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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Sep 24. 2023

이제 부침개는 찹쌀가루로만 할 테야.

전분이 추가되면 금상첨화.

 딱히 글루텐을 피하는 그런 식단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날 불현듯 “아 찹쌀가루로 부침개 해도 되겠는데?”란 생각이 스쳤다. 왜일까 그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마도, 따님마마의 두번째 생신이 다가오며 이리 저리, 수수팥떡 재료들을 물색하던 때문인듯하다. 찹쌀가루를 사야하고 수수가루를 사야하고 팥을 사야하는데 팥은 팥밥을 해먹으면 되고 수수가루는 답은 없는데 찹쌀가루는…찹쌀가루로는 떡이나 해먹을까? 집에서 인절미?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아, 찹쌀가루로 부침개를 하면 되겠는데? 전분 넉넉히 섞어서. 라는 생각에 이른 것. 혹시나 해서 다른 분들도 이렇게 하나 찾아봤더니 당연히 있다. 그럼 가야지.

 가루 더블(찹쌀가루 전분가루)로 가!

 얼마전에 해물라면을 해먹느라 애호박을 사서 남겨둔 게 있다. 그리고 마늘쫑은, 남해에서 사 온 보리새우로 마늘쫑 볶음을 하고 남은 것. 마늘쫑을 부침개로 하는 것도 나름 창의성을 발휘한 것인데, 파나 애호박이 식감이 유별난 식재료들은 아닌만큼, 마늘쫑을 길게 가로로 한번 잘라 속부분을 드러내서 익기 쉽게 만든 다음,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서 부침개에 넣으면 마치 채소튀김처럼 좋은 식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해물은 바지락 한줌과 낙지 한마리. 여기에, 찹쌀가루와 전분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버무리기 시작했다. 부침개도 조금 오래간만이다. 원래 김치전을 자주 해먹는 편이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선 매운 음식 자체가 잘 하기 어려운데다, 내 고집에 파전은 해물 없이는 하기 싫어서. 그래서 생물로 장을 봐오지 않으면 파전은 해먹을 일이 잘 없다. 요 얼마간, 어지간히도 바삐 살고 있으니.

 언제나 부침개의 절대 원칙은 기름을 넉넉히 붓고 가열된 상태에서 반죽을 올리는 것이다. 그래야 튀기듯 바삭하게 익는다. 나의 경우 해물이 바짝 익는 것은 어떤 요리, 어떤 레시피를 막론하고 극혐하는 일이기 때문에 나름, 부침개에 있어서는 가하는 열과 시간이 제법 중요하다. 부침개 겉면이 바삭하게 구워지며, 속에 들어간 채소들이 맞춤하게 익고, 해물들의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을 적정시간. 대중적인 음식일지라도 나름의 오묘한 이치가 있다.

 부침개가 좀 넓게 부쳐졌다. 그래서 뒤집을 때 살짝 노고는 있었지만 나쁘지 않게 구워진 모습이다. 나는 마늘쫑을 가장 기대했다. 애호박은 달고, 파는 구수하고, 마늘쫑은, 아쌀할 테지. 게다가 식감도 단연 좋을 것이다. 기름을 보충해주고, 팬을 슥슥 돌린다. 바삭하게 구워질 아랫면을 기다리며 한번, 또 한번 뒤집는다.

“너는 왜 채소는 편식하면서 부침개를 할 땐 잘 먹니.”

“응? 몰라.”


 결코 밥상의 풀떼기를 함부로 소비하지 않는 바깥양반은 채소가 태반인 이 찹쌀 부침개를 잘 먹는다. 나 역시, 찹쌀과 전분이 잘 섞여서 채소를 감싸고 있는 오늘의 새 요리를 두근두근 하며 젓가락으로 푹 뜯어낸다. 오, 맛있어.


 시중에 파는 부침가루 역시 전분이 포함되어있는지라, 그 바삭함은 조리사의 역량과 전분에 의한 것일지라. 나머지의 맛은, 밀가루와 찹쌀가루의 여부보다는 물의 비율과 재료의 배합이 전부다. 그런 점에서 찹쌀가루가 주는 이 부드러운 달큰함에 마늘쫑의 알싸한 향은, 정말 최고다. 아직 뜯지 않은 새 부침가루 봉지가 있지만 앞으론 부침개를 할 땐 오로지 찹쌀가루에 전분으로만 하게 될 것 같다.


 마침 나는 열흘 남짓 남은 따님마마의 생일 떡을 위해 찹쌀가루도 아주 넉넉~히 사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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