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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레이드 걸 Jan 24. 2021

귀여운 여인

(Pretty Woman, 1990)

등장인물

- 에드워드 루이스

기업 인수를 전문으로 하는 백만장자 사업가로 지독한 워커홀릭이다.

가는 곳마다 특실과 특별석만을 고집하며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지만 불우한 어린 시절과 아버지에 대한 증오로 비정하고 냉철하게 성장한 인물.

비비안을 만나면서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되찾아간다.


- 비비안 워드

LA 거리의 매춘부.

가식 없고 솔직하며 예측불가의 통통 튀는 언행이 매력적인 아가씨.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은 면과 성인 여성의 섹시함을 두루 갖췄다.

사람을 쉽게 믿고 사랑에 빠지고 상처 받으면서도 여전히 동화 속의 왕자님을 꿈꾸는 순수함과 본인의 비참한 생활에 좌절하지 않고 타인의 아픔까지 보듬는 성숙함을 모두 지니고 있다.

오랜 거리생활 탓인지 상스러운 말투를 사용하고 늘 어딘가에 걸터앉는 버릇이 있다.


- 필립 스타키

에드워드의 변호사.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탐욕적이고 비열한 인물.


- 버나드 톰슨

에드워드가 묵는 고급 호텔의 매니저이자 비비안의 숨은 조력자.

매사 지나치게 꼼꼼한 성격에 일견 고지식해 보이지만 난처한 상황에 빠진 비비안을 외면하지 않고 도와준다.


- 키트

비비안의 룸메이트이며 집세 낼 돈마저 노느라 탕진하는 철부지.

그러나 오갈 데 없는 비비안을 거두고 진심으로 걱정할 정도로 정이 많다.


 줄거리

나하고 사귈 때 내 비서와 얘기한 적이 더 많았나?”

그럼요, 비서와 친구가 될 정도였죠.”


에드워드는 재정난에 처한 회사를 사들인 뒤 조각내어 파는 것으로 이익을 얻는, 악명 높지만 유능한 기업가다.

지독한 워커홀릭인 탓에 결혼은 진작에 실패했고 지금 만나는 애인과도 불협화음을 내는 중이다. 모스 기업의 인수를 위해 할리우드에 사는 변호사-스타키의 집을 방문한 에드워드는 파티장에서 애인과 전화 통화 중 결별을 통보받는다.

기분이 상해 서둘러 숙소인 호텔로 돌아가려 하지만 주차장에 꽉 묶인 차를 빼지 못해 스타키의 스포츠카를 빌린 에드워드는 그만 길을 잃고 만다.


한편, 해 질 무렵 잠에서 깨 몸단장을 하는 비비안. 경박한 느낌의 화장과 옷차림이 그녀의 직업을 말해준다.

비비안이 자는 동안 집세 낼 돈을 가지고 놀러 나간 철부지 룸메이트-키트 덕분에 집주인을 피하느라 창문을 넘어 비상계단으로 유유히 집을 빠져나가는 솜씨가 능숙한 걸 보니 으레 있는 일인 듯하다.


포주로부터 키트를 데리고 거리로 나온 비비안의 눈에 에드워드의 스포츠카가 들어온다.

다가가자 호텔 위치를 묻는 에드워드에게 길안내의 대가로 당당하게 돈을 요구하는 비비안.

황당하지만 딱히 달리 도움을 구할 곳도 없는 에드워드다.

잔돈이 없다며 지폐를 내밀자 냉큼 낚아채 직접 안내해주겠다며 멋대로 차에 오르는 비비안. 수동기어 조작에 서툰 그를 대신해 운전대를 잡고 고향의 남자애들에게 배웠다며 멋진 코너링까지 선보인다.

거침없이 떠들어대는 비비안에게 묘한 호기심을 느끼는 에드워드.


말하자면 차를 훔친 다음에 부속을 떼어 파는 일 같은 거죠?”

비슷하지만 이 사업은 합법이라는 점이 다르지.”


무사히 호텔에 도착한 에드워드는 왠지 신경 쓰이는 그녀를 붙잡아 자신이 묵는 펜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출장기간 동안의 사업 파트너 역할을 제안한다.

몇 번의 가격 협상이 오가다 드디어 6일 동안 3천 달러라는 큰돈이 낙찰되자 괴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비비안.


전망 좋은 꼭대기 층에 머물면서도 고소공포증 때문에 테라스에 나가지 않는 에드워드와 달리 비비안은 바깥 풍경을 보며 어린애처럼 좋아하고 수영장만큼이나 커다란 욕실에서 거품목욕을 하며 꿈같은 순간을 즐긴다.

빙그레 미소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던 에드워드는 중요한 저녁 약속이 있으니 격식에 맞는 옷을 쇼핑해 오라며 돈을 건넨다.


“2천 달러에도 수락했을 거예요.”

“4천 달러라도 줄 수 있었어.”


비비안은 들뜬 기분으로 비벌리힐스의 로데오 거리로 향하지만 명품 브랜드로 가득 찬 쇼핑가에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으로 어슬렁거리자 모든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돌아본다.

아랑곳 않고 그중 고상해 보이는 옷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비비안.

그러나 점원에게 가격을 묻자 당신이 입을 만한 옷은 없으니 나가 달라며 문전박대를 당한다.


크게 상심하고 풀이 죽어 호텔로 돌아온 비비안은 지배인인 톰슨까지 투숙객이 맞냐며 의심하자 폭발하고 만다.

잠시 후 오해가 풀린 뒤 제대로 된 옷만 갖춰 입으면 아무 문제없을 거라고 말하는 톰슨에게 비비안은 옷을 사려고 했지만 자기에게 팔지 않는다며 엉엉 울어버린다.

그런 그녀의 처지가 안쓰러웠는지 친절을 베푸는 톰슨. 

호텔 협력 의상 파트로 그녀를 보내 멋진 칵테일 드레스를 구입하게 도와주는 것은 물론, 비비안이 그런 곳에서 식사한 적 없다며 SOS를 보내자 테이블 매너를 익히도록 도와준다.


비비안을 데리러 온 에드워드는 몰라보게 달라진 그녀의 아름답고 기품 있는 모습에 입을 다물 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톰슨의 개인교습이 무색하리만치 고급 요리 앞에서 실수 연발인 비비안.

그런 그녀를 다정하게 배려해주는 건 이웃집의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모스 회장이다.

비비안의 귀여운 실수 덕분에 부드러워진 분위기는 사업 얘기로 돌아가자 이내 찬물을 끼얹듯 냉랭해진다.

기업을 인수해 분할 판매할 거라는 에드워드의 말에 모스 회장은 그에게 악담을 퍼붓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평소와 달리 상처 입은 듯한 에드워드의 모습에 마음이 아픈 비비안.


우리 같이 브로콜리가 되는 건 어때요?”


에드워드가 사실은 모스 회장을 존경하고 유서 깊은 그의 회사를 갈기갈기 찢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챈 비비안이 그를 위로하려 하지만 쉽사리 마음이 정돈되지 않는다.

한밤중, 뒷정리 중인 호텔 라운지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며 마음을 달래던 에드워드와 사랑을 나눈 비비안은 점점 더 그에게 빠져든다.


다음날, 비비안이 쇼핑하러 갔다가 냉대를 받은 사실을 알게 된 에드워드가 함께 로데오 거리로 나선다.

그녀가 원하는 모든 걸 사줄 각오로 물량공세를 퍼붓는 에드워드.

비비안은 어제 모욕을 당했던 상점에 들러 자신을 몰라보는 점원에게 너희는 큰 물주를 잃은 거야, 라며 통쾌하게 한방 먹인다.


난 어릴 적에 집짓기 블록을 좋아했어. 무언가 건설하거나 만드는 일 말이야.”


한편 모스가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에드워드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스타키의 전화에 다시 일터로 돌아간 에드워드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지금 하는 일에 대한 회의감을 내비친다. 눈치 빠른 스타키는 에드워드가 평소와는 다른 것을 느끼고 일을 그르칠까 초조해한다.


여러 가지 일들로 상심한 에드워드는 비비안의 품에 안겨 어릴 적 아버지의 외도와 어머니의 죽음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았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위로받는다.

그러나 모스의 해군 군함 건조 계약을 저지하기 위한 상원의원의 만남을 빌미로 찾은 폴로 경기에서 에드워드는 데이비드와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비비안을 보며 질투를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비비안의 신상을 줄곧 의심하던 스타키가 모스 측에서 심은 스파이일수도 있다며 집요하게 추궁해오자 얼결에 그녀는 매춘부일 뿐이라고 말해버리는 에드워드.


스타키에게 정체가 드러난 것을 알게 된 비비안은 에드워드에 대한 실망으로 말다툼을 벌이고 호텔을 떠나겠다고 한다.

그녀가 돈도 내버려 두고 나간 것을 본 에드워드는 솔직하게 사과하고 곁에 머물러 달라고 부탁한다. 그날 밤, 비비안은 자신이 매춘부 일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화해한 두 사람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보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간다.


이탈리아어로 노래한다는 말에 뜻도 모른 채 보게 생겼다고 푸념하던 비비안은 자신의 삶과 꼭 닮은 비올레타의 비극적 사랑에 푹 빠져들어 연신 눈물을 흘리며 감동한다.

에드워드는 매 순간 솔직하고 당당한 그녀를 보며 더욱더 사랑이 깊어짐을 느낀다.

다음날 비비안의 제안으로 회사를 땡땡이친 에드워드.

마치 평범한 연인처럼 거리와 공원을 누비며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는 둘.


이윽고 두 사람은 계약 종료 마지막 밤을 맞이한다. 이대로 비비안을 떠나보내기 싫었던 에드워드는 뉴욕에 아파트와 차를 준비해뒀다며 함께 갈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비비안은 어릴 적 자신을 구해주던 꿈속의 기사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며 거절한다.

 

단 한 번도 당신을 매춘부로 대한 적 없어.”

방금 했는걸요.”


다음날 키트가 비비안을 찾아오고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다.

그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더 이상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어린아이가 아닌 비비안은 어렵사리 찾아온 이 감정이 동화 속에 나오는 영원한 사랑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는 어쩌면 왕자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녀 자신은 공주가 아닌 것이다.


네가 아는 애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잘된 경우가 있어? 이름을 말해봐.”

뭐였지, 그년 이름이? 맞아, 신데렐라!”


에드워드는 계약을 체결하기 전 모스 회장에게 회사를 사들이지 않고 함께 경영을 도와 재건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다.

10억짜리 계약이 물거품이 되자 경악하는 스터키.

이 모든 게 비비안 때문이라는 생각에 분노한 그는 호텔로 달려가 그녀를 모욕하며 강제로 겁탈하려 한다.

일촉즉발의 순간, 에드워드가 나타나 스터키에게 주먹을 날리고 불같이 화를 내며 쫓아버린다.


앞으로 자길 괴롭히는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때려줄 거냐고 묻던 비비안은 이제는 모든 게 달라졌다며 재차 붙잡는 그의 곁을 떠난다.

그러나 에드워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비비안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내내 눈물을 쏟는다.


다음날 뉴욕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친 에드워드의 얼굴에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그런 그에게 호텔 운전수가 비비안을 집까지 에스코트했다는 사실을 귀띔해주는 톰슨.


한편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 중단했던 학업을 마치기 위해 짐을 싸던 비비안은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소리에 창밖을 내다보는데 저 멀리 리무진에 탄 에드워드가 꽃다발을 들고 선루프 밖으로 몸을 내민 채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고 있다.


꼭대기 층에 사는 비비안을 위해 고소공포증으로 덜덜 떨리는 다리를 움직여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만 비비안의 눈에는 마치 탑에 갇힌 공주를 구하러 온 기사와도 같아 보인다.

마침내 그녀를 품에 안고 입 맞추는 에드워드.


우연처럼 만났지만 운명처럼 서로를 구원한 두 사람은 비극으로 막을 내린 오페라와는 달리 비비안이 꿈꾸던 동화 속 왕자와 공주처럼 오래도록 행복하게 사랑할 것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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