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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난다 Jun 18. 2018

비옥한 토양의 선물! 예가체프를 만나다.

커피, 이야기가 되다.

‘딸기, 자두, 복숭아, 체리, 망고, 파파야’


예가체프(Yirgacheffe) 하면 떠오르는 커핑 용어들이다. 매장에서 가장 판매량이 많은 원두가 예가체프인데 핸드드립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이게 커피라고?’ 하는 놀라움을 선사하는 커피이기도 하다. 필자도 처음 커피를 공부할 때 예가체프의 향미에 놀라 주변 지인들에게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에티오피아는 남부의 예가체프(Yirgacheffe)와 시다모(Sidamo), 북부의 하라(Harar), 서부의 리무(Limmu), 짐마(Jimma), 테피(Tepi) 등에서 커피가 생산되는데 다른 나라의 커피에 비해 특히 ‘과일의 향미가 풍부한 커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고가에 거래되는 중남미의 COE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과일 향미는 훨씬 풍부한 에티오피아 커피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의 이목이 집중되다 보니 에티오피아 커피를 거래하는 ECX(에티오피아 선물거래소, Ethiopia Commodity Exchange)의 선거가 미국 대통령 선거보다 치열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예가체프 지역의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생산되는 커피 중에서도 가장 향미가 뛰어난 커피로 뽑힌다. 물론 에티오피아 주변의 시다모 지역에서도 과일 향미가 풍부한 우수한 품질의 커피가 많이 생산되고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예가체프는 에티오피아 커피의 대명사로 인식되어 있다. 아리차, 이디도, 코케, 콩가, 코체레, 두메르소, 첼바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예가체프 커피가 유통되는데 이들은 재배하는 지역, 농장 혹은 생두를 가공하는 밀(mill)의 이름을 딴 것이다.

에티오피아와 인접한 케냐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커피가 워시드 가공방식(Washed processing)인데 반해 예가체프는 내추럴, 워시드, 허니 프로세싱 등 다양한 가공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예가체프 워시드에 비해 내추럴의 과일 향미가 훨씬 강하고 풍부하다. 그 차이는 생두에서도 나타나는데 내추럴 예가체프는 생두에서부터 달달하고 향기로운 과일의 발효취가 뿜어져 나온다.

농장이나 가공방식, 등급에 따라 향미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힘들지만 풍부한 과일의 향미를 좋아한다면 내추럴 방식의 예가체프를 선택하면 된다. 앞서 언급했지만 새콤달콤한 딸기, 체리, 자두, 살구의 향미를 커피잔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처음 예가체프를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신비로운 경험으로 남는다. 과하게 발효가 된 내추럴 예가체프에서는 잭프룻, 두리안 등과 같은 과일의 향미가 나기도 한다.

민감한 소비자의 경우 내추럴 방식으로 가공된 예가체프에서 청국장이나 짜장면의 춘장, 태양초 고추장 등의 뉘앙스를 느끼기도 하는데 이런 향미가 싫다면 워시드 방식으로 가공된 예가체프를 선택하면 된다. 워시드 방식으로 가공한 예가체프는 내추럴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재스민, 라벤더와 같은 꽃향기, 애플민트, 로즈힙과 같은 허의 향미가 뛰어나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달달한 고구마의 향미를 워시드 예가체프에서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와 유사한 풍미를 잘 가공된 예가체프 워시드 커피에서 자주 경험한다.

예가체프는 과일의 신맛(Acidity)을 살리기 위해 약하게 로스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생두가 제대로 익지 않은 상태로 배출하여 식초와 같은 아린 신맛이나 덜 익은 콩 비린내가 나는 경우가 있다.


“예가체프는 신맛이 너무 강해서 싫어요.”


아마도 이렇게 말하는 손님들은 너무 약하게 로스팅이 된 예가체프를 마신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가체프만 신맛이 강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커피가 너무 약하게 로스팅을 하면 불편한 신맛이 난다.

필자의 경우 예가체프는 1차 크랙이 끝나는 지점까지 로스팅을 한다. 로스팅 머신마다 약간씩 다르겠지만 212℃정도에서 배출을 하는데 1차 크랙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시점이다. 로스팅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1~12분으로 이렇게 로스팅을 해서 손님들에게 커피를 내면 생각했던 것보다 신맛이 강하지 않아서 좋다는 표현을 한다. 마시기에 부담 없는 과일의 신맛을 추구하는 것이 예가체프 로스팅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물론 2차 크랙이 종료되는 지점까지 강 볶음을 해도 예가체프 특유의 과일 향미가 진한 쓴맛과 함께 은은하게 표현되어 좋다.




*에얼룸(Heirloom) : 에티오피아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대부분 산과 들에 자생하고 있는 커피나무의 열매(원종, Heirloom)를 그대로 채취하여 가공한다. 이에 반해 케냐,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과 중남미, 아시아의 농장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개량된 품종(버번, 티피카, SL 등)을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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