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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un 02. 2023

직장에서 콩국수, 그것은 낭만

직장 선배님의 그 함박 미소를 보며

 크

 크으

 크으으으으으으...


 이거지. 나는 마주앉은 직장 선배님과 함께 콩국수를 바라보며 몹시 흐뭇했다. 


 이거지. 

 이거지.

 이것이 낭만이지.

 나는 3월부터 제대로 도시락을 직장에서 조제해먹기 시작했다. 교사용 휴게실에 커피머신, 인덕션과 냄비까지 챙겨다 놓았다. 그래서 여기서 식후 커피까지 모두 해결이 가능하다. 인덕션은 양배추 샐러드에 들어갈 계란을 삶는다. 작아보여도 저기에 열다섯알까진 들어간다. 특란은 아니고 일반 사이즈 계란이긴 하지만. 


 내가 이렇게 장비들을 가져다놓으니, 점심을 같이 까먹는 두살 아래 직장 동료는 국수 한번 해먹어요? 라고 먼저 제안을 했고, 나는 그럼! 열무 가져올게요 라고 호기롭게 답했다. 마침 엄마는 여름이 왔으니 내게 열무김치를 안기셨고, 날을 잡아 나는 열무, 설탕, 깨소금을 싸왔다. 직장 동생은 들기름과 소면을 챙겨왔다.


 아 요전번에 예산을 갔는데 그때 예산소면을 사올걸. 후회가 되긴 하지만은, 어쨌든, 그래도 맛을 아는지 소면은 아니고 메밀면이로구나. 그래 열무에 메밀면도 좋다. 나는 그이의 면을 받아, 삶고, 면을 헹궜다. 

 유감스러운 것은 국수를 헹굴 채반까지 가져다놓진 않았다. 그래서 나는 번거로운 짓거리를 했는데, 면을 집어 찬물에 퐁당, 다시 찬물에 퐁당 하며 면으로 샤브샤브를 하는 방법으로 면을 통통하게 식혔다. 


 그 다음엔 뚝딱뚝딱, 싱싱한 열무김치를, 국물은 자작하게만 넣고, 설탕을 넉넉히 부어서, 이 훌륭한 들기름으로 버무린 뒤에 깨소금을 올리고, 계란까지 고명으로 더하는 것.

"얘 이런 거 뚝딱뚝딱 잘한다."

"그러니까요."


 나와 동갑인 동료와, 두 살 아래 동료가 내가 만든 열무김치를 얻어먹으면서 말한다. 나는 내 열무국수를 후루룩 먹으며 들기름 칭찬을 했다. 


 아니 그런데 그 들기름이 무려!!! 철원 방앗간에서 직접 짜온!!! 귀한 들기름이라고!!!!


"팔아요. 나한테 팔아요."

"얼마요?"

"3만원 드릴게요."

"호오. 제법 쳐주시는군요."

"당연하지. 이 향에 이 색이면 그 값은 줘요 보통은."

"생각해볼게요."


 나는 손아랫 동료에게 긴히 요청을 했고, 그는 친절하게도 일주일 뒤, 그냥 그 들기름 내가 먹으라고 툭 말한다. 지화자!! 그는 내가 그리 말하면 집으로 가져가 먹을 줄 알았단다. 그러나 그럴 순 없는 일이지. 이렇게 종종 같이 국수라도 말아먹으며 들기름을 모두가 함께 즐겨야지.

 그 뒤로 나는 혼자서, 또 다른 이와 열무김치를 두번 더 해먹었다. 그리고 하루는 학교 근처로 선생님들과 함께 국수집에 갔는데,


"어 콩국수 시작했네 이제."

"5월이니까요."

"오...해먹을까."


 나는, 다시 날을 잡아, 면과 콩국을 사왔다. 아이가 먹을 두부도 살겸 하나로마트에 입점해 있는 파주 장단콩 두부집. 여기 오랜만이다. 이제 아이가 클수록 자주오겠지. 


 다음날 나는 오전 근무를 빡세게 마치고 주린배를 잡곤 휴게실로 올라갔다. 


 만든다 나는 콩국수.

 콩국수는 콩국 그리고 면이 다이므로 면은 넉넉히. 1인분보다 조금 많다 싶게 삶는다. 번거롭게 다른 재료를 꺼내지 않아도 되고 얼마나 편해. 그때 직장의 다른 선배님이 오셔서 말을 걸었다. 


"이렇게 다 해먹는 거야?"

"네 좀 드릴게요. 이거 콩국 맛있어요 파주 장단콩으로 만든 거예요."


 원래 이 콩국은 최소 3,4인분은 된다. 최소 3,4명과 노나먹을 생각으로 사왔는데, 다른 이들은 모두 이미 식사를 마쳤고, 수업이 많던 나만 마지막에 올라와 느즈막히 먹게되었다. 어차피 나눠먹을 생각이었으니 나는 바로 그릇을 하나 내었다. 이미 식사를 마친 선배 형은 조금만 달라며, 얼른 자신의 젓가락을 도시락 가방에서 꺼내 다시 헹구었다. 


 학교가 직장이다보니 급식을 먹는 사람도 많지만, 우리처럼 이렇게 모여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규모가 제법 된다. 우리끼린 나름 성실하게 차려먹고 있다. 

"친한 형이 전주 사람인데, 거긴 꼭 설탕을 넣어먹더라고요."

"으응 나는 일단 소금만."

"네 그러세요."


 아내의 친구가 물려준 아기 분유통에 나는 오늘 아침 설탕과 소금을 담아왔다. 어차피 이제 사명을 다 해 우리집에선 더 쓰일 일이 없고, 나의 양념통으로 딱이다. 테이블 위에 탁탁 콩국수 접시와 양념통을 넣은 뒤, 소금은 적당히, 그러나 설탕은 넉넉히 넣는다.


 나는 친한 형에게 콩국수에 설탕 넣는 방법을 배운 뒤, 그것을 실제로 해보곤 이런 감상을 남겼다.


"과거의 나로 돌아가, 설탕에 콩국수 넣으라고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어."


 진짜로 콩국수는 설탕이 진리다. 이 맛을 모두가 알아야 하는데 나는 최소 5년은 늦게 알았다. 그 형이 설탕을 넣으라고 했을 때, 바로 실천했어야 하는데.


 아 그런데 좀 짜네...국물 좀 더 넣자 이히히히히

 다시, 콩국을 더 붓고, 다시 적정양의 설탕을 넣는다. 아 이거지. 이거. 기쁘게 콩국수를 먹고 있노라니, 마주 앉은 선배께서도 함박 웃음을 지으며 말하신다.


"아 안그래도 콩국수 당겼는데."

"맛있죠."

"응-. 이거 먹으니까 확 개운한 느낌이 드네 금요일이라 힘들었는데-."


 맞아요. 이 맛은, 리프레시와 힐링의 맛이야. 아 이 낭만! 이 맛! 콩국수! 콩국수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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