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로컬의 언어

by 소보로

원래 골목은 집과 집으로 이어진 좁은 길을 의미했다. 사전을 뒤져보니 골(깊은 곳)과 목(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좁은 곳)이 결합한 단어라고 한다. 18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난다고 하니 무려 300년의 역사가 담긴 말이다. 다시 말해 골목은 근세적 도시의 흔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골목이 20세기 산업사회에 들어서며 도시의 인구집중으로 개발을 해야 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단독주택으로 이루어졌던 골목길이라는 수평 공간이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공동주택으로 재편되면서 수직 공간으로 대체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골목이 사라졌고 일부 골목촌은 슬럼화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가 말하는 골목은 반드시 단독주택으로 이루어진 원형의 골목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면도로를 끼고 연립주택이나 상가주택으로 형성된 동네까지를 아우른다. 자영업자가 증가하고 이른바 핫플레이스가 뜨다보니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났고 상인들은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SNS의 발달로 목이 좋지 않은 장소라도 실력이나 개성이 있다면 얼마든지 상점으로서 승부를 내 볼 만 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특히 밀레니얼 소상인들은 골목에 주목했다. 덕분에 한번도 주목 받아 본 적이 없었던 동네가 새로운 명소가 되면서 다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말이 일반화하기 전에는 이러한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동네에 화장품가게와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서는지를 보라는 말이었다. 골목 상권 임대료 상승의 전조현상이란 것이다. 그 동네 상권을 개척한 초기 상인들 중 눈치 빠른 사람들은 권리금을 챙겨 그곳을 빠져나가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상인들은 큰 낭패를 보기도 했다. 이러한 그룹 중 일부가 아예 로컬로 터전을 옮기기도 했는데 쇠락해가는 지역에 활력을 되찾게 해주기도 하지만 전국에 ‘~리단길’이 생기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때는 30%를 넘으면서 OECD 국가 중 1위를 하기도 했지만 2018년 기준으로 25.4%를 찍으면서 다소 줄어든 상태다. 주목할 점은 자영업자 중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과반을 넘는다는 사실이다. 경신원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 소장은 IMF 외환위기 시절 자영업자가 급격하게 증가했듯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은 밀레니얼 세대 또한 생존을 위해 자영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골목은 집이 사람들에게 만들어준 길이다. 아울러 삶의 흔적이 담기는 거대한 기억장치이자 마을의 나이테이다. 이러한 골목이 자본의 논리로 난개발 되기 시작하면 건물주는 지가 상승으로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동네를 터전으로 오랜 삶을 살아왔던 임대 주민과 상인이 떠날 수밖에 없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동네 커뮤니티는 공허해지고 골목은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동네 주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골목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이 타지의 사람을 골목으로 불러 모으는 일보다 중요하다. “왜 우리 동네는 힙한 카페가 없지?”하면서 경리단길로 갈 게 아니라 먼저 우리 동네를 먼저 탐색해보자. 어쩌면 작지만 멋진 커피집이 골목 한 구석에 수줍게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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