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생두인데 왜 맛이 다를까

by 커피해커 LOE

분명히 같은 생두였다.


지난주에 볶았던 그 에티오피아 내추럴.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과일향이 살아있던 지난주와 달리, 이번엔 밋밋하고 무거웠다. 같은 프로파일, 같은 로스터기, 같은 손인데.


이걸 반복하다 보면 자신감이 흔들린다. 내가 잘못한 건지, 아니면 생두가 달라진 건지.


두 가지 다 아니었다. 조건이 달라진 것이었다.


장비 변수 — 같은 로스터기라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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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모델이라도 드럼 안쪽에 기름때가 쌓이거나 배기 경로가 막히면 전혀 다른 기계처럼 작동한다. 센서에 이물질이 붙으면 그래프 자체가 틀려진다.


환경 변수 — 오늘 날씨가 커피 맛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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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아침과 여름 오후는 기온 차가 20도 가까이 날 수 있다. 습한 장마철엔 건조 단계가 평소보다 길어진다. 이 변화를 무시하고 같은 프로파일을 그대로 쓰면 결과가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로스팅 직전 준비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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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생두를 로스터기 위에 올려서 미리 데우는 습관은 위험하다. 투입 전에 이미 열을 받은 생두는 설계된 TP와 ROR 흐름을 무너뜨린다. 생두는 일정한 환경에서 보관하고, 직접적인 열로부터는 보호해야 한다.


로스팅 중 실시간으로 변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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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단위, 1~2도 차이로 맛이 완전히 바뀐다.


커피는 기계가 만드는 게 아니다. 조건이 만든다. 좋은 로스터는 실수를 감각으로 메꾸지 않는다. 조건을 읽고 통제해서 차이를 줄인다. 변수를 아는 것이 곧 향미를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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