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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난다 Nov 26. 2019

로스터리 카페 창업? 가맹점에 관심을

커피, 이야기가 되다.

영업을 마칠 즈음 젊은 남성 두 명이 카페를 방문했다. 처음 보는 손님들이었는데 별 것 없는 매장 안을 유심히 둘러보고, 일반 소비자들과는 다른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아마도 이들이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예감은 정확히 맞았다. 그들은 내가 로스팅 한 원두를 사용하는 음식점 사장의 후배였다.  선배가 운영하는 음식점에 자신들이 로스팅 한 원두 샘플을 들고 갔다가 이미 커피를 납품하고 있는 업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 위치임에도 그들은 굳이 나를 찾아왔고 나는 아무 스스럼없이 그들을 만났다.


둘은 대학 동기였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동업자였다. 로스터리 카페를 오픈한 지 1년쯤 되었는데 리플릿을 보니 원두 납품 영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들은 창업 7년째에 접어든 원두 판매점 경력자의 이야기에 많은 부분 공감했다. 나는 그동안 했던 일들을 있는 그대로 소개했고 나보다 나은 방법을 찾아 더 노력하고 도전해보라는 조언을 했다.


로스터리 카페의 경험담이라고 해봐야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스마트 폰을 켜면 당일 로스팅, 당일 발송하는 원두 1kg을 10,000원에 주문할 수 있고, 대형 마트에는 유명 브랜드의 원두가 매장 가득 진열되어 있는데 소비자들이 굳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 가며 동네의 작은 로스터리에서 원두를 사겠는가?


로스터들은 남다른 자신만의 철학으로 로스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 로스팅 공장에서 마구 볶아 대는 원두와 비교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물론 다르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차이라는 것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다는 말만큼 멍 때리는 말이라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고객들이 알아줄 것이고 그때가 되면 비로소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 사업이 아닌 배고픈 예술가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말로 들린다. 굳이 네 자로 줄여서 말하면 ‘정신승리’라고 하면 되겠다.


『디퍼런트, 문영미, 살림Biz, 2011.』

무려 2011년에 출간된 이 책에 이종적 동종(Heterogeneous homogeneity)이라는 말이 나온다. 저자는 마트 진열대에 잔뜩 쌓인 제품들을 예로 들면서 기업들이 독창적인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마트의 생필품 코너에는 라면, 과자, 비누, 신발, 휴지 등 온갖 종류의 브랜드가 넘쳐난다. 제품들은 저마다 타 브랜드와의 차이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고르기 귀찮고, 결정 장애만 더 심해진다며 불평한다. 어지간히 획기적이거나 창의적인 제품이 아니면 눈길 한 번 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소비자들은 믿을만한 기업의 익숙한 제품이나 이벤트가 한창인 신제품, 아주 저렴한 제품에만 관심이 있다. 유행에 뒤처지거나 눈에 띄지 않는 제품은 안타깝지만 그걸로 끝이다. 로스터리 카페라고 크게 다르겠는가? 카페라는 업종은 치킨, 미용실, 편의점과 더불어 대표적인 자영업자의 전쟁터이고 블랙홀인데 말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보면 로스터리 카페를 창업하는 사람들도 “나름대로의 계획”은 있다. 동네의 작은 로스터리에서 볶는 커피는 유명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커피에 비해 확실히 신선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싱글 오리진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고객에게 친절하게 안내할 만큼 전문성도 갖추고 있다. 커피를 좀 아는 소비자들은 그 가치를 분명히 느낄 것이고 단골손님은 점점 늘어갈 것만 같다.


하지만 판매하는 상품만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매장 인테리어, 서비스의 품질, 브랜드 인지도 등 변수는 너무도 많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원두를 구입한 후 가정이나 직장에서 정성 들여 커피를 추출해서 마시는 소비자층이 습자지처럼 얇다는 것이다. 그런 소양을 가진 소비자가 넘쳐난다면 전국에 있는 수 천 개의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이미 빛나는 로스팅 머신이 모두 설치되어 있었을 것이다.


최근 커피 교양 강의 준비를 하는 동안 찾아본 통계자료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2018년 원두 수입량 세계 6위

2018년 1인당 커피 소비량 353잔

통계(현대경제연구원)에서 보듯 우리나라 커피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품목별 커피 소비량(2017년 관세청)을 살펴보면,

아직도 커피믹스와 인스턴트커피, 캔 커피의 소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원두커피 소비자 중에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는 비율이 대부분일 것이다.


아래는 전 세계 국가별 1인당 원두 소비량(Euromonitor)이다.

1. 핀란드 9.6kg

2. 노르웨이 7.2kg

3. 네덜란드 6.7kg

4. 슬로베니아 6.1kg

5. 오스트리아 5.5kg

6. 세르비아 5.4kg

7. 덴마크 5.3 kg

8. 독일 5.2kg

9. 벨기에 4.9 kg

10. 브라질 4.8kg


대한민국이 Top10에 안 보이는 게 이상하다. 어디쯤 있을까?

24. 헝가리 3.1kg

25. 스페인 3kg

26. 대한민국 2.6kg

27. 알제리 2.6kg


국가별 소비량, 품목별 소비량, 1인당 소비량 통계에서 보듯 대한민국은 커피 소비 규모에 비해 커피 문화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인식의 부족이란 커피를 많이 마시기는 하는데 잘 챙겨 먹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소비자들이 같은 비용으로 더 신선하고 향미가 풍부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정말 얄미울 정도로 똑똑하고 현명한 집단이라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에 딱 맞는 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커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음료이고, 팍팍한 우리들의 삶을 아낌없이 위로해 주는 자연이 준 고마운 선물이다. 핸드드립 커피를 즐겨 마시는 소비자는 카페에서 커피 대신 다른 음료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출근할 때나 외출할 때 보온병 가득 커피를 추출해서 나가야 든든하다. 이처럼 커피라는 세계에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로스터리 카페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매주 혹은 격주로 원두를 사러 오는 단골들이라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나와 같은 1인 로스터리 카페 오너들이 힘을 내기를 바라며 쓴 이 글의 제목에 가맹점이라는 말을 넣었다. 가맹점을 열었다가 본사가 꽂아 놓은 빨대에 고생하는 자영업자들이 한 둘이 아닌데 가맹점이라니 고개를 갸우뚱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가맹점이란 우리가 흔히 아는 가맹점이 아니다. 집 가(家), 가맹점(家盟店)이다.


나는 카페를 방문한 동업자 친구들에게 납품보다 가맹점(家盟店)을 늘리는데 집중하라고 권했다. 물론, 나도 늘 그 고민을 하며 살고 있다. 앞서 제시한 통계에서 보듯 로스터리 카페 운영자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커피 사회는 아직 멀어도 한참 멀었다. 냉담한 소비자들이 커피를 직접 추출해서 즐기는 일련의 과정에 매력을 느껴야만 집집마다 핸드밀로 원두를 가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소규모 로스터리 카페의 커피는 향미의 측면에서 보면 전체 소비자들의 인식에 비해 너무 앞서가 있다. 마라톤을 100m 달리기처럼 뛰다가 쓰러지고 마는 참가자와 같아 보인다. 우리는 전문 마라토너가 아니다. 함께 뛰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며 천천히 달려야 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로스터의 바램처럼 단번에 커피 스페셜리스트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빨리 깨우치길 바란다. 부끄럽게도 나는 이 사실을 깨닫는데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글재주가 있으면 글을 쓰고, 말하는 재주가 있으면 강연을 하고, 외향적인 성격이라면 이른 아침 출근길에 드립포트를 손에 들고 소비자들을 만나자. 힘이 들고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맹점(家盟店)을 하나씩 늘려 가는 것이 오래오래 즐겁게 커피를 볶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 공감한다면 지금 당장 카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이제 커피에 냉담한 사람들을 만나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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