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을 정말 빡치게, 재밌게, 슬프게 보았고 사이즈가 커짐을 체감한 시즌2는 그보다 2% 아쉽게 감상했다.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등이 연기 차력쇼를 벌이고 특히나 당시에는 몰랐던 구교환 신드롬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뿔싸, 내가 왜 이걸 지금!!!) 충격적인 샤워실 등장씬, 뽀글이 환경호르몬 썰 푸는 씬, 찜질방 동정호소씬은 물론이고 강원도에서 온 5번방의 선물 호랑이 열정, 선수 한호열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구교환의 것이었다.
아무튼 연기에 대한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잠시 배우에 대한 리스펙을 표현하고 싶었다.
러닝타임 말미, 터미널에서 민간인 한호열과 헤어져 버스에 올라 자대로 복귀하던 일병 안준호는 어느 대학가를 지나며 잠시 정차하던 중 창밖으로 한 무리의 발랄한 대학생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한눈에도 큰 키와 덩치의 남학생이 고개를 돌리자 황장수가 있었다.
안준호와 눈이 마주친 황장수의 얼굴은 삽시간에 얼어붙는다.
여기서 잠깐, 나는 양가적 감정이 들었다.
저런 쓰레기 같은 놈도 사회에서는 멀쩡한 척 친구들과 어울리며 지내는구나.
내 주변에도 저런 놈이 있으면 어떡하지? 너무 끔찍한데 어떻게 알아보지?
사람 때리는 게 싫어서 전국구급의 재능이 있었던 무술조차 포기한 비폭력주의자 간디 아니 봉디쌤은 이제 다시는 봉디쌤이 될 수 없다며 절규했는데 저런 놈은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 저렇게 밝게 웃고 있구나.
그래봤자 변하는 건 없다고 자조하듯 내뱉은 조석봉 일병의 말처럼 인과응보, 사필귀정, 권선징악은 어쩌면 네이버 국어사전속에서만 존재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평생 반성은 안 할지언정 자기 자신을 속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언제고 몇 번이든, 순식간에 온몸에 핏기가 가시는 경험을 하며 살겠구나. 저가 있는 곳이 지옥인지도 모른 채 그냥 그렇게 지내겠구나 싶어 조금은 안심했다.
그래, 현실적이지만 너무 슬픈 결말이다... 하는 찰나, 짧은 쿠키 영상이 흘러나왔다.
내무반 생활 중이던 준호를 찾아온 면회객.
오른쪽 뺨의 깊은 흉터로 그날의 악몽을 고스란히 간직한, 다시 뿔테안경을 쓴 석봉이다.
우리는 나중에 애들한테 잘해주자, 준호쿤이라며 포상휴가를 받은 맞후임의 군화를 쥐고 정성스럽게 불광을 내주던 오타쿠 천사선임 석봉도, 한밤중 신병 얼차려를 방해받자 네가 뭘 얼마나 맞았냐며 분통을 터뜨리던 맞고참도 아니다.
나지막이 준호야...라고 아끼던 후임을 부르며 희미하게 미소 짓는 그 얼굴에서 그저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그 앞에 내던져진 가시밭길 인생에 그렇게라도 웃는 시간이, 날들이 조금씩 더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