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생각보다 긴머리
접은 우산을 꼭 쥐고 곧장 다가온다
이게 뭐지
사실 뭐가 있었나
있었던것 같으면서
없었던것 같다.
우산은
레푸블리카 광장의 회전목마
지칠때쯤
내던지고 싶을때쯤
손톱을 세울때쯤
숨어버리고 싶을때쯤
우산은
잠시
내 푸념을 들어 본다.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푸념
그때도 광장의 회전목마는 이랬다.
낮선거리에서
두려움에 굳어있을때
잠시 주는 평온함
잠시 주는 낭만
또다시
내가 나를 닥달한다
내가 나를 못살게 군다
제자리에 세운다
눈을 가린다
총성을 기다리는 경주마
턱없이 높은곳을 달리라 한다
또다시
출발선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