. 지금은 이대남 이대녀라는 용어를 사람들 사이에서 찾는 것은 모래 사장에서 바늘찾기다. 


 아무리 그래도. 아무리 2016년으로부터도, 2022년으로부터도, 시간이, 지났다 해도. 설마, 포르노 배우가 출연하여 성산업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프로가 국내에서 제작이 되다니. 그리고 거기에 성시경과 신동엽이라는, 주류 중에 주류의 위치를 점하는 방송인들이 타이틀롤을 맡다니.     


 일본의 AV산업은 비극적 코메디다, <모자이크 저팬>이나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같은 작품들을 보면 멀쩡하게 실제 삽입 성교가 이루어지는 포르노물이 어떻게 “성인용 비디오”라는 이름을 달고 모자이크를 씌워 유통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리에게는 외모도 문화도 유사한 점이 많은 일본에서, 포르노 산업이 AV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양지에서도 조금 조명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전달되지만 글쎄? 마약과 협박, 갈취, 강제 촬영 등 도쿄 올림픽 바로 전까지도 심심찮게 들려오던 소식이다. 도쿄 올림픽과 코로나 등으로 조금 눈치를 보았다고하지만 그 본질이, 포르노라는 점을 가릴 수는 없다. 


 <성:인물>이라는 프로그램이 품고 있는 근본적 문제는, 일본식 포르노가 우리나라에서는 제작 및 유통이 금지된 불법영상물이라는 것이다. 굳이 포르노배우들을 섭외해서 신동엽 성시경 두 사람이 인터뷰하는 장면을 넣어야 했을까? 허면, 기본적으로 방송 제작을 위해 사전에 자료 준비 및 대본 작성이 이루어졌을 터인데, 사회자 두 사람을 포함한 제작진들은 일본 포르노물 및 그 배우들에 대한 자료를 어디서 얻었을까? 2차 자료로, 간접적으로, 정보를 얻었다고 해보자. 그럼 이 방송으로 인해 법으로 금지된 포르노물에 대한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불법영상물의 유통과 시청을 촉진하게 되진 않을까? 


 국내에서의 포르노산업에 대한 미디어 노출은 이러한 법적 윤리적 문제를 남긴다. 다른 나라의 성 풍속을 알린다고 하면서 그 안에 국내에서 법으로 금지된 그리고 해당 국가에서도 기만적인 수단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포르노산업을 비추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세계의 "죽음" 풍속을 비춘다고 하면서 안락사가 허용된 국가의 사례를 예능 프로그램에서 비추는 것도, 세계의 "전통의약" 풍속을 비춘다고 하면서 대마초가 합법화된 국가의 사례를 예능으로써 대하는 것도, 가능한 것 아닌가?


 물론 현실에 존재하는 엄연한 사실이므로, 그것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원천 금지할 필요는 없다. 2차 자료들로만, 간접적으로 비추는 것, 그를 통해 말 그대로, 당사자들의 현실과 포르노 산업의 문제를 접근해 나갈 수 있다. 위에 언급한 <모자이크 저팬>이나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가 그런 훌륭한 사례다. 또한 시미켄이나 오구라 유나 등, 한국어까지 배워가며 진솔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유튜브 채널도 있다. 그러나,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이 있다. 특정 보도 및 미디어 노출이 이루어졌을 때 그것이 불러일으킬 사회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지 않으면 미디어 기능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의다. 포르노배우들이 스스로의 채널을 개설해 거기서 자신들을 대중에게 노출하고 드러내는 것과, 공중파에서 최고급의 대우를 받는 방송인들이 비록 OTT 플랫폼이라 할지라도 거기에서 포르노 산업에 대하여 희화하하며 다루는 것은, 그 사회적 파급력과 책임에서 크나큰 차이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방송의 질 자체도 문제인데 시미켄 등 업계인들이 이미 대단히 많은 컨텐츠를 제작헤 풀어놓았다. 일본의 성풍속 전반에 대해서나 일본식 포르노에 대해서나 이들 영상물이 주는 정보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훨씬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포르노를 본 티는 되도록 내지 말아야 하는 공중파 방송인들이 간접적으로, 희화화하는 방식으로만 접근해 가는 것이 과연 방송의 질 차원에서 의의가 있을까?


 방송이 공개된 이후 신동엽 성시경 두 사람에 대한 많은 비판과, 그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것은 두 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보이는데, 포르노라는 불법영상물을 방송컨텐츠로 다루는 것을, 주류의 지위에 선 이들 방송인들이 너무 가볍게 접근한 것 아닌가 싶다. 이들이 사실상 불법행위를 용인 혹은 방조하는 입장의 방송에 참여했기에 자신을 보호할 마땅한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신동엽을 방송에서 축출하려는 일각의 주장은 또 대단히 안타깝고 우려스럽다. 


 위에서 열거한 윤리적 법적 문제에 대하여 타인들이 "너네 성착취 산업을 웅호하는 거지?"라고 따져묻는 것은 관심법에 지나지 않는다. 두 유명 방송인이 어떤 판단으로, 어떤 고민을 하고 방송에 참여했는지는 현재로선 본인들만이 안다. 그리고 가장 최악의 의도, 최악의 판단을 그들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개인의 사상의 자유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이 실제로 불법영상물의 유통에 개입한 등의 문제가 아니고선, 어디까지나 개인에게 보장된 헌법적 자유이고 권리다. 그 내용에 대한 윤리적 비판은 별개로 이루어져야 하고 말이다.


 방송에서 하차를 시킨다고 요구한다고 할 때, 그들이 한 행위에 대해 적절한 처벌인 것일까? 최근 여러 차례 터진 연예계의 학폭 가해자들이 받는 대표적인 조치가 방송에서 하차하는 것이다. 법적 처벌과은 완전히 별개로 말이다. 신동엽 혹은 성시경이 방송에서 참여하여 포르노 배우들과 토크쇼를 펼친 것이, 학폭 가해자와 등가의 행위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무작정 하차를 요구하는 이들은 자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론장에서 벌어진 일은 공론장에서 최대한 다루어져야 한다. 신동엽이, 성시경이, <성:인물>이라는 프로가 유발한 문제에 대해 충분히 "함께" 고민하고 나아갈 바를 성찰해야지, 보기 싫다고 내쫓자는 "답"부터 내놓고 관철하려는 것은 그저 게으르고 무지한 태도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수정헌법 제1조에 반한다. 사상과 출판의 자유를 부정하려는 반달리즘에 가까운 태도가 유독 방송계에서 2010년대 후반부터 심화되고 있는 것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짧은 소견으로는 <성:인물>이라는 프로그램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인구가 너무 줄었다. 정부 입장에서나 기성세대들의 입장에서나 여성과 남성 간의 싸움은 좀 멈추고 섹스나 해서 아이들이나 하나라도 더 나아주길 바랄 테고, 잔뜩 서로 독이 올라서 헐뜯고 물어뜨는 혐오와 갈등상보다는 하하호호 웃으며 섹스 이야기나 더 많이 해주기를, 미디어에 대해서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대남 이대녀를 MZ로 뭉뚤그려놓았듯 말이다. 신동엽 성시경이 <마녀사냥>에 출연하던, 지금보다는 자유롭게 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10여년 전의 국내의 성담론 수준으로 되돌려놓는 것이, 퇴행일지 복원일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더 더욱 이런 방송은 늘어날 것으로 개인적으로 추측한다.


 과연 앞으로 우리의 성문화는, 남녀간의 갈등의 향방은, 어찌될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서로가 선은 넘어서지 않았으면 한다. 뻔히 법으로 금지된 포르노를 공중파 방송인들이 웃으며 다루거나, 그랬다고 또 다들 가서 물어뜯거나. 2023년이 되어서도 왜들 이러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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