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하면 되지

#42 미얀마 호코 커피농장

by 도 민 DAW MIN




퇴근하고 나면 초저녁부터 졸아대는 이 아줌마가

그래도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밀린 일을 하며 pc앞에서 새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밤 11시

미얀마에서 문자알람이 왔다.



HAPPY NEW YEAR




농장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파티를 하는 영상을 보내왔다.

삼겹살을 구워서 캔맥주 한잔 하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미얀마 여성들은 달달한

선키스트 환타 같은 음료수를 마시며.

추워서 털모자는 썼지만 발은 맨발이다


농장에 불이 나고 난 후 첫 체리수확을 하고 있다.


그동안의 수확에 비해 미미하지만 열심히 일해주는

직원들이 너무 고맙다.

우앙나잉의 말마따나 나의 친구요 영웅들이다.


입김 폴폴 나는 고산지대 호코에서 다시 파이팅 하며 새해를 맞는 나의 친구들.

고맙고 행복하다.


10년 전 작은아이가 대학시험에

낙방했다는 카톡을 받고

미얀마 공항에서 눈물이 났다.


시골살이를 하며 재미난 놀이도 변변히 즐기지 못하고

이따금 버스를 타고 도시를 한 바퀴 돌고

들어와서는

“엄마 삼선슬리퍼 신고 돌아다니는 데서 살고 싶어”

말하던 아들.

그간의 노력이 다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미얀마 친구들이 내게 말했다.

뭐가 걱정이야 , 한번 더 하면 되지!

한번 더 한다고?

한국입시를 잘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다 한번 더 하면 된다고

그게 뭐 어떠냐는 분위기다.

말을 안 통해도 느낌은 전달되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농장에 숙소를 짓고 해가 떨어져

문을 달지 못하고 퇴근하는데

앙앙이 문짝을 가져와 집 앞에 세우고는

웃으며 여기서 잘래요 한다.

얼마든지 자도 된다고 말했다.

영상 2도 겨울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거다.


새해가 됐다.


새해에는 목표를 세우지 않으련다.


은행대출도 갚아야 하고

불탄 농장에 직원들 돈도 보내줘야 하지만


그냥 한번 더 해보련다.


앙앙처럼 나유처럼 웃으며 그냥 한번 더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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