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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 만나고 싶다

#39 미얀마 호코 커피농장

by 도 민 DAW MIN

그랬다.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


루비 마트 바에서 노래하던 그를 본 게 마지막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삼켜버린 2019년 이후 미얀마 농장에는 발을 디딜 수가 없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21년 쿠데타가 일어나 커피농장이 있는 샨주는 군부와 시민군, 반군의 격전지가 되어 버렸다.

연일 군부의 폭격으로 농장 직원들은 방공호 안에 숨어있다가 다시 나오기를 반복하고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면 다시 일하며 농장을 지켜 주었다.


하지만 23년 4월 띤잔을 맞이하여 몇 년 만에 직원들이 고향을 방문한 사이 농장에 남아있던 직원이 쓰레기를 태우다 불을 냈다.

그 직원은 지능이 조금 부족한 사람이었는데 불을 냈다는 것에 겁이 나 지뢰가 터졌다고 거짓말을 해서 농장에는 진입하지 못하고,불을 끄지도 못하고 모든 것은 타버렸다.

고향에서 돌아온 직원들은 9만 평 농장 바닥을 한 달 동안 대나무 작대기로 훑으며 농장진입에 성공했고 지뢰가 있었다는 것이 거짓말임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타버렸다.


그럼에도 농장을 떠나지 않고 지켜준 직원들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대부분의 커피농장은 깊은 곳에 있어서 커피가 나는 거의 모든 나라의 커피농장들은 접근하기가 어렵고 비행기 타고 내려서 또다시 육로로, 육로에 내려, 다시 걸어서 접근을 해야 한다.

로부스타가 자라는 곳은 다르지만 아라비카는 더더욱 고도가 높고 숲이 깊다.

농장에 가는 길에 한 번씩 생각에 잠긴다. 누군가가 숨어산다고 마음먹고 숲으로 들어가 버리면 영 찾을 수 없을 거 같은 생각도 든다.


한 번씩 그를 찾고 싶었다.


2018년에 아프다는 말만 듣고 지나가는 길에 그를 아는 버스 기사가 주선해서 영상통화를 한 게 마지막이었다.

코로나에 쿠데타에 지진에 미얀마를 휩쓸고 간 모진 고난에 그가 살아있을지 한 번씩 생각했다.


농장에 가장 근접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은 만달레이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건데 지진으로 만달레이 편 항공이 거의 없다.

항공료는 엄청 올랐고 비행기에서 내리니 공항에는 내가 탄 비행기 한대뿐이다.


휘장이 처진 공항 안은 을씨년스럽고 사람들은 모두 지치고 힘들어 보였다.

저민 내외를 만나 택시를 타고 핀우린으로 올라가는 길 중국으로 실어 나르던 수많은 트럭이 보이지 않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허물어진 집들과 사원이 지진의 흔적을 말해준다.

모든 물자가 부족하고 물가는 치솟고 환율은 곤두박질쳐서 미얀마 사람들은 더더욱 살기가 어려워졌다.


새로 잡은 호텔의 루프탑이 있다길래 올라가 보니 형편없다. 앉아있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 내려왔다 해가 진 후 다시 올라가 보니 저녁의 어두움은 보기 싫은 것들을 감춰준다.

통기타 반주와 가수의 음성이 흘러나와 긴장이 풀리며 다시 그를 생각하게 되었다.


혹시 저들은 알 수 있을까.

요한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가수에게 물어보니 세상에!!!! 그를 안단다. 내일 당장 그를 데려올 수 있단다.


다음날 저녁 7시 그를 기다렸다


한국인부부가 당신을 찾노라 전화로 이야기하니 나오마 했다 한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뉄린이 걸어온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뉄린도 나도 요한도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2013년 커피농장 한다고 와서 한파가 닥친 그곳에서 건물은 난방도 안되고, 두꺼운 패딩도 구할 수 없는 아열대 동네에서 구제파카를 걸쳐 입고, 거지꼴을 하고 호텔 옆 라이브카페에서 그의 노래를 들었다.

입김이 폴폴 새어 나오던 마당에서 노래를 하던 그와, 시골에서 올라와 서빙을 하던 맨발의 웨이터들이 덜덜 떨며 따라주던 위스키.

이가 덜덜 떨리는 추위를 위스키로 녹이며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농장을 오고 가며 그의 노래를 들었다.

밤이면 그의 노래를 듣고 아침이면 용기를 내 포터트럭을 타고 농장으로 출근했다.


그의 노래가 우리에게 희망이었다.


그가 살아있어서 , 병마로 변한 모습이지만 만날 수 있어서 , 좋았다.


나도 요한도 뉄린도 미얀마도 그렇게 다시 설 것이다.


호텔 루프탑에서 내려다본 핀우린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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