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사람의 향기

커피 산지가 만드는 개성

by 커피해커 LOE

"이 커피 어디 산지예요? 향이 정말 독특하네요."
"예가체프예요. 마시면 꼭 꽃을 씹는 것 같죠."


그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예가체프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냥 지명인 줄 몰랐다. 마셔보니 정말로 꽃향기 같은 게 났다. 재스민, 아니면 복숭아 같기도 했다. 커피가 이렇게 향기로울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커피는 풍경을 닮는다. 같은 품종이라도 어디서 자랐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커피가 된다. 그래서 산지를 알면 커피가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에티오피아 — 커피의 기원지, 향미의 원점

커피의 발상지답게 향미 스펙트럼이 가장 다양하다. 예가체프(Yirgacheffe)는 재스민, 복숭아, 베르가못 향이 특징이다. 시다모(Sidamo)는 부드러운 꽃향기와 과일 산미가, 하라(Harrar)는 짙은 와인향과 묵직한 바디가 인상적이다. 대부분 소농이 자연 건조 방식으로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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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 강렬하고 복합적인 산미

자몽, 토마토, 블랙커런트처럼 강렬한 산미가 특징이다. 케냐 커피는 수확 후 품질 평가, 경매, 수출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어 품질 일관성이 높다.


콜롬비아 — 균형의 교과서

산미, 단맛, 바디감이 조화를 이룬 클래식 커피다. 커피 입문자에게도 친숙하게 느껴지는 균형미가 있다. 국가 품질 인증 프로그램인 카페 데 콜롬비아(Café de Colombia)를 운영하며 품질 관리에 공을 들인다.


브라질 — 세계 최대 생산국, 묵직한 고소함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이다. 평지가 많아 기계화 수확이 발달했고, 견과류, 초콜릿, 캐러멜 뉘앙스가 특징이다. 에스프레소 블렌드 베이스로 자주 쓰인다.


인도네시아 — 흙과 향신료의 묵직함

수마트라 만델링이 대표적이다. 세미워시드 방식으로 처리되어 바디감이 강하고, 흙내음, 스파이시함, 짙은 초콜릿 향이 특징이다. 처음엔 낯설지만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파나마 — 게이샤의 고향

게이샤(Geisha) 품종으로 전 세계 커피 애호가의 주목을 받는 산지다. 재스민, 망고, 파인애플, 베르가못 향이 복합적으로 펼쳐진다. 마이크로랏 경매에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것도 파나마 게이샤였다.


그 밖에도 과테말라의 안티구아(초콜릿과 카라멜), 코스타리카(허니 프로세싱의 선두주자), 르완다(부드러운 산미와 레몬티 뉘앙스), 예멘(와인향과 스모키함)까지. 세계 지도 위에 커피 산지를 그려보면 지도가 풍미의 지도로 바뀐다.


커피의 향은 언어보다 빠르게 감각에 닿는다. 어떤 커피를 마시느냐는 어떤 풍경을 마주하느냐와 같다.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한 번 물어보자. 어디의 향일까. 누구의 손에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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