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아, 양은 어떻게 울지?"
"음메에!"
귀 떨어지겠다.
아이는 동물에게 먹이 주는 걸 정말 좋아한다. 길을 가다가도 담 너머 개라도 보이면 바로 땅에 모래자갈을 쥐어서 달려갈 정도다. 그거 못먹는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아이는 "으으응~."하며 돌을 쥐고 먹이겠다 들이민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동물체험농장을 자주 간다. 알파카 타조 말 돼지 거북이 기니피그 등등, 내가 40평생 본 동물보다 이 1년 사이에 본 동물이 더 많다.
그러나 오늘 온 양떼목장의 경우에는, 좀, 직접 양과 만나서 먹이를 줄 수 있는 곳이라는 게,
"아쁘아아아!"
힘들다. 양은 깨물거나 공격을 하진 않지만 먹이를 주는 사람이 보이면 바로 달려와 머리부터 들이미는 동물이라서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들어갔는데도 양들이 달려들고, 그러는 바람에 아이가 겁에 질렸다. 먹이주기도 포기하고 당장 나가자고 울먹인다.
별 수 없이, 양이 노는 공간에 가서 먹이를 주는 대신 담 너머로 먹이를 주는 방법을 택했다. 이미 양들에게 한번 겁을 먹어놔서, 아이는 먹이를 주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제대로 눈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래도 양 대신에 말과 토끼 등, 여러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알찬 첫 스타트.
독일마을에 하리보를 전문적으로 파는 마켓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들렀다가 아내가 하리보 굿즈를 고르는 사이 나는 맥주를 골랐다. 500cc 한 병에 15000원, 16000원. 평소라면 부리지 않을 사치다. 그래도 거진 3년만에 남해 방문이기도 하고 또 언제오겠냐 싶어, 유명하다는 맥주를 두병 골랐다. 개인적으로는 한창 수제맥주에 빠져서 돈을 좀 쓰던 시절도 있지만 나는 뭔가에 집중해서 한참을 파다가 거기서 뭔가 더 팔 게 없으면 고개를 돌리는 편이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수입 캔맥주 4캔에 만원이 그냥 제일 낫다. 굳이 독일산 수입맥주를 먹을 필요가 있나. 오늘은 실수다. 흠.
독일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점심까지 시간을 잠깐 보낸다. 외출을 하면 세상 빨빨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인데, 이제는 밖에서도 개구지게 장난을 친다. 제 멋대로 문을 열고 나갔다가 더워서 바로 에어컨이 빵빵 돌아가는 실내로 돌아오는 모습. 엊그제 계단에서 굴러놓고도 계단만 보면 신나게 걸어올라가다가, 중간에 계단에서 빙글빙글 돌기도 한다. 세상에 이 팔팔한 아이.
그렇게 열심히 뛰어다니다보니 무릎에 상처가 조금 생겼다. 무게중심이 쏠려 먼저 박게 되곤 하는 얼굴에도 여기 저기 찍힌 자국이다. 지금이 한창 사고의 스케일이 커질 시기라 밖에서 더욱 조심스럽다. 예전에는 다른 아이들을 깨물어서 골치였는데, 이젠 자기를 다치게 하고 있구나. 이 시기를 잘 넘기길 바라며 아이를 졸졸 따라다닌다.
다음 일정은 농가섬. 2년 반 전인 2021년 1월에 우리가 처음 제주도 한달살이를 갔을 때 먼저 방문했던 남해에서 들렀던 곳이다. 겨울에도 포근한 기운이 감도는 작은 섬에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다. 동백이는 이번에 처음 오는데, 다행히도 좋아한다. 짧지 않은 동백섬 입구의 계단을 뜀박질해서 건너곤, 꽃으로 가득한 농가섬에서 벌써 꽃을 꺾고 논다. 사장님께 미리 양해를 구했는데 다행히 딱 두개를 꺾고는, 강아지들을 발견.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먹이를 준다고 떼를 쓴다.
당연히 고양이는 아이가 귀찮게 군다고 먹이고 뭐고 무시한다. 그리고는 늘어지게 잠을 잔다. 두 해 전에 왔던 농가섬에선 이녀석이 아니라 다른 녀석이 터줏대감 노릇을 하며 손님을 보고 꼬리를 흔들었다. 사장님께 물으니, 고양이를 애지중지 키워도 1년반쯤 되면 커서 섬을 나가버린다고 한다. 그래 또 이 녀석은 어찌 들이신 거냐 여쭈니, 다른 집에서 분양을 해줘서 한마리, 그리고 작은 새끼가 또 한마리 있는데 그녀석은 비오던 날 엄마와 헤어져서 구출된 아이라고 한다.
작은 아이 초코는 꼬물이 어린 아이인지라 먼저 자리를 잡은 코코가 아직 경계가 심하다. 사장님께서 가까이 붙여서 놀게 하려니 하악질을 제법 귀엽게 한다.
그러다가도 또, 둘이 결국엔 평화롭게 나란히 누워있는 거 보면, 고양이란 아이들이 이런듯 싶기도 하고.
우린 강아지와 고양이와 놀다가 농가섬을 한바퀴 돌고는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정겹고 편안한 공간이라 언제 방문해도 즐거운 곳이다. 오늘처럼 햇볕이 따가운 날에도 차양 아래 앉아서 바람을 쐬니 시원하니 즐길만하다. 이 시간을, 아이를 돌본다고 진땀을 빼는 게 아이 낳고 기르는 팔자겠지.
그 따님께서는, 또 다른 카페에 와서는 꽃밭에 가서 또 자연탐구 활동을 즐기신다. 우리 어릴 때 딱 이렇게 생긴 외갓집의 꽃밭에서 사촌들과 못생기게 찍은 사진이 있다. 다들 여름 내내 뛰고 놀아서 피부가 까만데, 우리 따님이 이 풍경에 이렇게 녹아드는 거 보면 누가 보아도 시골 아이다. 정말, 어쩜 저렇게, 피부 톤이 딱, 이 한여름의 시골 풍경에 녹아드는 것이냐.
문제는, 그 시골아이같은 우리 따님은 넘치는 에너지와 호기심으로 낮잠시간을 한참 넘겨서도 저언혀, 잠을 잘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시원한 별관에서 방석을 깔아주어도 아무리 졸리고 피곤해도, 절대로 자지 않는다. 재우려 해도, 재우려 해도, 따님은, 놀다가, 또 놀다가, 차에 태우니 3분만에 까무룩, 잠에 든다.
요녀석 때문에 우리 저녁 일정이 제법 꼬였다. 네시반부터 여섯시까지 늦은 늦잠을 주무시더니, 오늘은 급기야 밤 11시에 주무신다. 휴우. 스케일이 점점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