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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레이드 걸 Oct 01. 2023

당신이 심연을 들여다볼 때

드라마 ‘괴물’을 참 좋아한다.

장르물은 그다지 즐겨보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본방사수 후 재방삼방 복습은 물론이고 종영 후 대본집부터 예약구매했다.

주변에도 꼭 보라고, 너무 재미있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재미있으니 보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내가 뉴스에서 신문에서 보았던 그 끔찍한 범죄들이 덤덤하게, 건조하게, 채도와 명도가 낮은 화면의 톤과 마찬가지로 어둡게 그려졌다.

흥미롭지만 즐겁게 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범인을 잡아서 안도할 수는 있어도 마냥 통쾌할 수는 없다.

피해자와 유가족이 실재하는 사건에서는 축하파티 따위 벌일 수 없는 일이니까.

해피엔딩ㅡ 행복한 결말이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주연, 조연, 형사, 범죄자, 피해자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명연기 퍼레이드였지만 묘하게 드라마-픽션이라는 느낌이 없었다.

어느 지점에선 흡사 A급 배우가 대거 출연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아마도 범죄자에게 불필요한 서사를 부여하지 않고, 감정선이 과하지 않도록 조절하고 오롯이 ‘범죄’와 ‘수사’에 포커스를 맞추어 극을 이끌어 갔기에 그랬을 테지만.


아무튼 나는 이 묘한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러나 결코 '재미있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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