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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38 미얀마 호코 커피농장

by 도 민 DAW MIN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이 부는 창가에서 설거지를 할 때면

열린 창문 너머 바람의 그곳을 바라보곤 한다.



어린 시절 혼자 앉아 바라보던

창문 아래 낮은 집들

높은 우리 집으로만 부는 것 같은 바람과

그럼에도 그 바람 냄새로 견뎌온 시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고 노래하는 가수처럼

쓰디쓴 마음을 적기도 했다.


시간은 바람처럼 빠르게 흘렀고

붙잡을 수 없는 먼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어느새 나는 늙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나 둘 붉밝힌 따뜻한 저녁이 있는

창문 너머를 내려다보던 어린 나를

미얀마 거리에서 다시 만났다.


고개를 저으며

돌아가고 싶지 않던 허기진 창가.

건기의 흙먼지가 입안을 휘감는

이곳에 , 왜 왔을까 생각했다.


생각조차 하기 싫었던 바람이 부는 집.

이제는 다 사라지고 스콜마저 내리는 집.


나의 친구들이 그 집에 있다.

미얀마,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이소라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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