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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un 14. 2023

35년간 모은 치트키 원기옥, <플래시> 가이드 프리뷰

감독/플래시/DC세계관과 치트키


1. 감독

 감독 안드레아 무시에티는 3분짜리 단편영화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눈에 띄어 그의 누나이자 제작 파트너인 바바라 무시에티와 함께 단편영화를 디벨롶한 장편영화 데뷔작 <마마>로 제작비의 열배가 넘는 수익을 벌었다. 그는 이후에 "미이라" 리부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각본에 대한 견해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프로젝트에서 하차, 그 뒤에 새로운 영화의 감독으로 낙점이 되는데 그것이...

 역대 공포영화 흥행수익 1위를 점하고 있는 <그것> 시리즈가 되시겠다. 파트1과 파트2를 합친 스코어가 아니라 1편 단독 스코어가 역대 1위, 파트2는 1편의 절반 정도 수익을 냈다.


 미국 내에서 작가 스티븐 킹의 위상, 미국 문화에 대한 향수가 짙게 스며있는 이 영화에 대한 한국에서의 호응은 그리 대단치 않았지만, 전작인 <마마>와 <그것>을 보면 무시에티 감독의 색상은 꽤나 뚜렷하다. 무시에티 감독은 서스펜스와 감정을 버무리는 연출에 상당히 뛰어나며, 공포영화로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답게 창의적인 비주얼을 뽑아내는 데 장점이 있다. <그것>의 대박 히트의 비결에는 성장영화로서 루저클럽의 감정을 영화 전반에 잘 깔아냈다는 점이 있는데 본작 <플래시>에서도 영화 전반에 감정을 매우 깊고 진하게 깔아준다. 그리고 비주얼적인 면에서도 액션이면 액션, 스펙타클이면 스펙타클, 유머면 유머 빠지는 구석이 없다.


 특히 <플래시>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지점에서 툭 하고 옆구리를 찌르듯 감정적인 씬이 들이쳐온다. 마치 공포영화의 점프스케어 마냥 예상치도 못하게 그런 감정적인 씬을 보게 되니 관객으로서도 몰입이 꽤 잘 되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데뷔작 <마마>도 한번 감상해봐도 좋을 것 같다. 무려 제시카 차스테인이 숏컷에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고 나오시니...(본인 차여신 빠)


2. 플래시

 플래시는 DC 세계관 안에서도 독창적인 비극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다른 모든 영웅들도 그렇지만 그는 스피드포스로 인한 시간여행의 권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하나의 희생으로 전 우주를 구한 적도 몇번이나 있었다. 본작에서도 그의 시간여행으로 인하여 타임패러독스와 멀티버스 분열이 발생, 새로운 배트맨과 슈퍼맨이 등장하는 것으로 사건이 이어진다.


 전작 <저스티스 리그>에서 부족했던 플래시에 대한 묘사가 최초의 단독영화이자 세계관 리부트작인 이 영화에서 깊이있게 보강된다.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의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며 백기사의 그림자인 흑기사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한 것처럼, <플래시>에서도 그의 과거와 초능력을 얻은 전사가 고루 흡입력있게 묘사된다. 그리고 그의 독창적 캐릭터성이 확고히 부각된다.

 여기서 관객이 알고 보면 좋은 지점은 플래시가 히어로 코믹스에서 평행우주의 개념을 제안한 최초의 DC 히어로였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액스맨: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에서 키티 프라이드의 벽 투과 능력으로 울버린의 정신만을 과거로 보낸다는 자뭇 난해한 설정, <어벤져스:엔드게임>에서 핌 입자를 통해 양자영역으로 들어간 뒤 과거로 간다는 복잡한 설정에 비해 플래시는 간단히 빛을 초월한 속도로 달려 시간을 역행한다는, 과거에 유행해 익숙하고 알기 쉬운 설정을 지니고 있다.


 이 점이 플래시가 DC 코믹스 내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로 내내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 타임패러독스의 비극 속에서 우주를 구하는 히어로. 배트맨, 원더우먼, 슈퍼맨과 확고히 대비되는 그의 권능은 전작 <저스티스리그:감독판>에서 빼어나게 묘사된 바 있다. 이번엔 스피드포스의 힘을 살린 액션 연출이 영화 전반부에서 관객을 충분히 즐겁게 한다. 그리고 중반부에는 그의 서사가 부각되며, 결말에서 액션과 서사, 캐릭터성이 폭발하는 형태다.


 다만 플래시의 캐릭터성이나 영화의 핵심 소재인 멀티버스와 타임 패러독스에 대해 영화에서 설득이 충분하지 못한 점이 있어서 결말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름 영화에선 정성 들여 영화의 중심 주제를 전하려고 했으나 딱 그 타이밍이 관객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한참 혼란스러울 때라 비유적인 타임 패러독스 설명이 얼마나 잘 먹혔을진 알 수 없다.


 잘 알려져 있든, 배우 에즈라 밀러의 기행으로 이후의 그의 행보가 애매해졌는데 이후에 기회는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팀 버튼 배트맨 시리즈의 열렬한 팬으로서 마이클 키튼을 보며 느낀 감정을 이루 말하기 어렵다. 밀러에게도 플래시의 못다한 이야기를 할 기회는 있지 않을까.


3. DC유니버스와 <더 플래시>가 사용한 치트키

 DC유니버스 시동 이래 워너는 조급증으로 인해 늘 치트키만을 남발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유니버스 시작부터 슈퍼맨의 죽음과 부활, 슈퍼맨과 배트맨의 싸움, 슈퍼맨의 숙적 둠스데이에 슈퍼맨의 타락 등...있는 모든 치트키를 끌어다 써놔서 유니버스의 수명을 깎아먹었다. 물론 스나이더 감독이야 자기가 유니버스에 참여할 수 있는 10여년의 기간동안 최대한의 스케일을 보여주려던 것이지만 정작 영화가 잘 나왔어야지 말이다.


 그로 인해 단단히 꼬인 DC유니버스 전체를 리부트하는 계획으로서 <플래시> 영화가 나오게되었고 그 안에서 키튼 뱃맨이라는, 35년 전의 황금기에서부터 이어져온 치트키를 사용함으로써...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차별화되는 DC만의 장점을 확고히 선보였다.


 그리고 그 치트키가 사람 미치게 만드는 퀄리티로 뽑혀나왔다.

 최근 <데드풀3>가 발표되면서 휴 잭맨 울버린의 복귀가 확정되었는데 <엑스맨> 1편이 2000년작이고 <엑스맨3>는 2006년이다. 세계관이 낡은 것으로 치면 <데드풀>에 휴 잭맨이 나오는 것 또한 저연령층 관객에 전혀 어필할 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완 달리 DC 유니버스는 최소한 할아버지 연령대부터 팬층을 헤아린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아들딸이 같이 팝콘 노나먹으며 그 때 그 시절 슈퍼맨 그 때 그 시절의 배트맨을 회상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또한 이것이 DC 유니버스가 갖고 있는 강력한장점이다. 비록 최근의 유니버스 시도가 꼬이면서 극성 마블 팬들에겐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DC 히어로물의 미디어화 역사만 해도 80년. 1948년 슈퍼맨 영화가 나온 것이 최초이고 그 유명한 크리스토퍼 리브의 <수퍼맨 시리즈>가 1970년대, 팀버튼의 <배트맨 시리즈가> 1990년대를 풍미하면서 장구한 유산을 극장 스크린에 쌓아올려놓았다. 앞으로도 <조커>나 <더 배트맨> 등, DC 유니버스가 활용할 수 있는 치트키는 계속 적립되고 있으니, 이번 리부트를 기회로 충분한 질 관리가 된다면 미래는 퍽 밝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벤 애플랙이 다이어트 탓인지 이번 영화에서는 수척한 모습으로 나와서 걱정은 좀 되었다. 이렇게 훌륭한 배트맨이 둘이나 나온 영화가, 앞으로 또 나오지 말란 법이 없으니 언젠간 베일 뱃맨, 키튼 뱃맨, 애플렉 뱃맨도 함께 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4. <플래시>

 결론적으로 영화에 대해 평하자면 빼어난 액션과 시각효과, 꽤나 빵빵 터지는 유머, 깊이있는 서사와 예상하기 어려운 반전까지 두루 갖춘, DC유니버스의 라그나로크를 장식하는 수작이라고 할만하다. 몰입력 있게 서사가 이끌려나가고 훌륭한 감정과 드라마를 보여준다. 음향효과와 음악도 적절히 몰입을 높인다.

 

 단점이라면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몇가지 요소가 몰입을 깨거나 조금 실망스럽게 만든다. 어떤 요소는 제작비를 아끼기 위한 결정임을 능히 짐작 가능하다. CG는 계속 말이 나올 것이다. 다만, 이 흠결 있는 부분을 넘기고 나면 히어로 영화사에 남을만한 클라이막스가 불어닥치니, 이것에 대해서는 절대 스포일러 당하지 않고 영화를 관람하길 추천드린다.


 싫든 좋든, 지난 10여 년 간의 DC유니버스의 시도는 종료되었다. 이 장절한 실패는 <플래시>라는 유산을 남기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가고 있다. 그러니, 한 세계관이 종결되고 다시 시작되는 라그나로크의 장면, 사건의 특이점. 이 또한 어쩌면 히어로 영화의 한 역사를 장식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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