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이야기, '연필'

인연이 피어 향기로운 공간

by 스준

緣 (인연 연) 苾 (향기로울 필)

인연이 피어 향기로운 공간을 이룬다는 이름이

참 인상 깊고 가슴에 와닿는 단어다.


카페를 찾아다니다 보면

크고 개방감 있는 공간도 좋지만,

고즈넉한 동네에 자리한 작은 카페에 마음이 끌릴 때가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주위와 어우러져 조용히 숨 쉬는 그런 곳. 그런 카페가 요즘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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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테이블의 모습 (좌) / 바 테이블에서 드립을 내리고 있는 바리스타님 (우)


하얀 건물과 달리 내부는 어둡고 묵직한 느낌이다.

어두운 우드톤으로 이루어진 큰 바, 가장자리에 놓인 몇 개의 테이블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다.


“자리에 앉아 계시면 주문 도와드릴게요.”


사진 5.png 주문을 하는 종이와 연필


테이블 위에는 메뉴가 적힌 종이와 연필이 놓인다.

연필로 주문할 메뉴를 적어내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연필을 잡고 무언가를 적어본 게 언제였던가.


카페 이름과 동일한 ‘연필’.

같은 이름이지만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고 보이니 묘한 느낌이 든다.


사진 7.png 따뜻한 콜롬비아 드립


오늘은 ‘콜롬비아 케브라디타스 티피카’ 원두로 커피를 주문했다.

라즈베리와 사탕의 테이스팅 노트가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잔을 들자 붉은 베리류의 은은한 향이 퍼졌다.

무겁지는 않지만 시럽과 비슷하게 살짝 끈적이는 질감이 느껴졌지만

사탕처럼 단맛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테이스팅 노트에 적힌 모든 맛을 찾아내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그중 하나라도 긍정적으로 느껴진다면

충분히 만족스럽고 좋은 경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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