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미얀마 호코 커피농장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 체리란에는
오토바이와 중국트럭 경적이 요란하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살면
자유로울 것 같다고 말한 친구가 있었다.
사람의 말이 지겨울 때
오랫동안 꽃을 키우고 별을 보며 지냈다.
사람의 모순과 욕망에 대해 비난하면서
보기 싫은 사람은 보지 않았다.
좋은가 묻는다.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 미얀마 오지에서
빈말 하나 던지지 않는 이 곳
좋은가 묻는다.
남중국해를 지나 동남쪽으로 멀리 온 별들과 달이
소리 없이 보름임을 말해주고
부처를 생각하고 기도하고 시주하는 가난한 거리에서
두고 온 사람들에 대해
비난의 거처에 대해
좋았던가 묻는다.
많은 것을 가진 자들은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
세계의 모든 침략은
더 많이 갖기 위함이었다.
금붙이를 치렁치렁 매단 부자들이
허겁지겁 고기를 집어먹는 체리란 식당에 앉아
총칼보다 무서운 욕망을 본다.
보기 싫은 사람을 보지 않으려는 생각과
남보다 많이 가지려는 생각은
시작과 끝이 다른가
보랏빛 꽃이 만발한 체리란에서
끝내 자유롭지 못한 오후 한자락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