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의 징검다리, 그리고 여전한 매력
강해상이 빌런으로 나온 <범죄도시2>는 전형적인 속편이었다. 무대를 외국으로 넓혔고, 액션의 스케일을 늘렸으며, 주연 마석도와 악당의 추격전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전형성을 넘어서서 모범적인 속편이냐 하면 그렇지 않은 것이 1편의 기본 골자를 옮겼을 뿐더러 빌런은 오히려 셋에서 둘로 줄었다. 이야기의 변주는 전적으로 빌런 한사람의 카리스마에 의존했으며 그에 따라 장첸에 비해 강해상은 훨씬 극단적인 인격으로 묘사되었다. 속편이 보여주어야 할 신선함이 베트남으로의 확장과 보다 복잡해진 범죄형태를 넘어서 결국 최종빌런 한사람에게 촛점이 모아진 것이다.
무대를 확장하고 액션도 확장했는데 왜 빌런은 오히려 셋에서 줄어서 둘? 왜 더더욱 막가는 범죄자로? 이것은 <범죄도시> 시리즈의 기본 구조에서 유래하는 특징인데 우선 마동석의 맨몸액션이 최후의 카드로 준비되어 있다. 여기에 광역수사대 팀의 수사과정과 창의적인 작전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니 그들이, 그리고 영화가 감당할 수 있는 범죄의 사이즈는 소규모 집단에 한정된다. 쫓고 쫓기다 작전 한방에 역전을 당하고 마지막에 마동석과 한판 붙은 다음에 처절하게 깨져,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그런 점에서 2편은 전작의 그림자가 뚜렷했는데, 그에 비하여 3편은, 영화가 시작되고 10분도 안되어서 감독이 바뀐 것이 확 체감되었다. 나는 사전 정보를 알지 못했기에 1편 이후로 다른 감독이 연출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러나 영화의 때깔이나 대사빨이 1,2편과는 천양지차 수준으로 차이가 났다. 초반부의 서사를 조금 꼬아서 집중도 잘 안되는 터에 대사며 내러티브며 뭐 하나 와닿지가 않는다. 이런 문제점들은 악당 조직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강력범죄가 연속되면서 개선된다. 그리고, 이 시점부터 3편은 새로운 매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것도, 오히려 전작인 2편보다 훨씬 나은.
전체적으로 3편은 1,2편의 이야기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꽤 돋보였다. 악당 조직의 구성도 완전히 다르고, 이야기 전개도 집중이 좀 안되는 것 빼고는 나름 적당히 꼬아가며 관객을 현혹시킨다. 어떤 수는 너무 얕아서 다 보이고, 또 어떤 수는 너무 개연성 없이 막 던져진다. 또 어떤 캐릭터들은 이야기에 얽히지 못하고 튀어나왔다가 사라진다. 그래도, 그러나, 이야기는 굴러간다. 그것도 제법 자알.
즉 3편은 1,2편의 한계를 극복하며 4편 이후의 강력범죄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하는 시도가 이루어졌는데, 속편들과 함께 신속한 각본 및 연출 작업이 이루어지다보니 각본이 탄탄하게 조여지지 못했다. 이야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후반부는 마석도를 뺀 모든 인물들이 뇌를 빼고 행동하는 수준이다. 다른 일반적인 범죄수사물이었으면 차마 눈 뜨고 못볼 엉망진창의 각본이지만, 이 시리즈에서 그런 거 기대하고 가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마지막 전투까지 그럭저럭 재밌게 볼만은 하다. 그러고 나서 극장을 나설 땐 다시금 생각해보는 것이다. 부족한 점은 많지만 1,2편의 패턴을 탈피하려는 노력은 잘 알겠다고.
덕분에 마석도 반장은 이전 시리즈에서보다 조금 더 다채로운 모습을 보인다. 액션도 발전했다. 진실의 방과, 작전을 짜 지휘하는 모습도 여전하다. 다만 빌런의 새로운 형태로 인해 마지막 전투의 카타르시스는 부족하다는 것이 만인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빌런은 새로운 시도 속에서 나름 좋은 모습을 보인다. 강해상보단 훨씬 현실에 있을 법한 개연성을 갖춘 범죄자 유형이다. 그래서 현실에서의 유사 범죄 유형을 생각하며 극에 몰입을 하기 쉬웠던 점이 있다. 다만 이렇게 보고 저렇게 봐도...너무 잡히기 쉬운 범죄자다. 장첸이나 강해상과는 다른 부분에서 대놓고 범죄를 저지르는 유형. 이렇게 하고 다니는데 안잡힌다고?
이번에 확장해둔 이야기의 판도는 후속작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1편의 감독이자 2,3편의 제작자인 강윤성 감독의 그림자가 짙던 2편에 비해서 3편에서는 감독인 이상용 감독의 색채랄까, 새로운 점이 보다 잘 드러난다. 아마도 2편에서는 강윤성 감독의 통제 하에 재량권을 많이 얻지 못했을 테고, 강윤성 감독이 <카지노>에 집중하는 동안 범죄도시 프로젝트의 연출과 각본 면에서 보다 많은 권한을 행사했을듯. 급하게 만든 3편에서 어쨌든 나름의 성취도 일구었으니, 후속작들도 한번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것 같다.
마동석 캐릭터가 10년 넘게 변하질 않고 이어져오는데 이런 시리즈가 매번 관객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은 재미난 일이다. 시리즈만 놓고 보면 지루한 반복이지만 1년에 한편씩은 이런 호쾌한 수사활극 장르가 극장에 걸려,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부담없는 웃음을 주다니. 이 점은 차라리 우리가 마동석의 존재를 감사할 일이다.
관객이 기꺼이 받아주고 배우도 끊임없이 작품을 내려 하니 남은 건 딱 하나. 3편의 공허한 각본을 후속작에서 반복하며 뇌 비우는 시리즈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심도 있는 수사활극으로 이끌어나갈까 하는 제작진의 고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