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인생의 공통점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다. 어젯밤 또 헤어진 전 연인이 나오는 꿈을 꿨다. 4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감정의 온도는 쉽게 변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여전히 뜬금없이 생각나고, 그리워하고, 꿈에 나타난다. 인생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 기적’이라고 표현할까.
하지만 지금 다시 그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나는 만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그리움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사랑을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이 사랑을 하는 것임을 나이를 먹어갈수록 느끼고 있으니까 말이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올해의 ‘나’는 미세하게 작년과는 달라져 있다. 같은 생김새, 같은 성격, 같은 취향을 지녔지만 아주 조금은 성숙해졌다고 할까. 사전적 의미에서 어른이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나는 몇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슬퍼도 웃을 줄 아는 사람’,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내어줄 수 있는 사람’, ‘인생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반복되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이런 것들이 진짜 어른이지 않을까.
진짜 어른이 되어도 사랑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원하는 대로 쉽게 되는 법이 없고, 매번 서툴고, 과거에 연연하고 후회하며 자책하고, 이별을 두려워하면서 또다시 시작하고 만다. 사랑을 하는 것과 인생을 사는 것은 많이 닮았다. 우리의 계획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고, 실수하고 자책을 반복하지만 조금씩 성장한다. 우리는 여전히 실수 투성이지만, 상처와 실패를 통해 조금씩 익어가고 성숙해진다.
트로트 중에 진성의 사랑과 인생이라는 노래가 있다.
바람인들 내 마음을 알아주겠니
구름인들 내 마음을 알아주겠니
속속들이 말 못 하고 눈물에 젖는
이 심정 누가 알겠니
이럴 땐 누군가와 마주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하고 정도 나누고
서로서로 외로움을 달랬으면 좋으련만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더라. 인생이더라.
정말이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유일한 것은 사랑과 인생사인 것 같다. 어디서 들었는데 삶을 가장 아름답게 사는 방법은 사랑하는 것이라고 한다. 가끔씩은 우리를 힘들고 괴롭게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우리의 인생을 사랑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