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커피의 기준
"이 커피 왜 이렇게 클린하죠?"
"로스팅도 잘 됐지만… 사실 이건 생두가 좋았어요."
바리스타의 그 말이 오래 남았다. 로스팅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생두가 이미 맛의 출발이라는 사실이 낯설었다. 요리에서 신선한 재료가 가장 먼저인 것처럼, 커피도 생두가 달라야 맛이 달라진다.
생두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색과 크기, 표면의 상태가 커피가 걸어온 과정을 조용히 보여준다. 색이 고르고 선명하면 안정적인 가공과 보관을 거쳤다는 뜻이다. 크기가 일정하면 로스팅이 균일하게 된다. 흠집이 없으면 결점두 위험이 낮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다.
생두의 긴 여정 — 수확, 건조, 가공, 운송 — 에서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손상이 생긴다. 이게 바로 결점두(Defect)다.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는 결점두를 두 가지로 나눈다. 향미와 위생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중대 결함(Primary Defects)에는 완전히 검게 변한 Full Black, 신 냄새나는 Full Sour, 곰팡이 피해(Fungus Damage) 등이 해당한다.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하지만 품질에 영향을 주는 경미한 결함(Secondary Defects)에는 깨진 생두, 벌레 먹은 흔적, 잔여 파치먼트 등이 포함된다. 결점두가 많을수록 커피가 품은 잠재적 향미는 흐려진다.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가 되려면 여러 기준을 동시에 통과해야 한다. SCA 기준으로 커핑 점수 80점 이상(100점 만점), Primary Defect 0개, Secondary Defect 5개 이하, 크기 균일성 95% 이상, 수분 함량 9~13%, 곰팡이나 발효 향 없음, 퀘이커(Quaker·덜 익은 콩) 1kg당 1개 미만.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한 생두에만 스페셜티라는 이름이 붙는다. 단순히 크거나 깨끗하다고 되는 게 아니다. 향미의 품격과 그 잠재력이 기준이다.
나라마다 등급 분류 방식도 다르다. 콜롬비아, 케냐, 탄자니아는 크기로 나눈다. 콜롬비아는 Supremo·Excelso, 케냐는 AA·AB·PB처럼.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멕시코는 고도를 기준으로 삼아 SHB(1,350m 이상) 같은 등급을 쓴다. 에티오피아는 결점두 수로 Grade 1~5를 나누고, 브라질은 결점두 수와 크기를 복합 적용해 NY2/Screen 17·18처럼 병기한다. 등급명 하나로 품질을 단정짓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생두를 고른다는 건, 그 생두가 자라난 땅과 기후, 농부의 손길, 가공과 운송의 모든 과정을 읽는 일이다. 스페셜티 커피란 단순히 좋은 커피가 아니다. 모든 과정에서 좋은 선택을 거친 커피다.
한 알의 생두에는 향미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사람만이 진짜 커피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