퀜치커피 - 서교동
서울 마포구 동교로 12안길 9 1층
키워드: 카푸치노, 원두 소량 판매, 말차 라테
아주 사적인 공간은 만들기 나름이기에 그곳은 나의 민낯이 드러나는 방구석일 수도 있고 또 때로는 사람이 북적거리는 카페의 한 자리일 수도 있다. 나는 최근에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아냈다. 그리고 처음 방문한 날 이곳은 꽤 오랜 시간 사적인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줍은 소녀 같은 얼굴을 한 두 명의 남녀 주인분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 드문 공간을 찾아냈구나.’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이 집의 시그니처라고 알고 있다. 첫맛을 보는 순간 머리를 찌릿 관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진하고 고소하며 우유의 양이 적고 거품이 봉긋 올라와 있는 카푸치노. 플랫화이트의 맛과 비슷하면서도 폼이 공을 들인 테가 났다.
원두와 합도 훌륭했다. 여쭤보니 매번 다른 원두를 선택해서 내리신다고 하는데 그 점 또한 마음에 들었다. 처음 방문했을 때 마셨던 원두는 산미가 독특하면서도 우유와 잘 어울려서 신기했다. 두 번째 방문 시 마셨던 원두는 조금 더 에이징 된 느낌의 강배전 원두였다. 조금 무거운 느낌이 당시 어둑한 날씨와 잘 어울렸다.
바를 개방한 일자형의 테이블은 제조하는 과정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솔직하고 순수하다. 손님의 반응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듣겠다는 주인의 태도로 비치기도 한다. 올곧은 태도로 일하는 사람을 볼 때면 어딘지 모르게 마음속 한구석이 살랑이며 비워져 있던 살점이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 그렇기에 자꾸 퀜치 커피에 가고 싶어 진다. 이러하듯 이 공간에 종종 올 수밖에 없는 아주 사적인 이유를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