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살고 일하는 청년들의 에세이, OUR SARM
캐나다 물먹은 상하이 사는 남자와
일본 물먹은 싱가포르 사는 남자의 좌충우돌 외노자 이야기.
Magazine OUR SARM.
인생을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재밌는 것이 인생 아닐까?
호기롭게 시작한 OUR SARM Vol.1 이후 반년 동안의 공백도 역시 예상과 다른 결과였다.
덕지덕지 불어난 욕심이란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단순하게 가기로 했다.
우리는 매달 우리가 타지에서 살며 외노자(외국인 노동자)로써 사는 희로애락을 전해볼까 한다.
에디터 김영빈
외국에 살면서 이점이라 하면, 국내에서 감히 시도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도전해 볼 기회가 종종 생긴다는 것이다. 때론 그 도전이 좋은 취미((趣味)가 되어 삶은 컬러풀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사실 한국에서 평생 같은 동네에서 살아와선지, 항상 동네 친구들과 동네에서만 놀고먹고 즐겼다.
아마 유학을 가지 않았더라면, 평생 동네를 벗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동네 크루들이 편했고, 동네 상권이 편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외국에 나와 보니, 외국도 똑같았다.
그 동네 애들은 그 동네 애들끼리 놀기 마련이다.
생각보다 로컬 무리에 소속되지 못할 때 느끼는 고독함을 달래줄 무언가 필요했다.
어릴 적부터 이상하게 남들이 하지 않는 것들만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 - 프로 마술사가 되기 위해, 백 비둘기까지 사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거리 마술 공연에 간다든가, 고등학교 - 말만으로도 위협적인 '어그레시브 인라인 스케이팅'에 빠져 건물 2층에서 뛰어내리다 앞니를 깨먹기도 했다.
참말로 죽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이상한 취미를 가졌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10년이 넘는 타지 생활을 하면서도, 우울증에 허덕이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취미의 공이 컸다.
하루하루 나이가 먹을수록, 낯을 가리게 되고 예전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에너지가 없게 되곤 한다. 그럼에도 나와 취미가 떡하니 맞는 분들을 만나면 금세 친해지고, 말할 수 없는 우정을 느낀다.
건강한 취미를 가진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생각한다.
취미엔 국경이 없고, 나이도 없다. 그저 함께 즐기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현재 내 취미는 스페셜티 커피, 웨이트 트레이닝, 패션 등으로 나누어진다.
덕분에 말이 안 통하는 중국에 정착할 때도 커피로 맺어진 인연들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운동으로 맺어진 친구들과는 함께 운동하고, 식단을 할 때 어딜 가야 닭가슴살을 싸게 사는지도 도움받았다.
클래식 패션을 좋아하는 친구들과는 해외 어디에서 직구 하면 좋은지, 실력 좋은 수선집을 공유하며 친해졌다. 어찌 보면 한국과 다를 바 없는 일 하고, 먹고, 싸고, 자고 하는 일상이 취미라는 양념을 통해 근사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해외에 살면 무엇보다 가장 서러운 순간은 건강을 위협받았을 때였다.
날 보살펴주는 엄마도 없고, 병원에 간들 로컬들보다 뒤로 밀리기 십상에 돈은 돈대로 깨지기 마련이다.그럴수록 건강한 맘과 몸을 위해 건강한 음식을 몸에 넣어주고, 그만큼 움직이며 운동하여 쌓인 노폐물을 빼내어 주는 운동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건강한 취미라 생각한다.
2018년의 1/2이 지나가고 이제 1/2가 남았다.2018년 하반기 삶의 모토는 건강한 삶(Healthy Life)이다. 흥청망청 내 욕망대로 살아왔던 이십 대에 대한 회개이자, 삼십 대에 대한 도전이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 남들과 밖에서 퇴근 후 맛있는 음식에 한 잔도 못하게 되었고, 그 대신 매일 2시간 운동에 빠져든다. 주말조차 닭가슴살 샐러드를 먹으며 보내야 하고, 좋아하는 바에서 술도 먹지 못하게 되었다만 수도승 같은 이 삶이 나는 재밌고 보람차다.
건강한 취미를 통해 건강한 삶을 가지고 그것을 주변에 나누고 싶은 맘이 있다.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단지 내 삶 하나 보살피면 끝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그 사람이 하는 모든 일과 행동이 다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의미 있는 삶의 정의일 것이다.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며, 그 행동 하나하나를 짊어지고 살아나가야 한다.
내가 만드는 선택 하나하나가 그 누군가에게 나비효과처럼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취미를 가지고, 그것에 몰입하면 분명 즐거운 삶이 펼쳐질 것이라 굳게 믿는다.
취미란 때론 나 홀로 고독(Solitude) 속에서도 진짜 나를 만나게 되는 시간을 주기도 하고,
때론 같은 행복감과 감동을 나눌 친구를 내어주기도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취미를 가지길 권장하고 싶다.
각자만의 취향이 있는 삶은 항상 있는 그대로 아름다우니까.
에디터 고건호
지브리 스튜디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란 애니메이션을 필자는 굉장히 좋아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중학교 때 처음 봤을 땐 아무 생각 없이 캐릭터들의 비주얼 및 화려함 그리고 창의적인 표현들에 대해 단순히 대단하다고 느꼈었다. 대학생 때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대만의 JIU FEN에 일부러 찾아갈 정도였으니 꽤 많이 팬이었던 것 같다.
오늘 오랜만에 일본인 셰어 메이트 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DVD 시디를 발견하여 빌려도 되냐고 물어 본 후 바로 시청했다. 최근에 잦은 출장과 업무로 몸이 정말 힘들었었기에 침대를 벗어나기 싫었던 나로서는 최고의 옵션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여러 번 본 적 있지만, 볼 때마다 느껴지는 부분은 다른 신비로운 작품이다.
*미안하지만 여기서부터는, 독자분들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셨다고 가정한 상태로 글을 쓰겠다.
바로 앞에 높여진 먹을 것에 욕구를 참지 못하고 돈도 내지 않고 먹기 시작하는 부모님, 금을 준다고 하면 낯설거나 더럽거나 상관없이 온 정성을 다하는 온천장에 주인과 직원들. 그런 환경 가운데에 유바바 (온천장의 주인)는 자신의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이름을 갈취하고 새로운 이름을 정해줌으로써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정체성을 파기한다. 치히로(千尋)였던 주인공은 센(千)이 되고、원래는 강물(개천)이었던 코하쿠가와(琥珀川)는 하쿠란 이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잊고 살다가, 서로의 도움(?), 애정으로 본래의 이름을 찾게 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는 그런 내용이다.
해외에 살다 보면 이름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언어마다 한국어 발음을 발음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영어권 / 일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발음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의 대한 대안으로 영어 이름을 만든다거나, 외국인들이 쉽게 발음할 수 있는 이름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때론 상대방을 위한 배려와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본명 사이에서 갈등을 하곤 한다. 왜냐하면 이름은 ‘어디서 내가 왔는지, 자기의 색깔을 보여주는’ 첫인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떄 고건호(高建鎬) 를 영문으로 잘 못 표기하여 KO KUNHO로 적었었다. 영어식으로 발음하면 코쿤호이다. 일본 유학시절에는 ‘건’을 일본인들이 발음 못하기에 외국인 등록증 및 모든 서류에는 고간호(ゴガンホ)로 표기하였었다. 그런데 외국인들에게 간호는 발음도 어렵고 인상적이지도 않았기에 해결책으로 ‘건’의 일본식 발음 Ken을 사용하여 한동안 켄으로 자기소개를 했다. 그 결과 타 한국인들에게 창씨개명을 한 사람처럼 취급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 외국에 나오자마자 너무나 많은 이름을 보여하게 된 나는 순간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게 됐다. 그러자 아예 국가도, 발음도 모든 걸 초월하고 싶어졌던 나는 Gano란 닉네임을 자작하게 된다. 하지만, 싱가포르에 와서 직장 생활은 본명으로 시작하다 보니, 자기 소개를 하는 순간 순간이 고민이다.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이름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알 수 있듯이, 시대의 흐름과 본인의 욕심/욕정만을 좇아 살다 보면 내가 누구인지, 나의 순수성을 까먹고 살 게 된다. 그러나, 내가 누군인지 깊이 알게 될 때 우리는 그 내면 깊숙한 순수성을 회복한다. 이름은 나의 정체성의 기본이 되는 요소이다. 외국에 있다고 해서 단순히 나보다 상대방의 편의만을 생각하여 ‘결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관계가 깊어지면 상대방도 나에 대해서 알려고 할 것이고, 내 이름이 어렵고 쉬운 것을 떠나 나를 존중하려고 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앞으로 나는 회사에서는 본명인 Ko Kunho를 사용하고, 프라이빗 한 공간에서는 Ko Kunho와 Gano를 동시에 소개하고 상대방에게 옵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그러므로서, 나 역시 먼저 나의 정체성을 소개하고, 상대방도 나의 정체성을 이해한 상태로 상대방과 합의하에 호칭을 정한다면 조금 더 평등한 관계로 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짧은 글을 써내는데 반년이 걸렸다.
시작부터 턱없이 많은 욕심을 부린 탓에 수정과 수정을 거쳐 길을 다잡아 갔다.
사실 OUR SARM은 해외에 사는 이들을 위한 해외생활 어렵지 않아요! 라고 말해줄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생활 팁, 비자 받는 법, JOB 찾는 법 등등에 대한 객관적인 매거진 다운 정보를 전달하고 싶었다.
하지만 각자 본업을 집중하면서도,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정보를 다루기란 쉽지 않은 과제였다.
지금의 OUR SARM은 해외에 사는 우리가 그저 순간 순간 느끼는 것에 대해 나누려 한다.
정제되고 객관적인 정보 보단 외국에서 노동하고, 쉬며 느끼는 것들에 대해 가감없이 써보려 한다.
내 무능함과 귀차니즘으로 인해 Vol. 2를 질질 끌었음에도 묵묵히 기다려준 20년 친구이자 에디터, Gano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