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다 똥된다.
예민하고, 머리속이 복잡한 나는, 혼자만의 에너지 충전이 매우 필요하고, 따라서 나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집청소, 집정리를 좋아한다.
새해 들어서 1월과 2월 동안 천 개를 버리기를 다짐하는 단톡방이 열렸다.
나도 냉큼 가입을 하고 요새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다.
정리를 하다보니, 구석구석 짐들이 정말 많다.
그중에서도, 아낀다고 안쓰고 모아둔 것들도 너무 많았다.
가족을 멀리 보내고서야 알았다.
남은 그의 물건이 얼마나 의미가 없는지.
살아있을 때 아낌없이 써야 하고, 나에게 좋은 걸 써야 하고, 내가 원하는 거를 쓰고, 나를 위해서 돈을 쓸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고, 내가 좋아하는 이불을 덮고,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그렇게 나를 위해 소비하는 게 중요하다.
아끼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다.
누구나 우리는 어차피 사라질 존재. 내가 사라지면 내가 아끼던 많은 것들도 그냥 나와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구석에 아끼고 있는 많은 것들이, 내가 사라지면 같이 사라질 것들이다.
나는 아까워서 쓰지 못하는 것이지만, 내가 사라지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쓰레기일뿐이다.
구석에 지금 안쓰고 모아둔 새 수건만 해도 수십 개는 되는 것 같다.
지금 낡은 것들을 버리고, 그중에 예쁜 거를 꺼내놓고 써야지, 다짐을 한다.
근데 지금 쓰는 수건도 크게 불편함이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지?
내가 안 쓸 것 같은 새 수건은 필요한 다른 사람을 주면 된다.
여러 가지 수저들.. 여행갔다가 이뻐서 모은 것들. 이런 걸 왜 이렇게 많이 사놨는지. 물론,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얼마 없는 거일 수도 있다.
근데 아끼지 말고 써야겠다.
작년에 새로 산 르크루제 냄비를 아직 한 번도 안 썼다.
빨간색으로 너무 예뻐 보여서 샀는데 아직 한 번도 안 썼다.
그것도 써야겠다.
그런 거 다 아끼다 똥 된다. 정말 아깝다.
옷도 마찬가지다. 사고 싶은 옷이 있다면 사야지. 입고 싶은 옷을 입어야지.
그런데, 싼 것만 살 게 아니라, 좋은 옷을 사야지.
이번 겨울에는 패딩을 하나 살까도 싶지만, 집에 또 옷이 너무 많다.
그래서 또 결론은, 옷은 싼 거 여러 개 말고 비싼 거 하나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싸다고, 세인한다고, 굿딜이라고 사 놓곤 했다.
더 이상 이제 호텔 어메너티 같은 거 갖고 오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욕실 서랍 구석구석에 흐트러져 있는 호텔에서 가져온 빗, 샴푸, 샤워 타올, 등등 많은 걸 버렸다.
비싼 호텔비에 다 포함된거라고, 혹시나 집에서 와서 쓸까봐 가져오곤 했는데, 안 쓴다.
호텔에서 더 이상 그런 거 가져오지 말아야지.
내가 안 가져오는 게 다 자원을 아끼는 길이겠다.
앞으로, 뭐 하나를 살 때 잘 사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가격이 싸다고 내 취향이 아닌 거를 사고, 여기저기서 공짜라고 가져오고, 누가 그냥 준다고 갖고 있고 그런 것들이 너무 많았다.
공짜라고, 싸다고 가져오지 말 것.
그리고 매일 매일 내 몸 근처에서 쓰는 옷이나 침구 같은 거는 적당히 좋은 거를 사서 오래오래 쓸 것.
애써 사가지고 들어오면, 새 거인 그게 아깝다고 또 구석에 잘 모셔 놓고 나중에 써야지 나중에 써야지 그랬다.
우리집 내 파트너는 새 걸 사오면 바로 상표를 뜯고 바로 입는다.
그게 예전에는 참 이상해 보였는데 그게 맞는 거였다.
지금 당장 안 쓸거면, 왜 사온담?
그걸 아껴서 뭐 해?
싸다고 사가지고 집에 오면 집에 비슷한 아이템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정말 요새는 살 때 신중을 기하려고 한다.
애들 옷들도 아깝다고 버리지 옷들이 너무 많은데 이제는 그런 것들도 보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신중히 잘 사야 하고 이왕 사면 아끼지 말고 잘 쓰자.
앞으로 뭔가를 살 때마다 생각하자.
바로 쓸건가?
아님, 집에 쓰던게 있는데, 혹시나 싶어서, 나중에 쓰려고, 지금쓰는 것보다 조금 좋아보여서 사는 건가?
후자라면, 사지 말자.
그거 사면, 결국 나를 또 괴롭히는 소비다.
나를 아끼는 소비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