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위하여

미얀마 호코 커피농장

by 도 민 DAW MIN

어머니는 먼 길을 떠날 준비를 하고 계신다.


밥 반 공기에서 반의 반 공기

반의 반에서 세 수저

세 수저에서 한 숟가락


오늘 아침엔 대게를 좋아하셔서

요한이 시켜준 대게 딱지에

한 수저 비벼 드셨다.


누구나 가야 하는 길

아흔넷 어머니는 이미 장수를 누리셨으나

오빠 떠나고 생긴 경련으로

온몸을 떨고 계시니

어머니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었다.


암환자였던 언니가 한번 살지 두 번 사냐며

엄마를 집으로 모셔오자 했고

돌아가며 엄마 옆에서 자며

아침이면 일하러 가며 살고 있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던 사람들 방에

작은 창문이 있었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은 고문을 받는 사람들을 볼 수 없고

어떤 고문피해자가 인터뷰하길

고문을 받다 내다보는 세상은

아무 일 없이 편안하게 보였다 했다.


봄이 오고 있다.

꽃들이 만발한 들에서 엄마는 떠나시려나보다.


아픈 듯 아프지 않게

모르는 듯 모르지 않게

아파트 창밖으로 세상은 아무 일 없이 냉정하고

누군가를 향한 서러움과 섭섭함

이런 것들 때문에 글을 적지 않았다.


병실 한쪽

먼 길을 떠나려는 사람들의 머리맡에서

낄낄거리며 tv를 보던 인간의 마음은

무엇일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