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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가에서

#35 미얀마 호코 커피농장

by 도 민 DAW MIN







나는 어떤 나무가 될까

우리 강아지들이 묻힌 자리

민들레가 제일 먼저 피었다.


민들레가 지고 난 후에는

무스카리가 피었고

5월인데도 많은 날 비가 내리더니

잡초가 무성했다.

잡초를 뽑고

과꽃 모종을 심어 두었다.


해가 질 무렵

목을 축이며 땀을 식히는 동안

참새가 날아와 도드라진 흙을 파먹고 있다.


흙 속에 얼마 전 죽은 보리의 뼛가루가 보인다.

작은 새가 더 작은 뼛가루를 찾는 것도

그 작은 뼛가루가 작은 새에게 쓸모가 되는 것이

이상하고 쓸쓸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눈물이 나는 일이었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날

꽃들이 지고 떨어진 나뭇잎을 쓸어 모으며

빈 무덤가에 눈길이 간다.


푯말 대신 꽃을 심어 놓은 무덤은

흔적이 없고

고요한 대지에서

사라지는 날


나는 어떤 나무가 될까

나의 뼈는 누구의 양식이 될까


오래오래 잠잠해지는 가을날이다.

IMG_4779.JPG

봄날의 무덤가



IMG_4782.JPG 저무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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