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그리스인 조르바는 세계 명작 리스트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예전부터 이 책을 읽고는 싶었으나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실제로 책의 초반에는 좀처럼 진도가 나지 않아 몇 번이고 책을 뒤적였다. 하지만 발제자로 지정된 의무감(?)에 대충 읽을 수는 없었기에 계속 마음을 다잡아가며 겨우 책을 완독 했다.
책을 다 읽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 이래서 명작이구나!'였다. 초반에 나열되는 중요해 보이지 않았던 여러 인물들이 책의 후반부에 크고 작은 사건들과 함께 연루되며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작가의 계산된 이야기 전개 방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책을 읽으면서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깜짝 놀라기도 했었다.
이 책의 주요 인물인 조르바는 자유인으로 형상되는데, 책을 읽는 내내 그의 자유로움과 원초적 욕구 실현에 충실한 삶의 태도가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종종 그의 입을 틀어막고 싶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이 지어진 시대적 배경 때문일지도 모르겠으나) 입만 열면 여성 비하적인 표현을 쏟아내었고 그의 행동 상당수가 나를 불쾌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조르바가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은 절대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의 서술자인'나'는 지식인이지만, 조르바를 통해 책 속에서 발견하지 못한 삶의 양식과 본질적 깨달음을 얻으며 그를 동경한다. 그는 교육받은 사람들의 이성보다 더 깊고 더 자신만만한 조르바의 긍지에 찬 태도를 존경했다.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조르바의 낭만적인 자유로움에 매료되었고 내가 결코 행하지 못할 그의 예측 불가한 행동들을 보며 감탄하기도 했다. 그의 죽음마저도 얼마나 낭만적인가! 침대에서 일어나 창틀을 거머쥐고 먼 산을 바라보다가 맞는 죽음이라니!
조르바는 카잔차키스가 만난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물론 소설에는 허구적 요소도 많았겠지만, 삶을 살며 자신의 가치관을 뒤흔들어놓을 만큼 매력적인 사람을 만난 것만으로도 그의 삶이 충분히 눈부시고 다채로웠을 것 같다.
책의 여러 에피소드가 다소 충격적이고 야만적이기까지 했는데, 그중 내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의외로 지식인인 '나'가 나비를 통해 삶의 순리를 깨닫는 부분이었다.
나비가 번데기에서 나오는 것이 힘들어 보이고 또 더디게 느껴진 주인공'나'는 따뜻한 입김으로 나비를 도와주려고 한다. 나비는 '나'의 입김으로 따뜻하게 데워진 번데기 안에서 기어 나온다.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펴는 것은 태양 아래서 천천히 진행되어야 하는데 '나'의 섣부른 행동으로 나비는 날개가 채 펴지지 못한 채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결국 '나'의 손바닥 위에서 죽게 된다. '나'는 이 사건을 통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깨닫는다. 책에서는 '서둘지 말고, 안달을 부리지도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이 부분을 읽고 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끔 내가 하는 조급한 행동들, 성급한 태도들을 돌아보며 나 자신을 반성해 보기도 했다. 글을 쓰며 다시 느끼지만 이 책이 항상 명작 리스트에 오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조르바의 삶을 주인공 '나'처럼 무조건 적으로 동경하지는 않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멋진 누군가를 만나게 되어 기뻤다. 나의 삶도 보다 다채롭고 풍요로워 지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