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주년입니다. 그동안 계속해왔던 리필을 중단합니다” 2021년 10월 10일의 안내문입니다. “Refill your happy, 당신의 행복을 리필해 드립니다” 그렇게 시작했습니다만.
커피집이 당신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커피를 한 잔 더 제공하는 일이라 생각해서 리필을 시작했습니다. 몇 잔이든 더 마시고 싶은 커피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단지 그랬습니다. 그렇게 18년을 계속했습니다. 다른 가게들이 모두 그만둔 일이었습니다.
처음의 마음을 멈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마음을 계속 지키고 싶었습니다. 손님이 많아지고 일이 밀려도 계속했습니다. 때때로 손님들이 주문한 리필을 마시지도 않고 그대로 남기거나, 주문한 커피가 도착하자마자 리필을 주문해 텀블러에 담아 가거나, 세 사람이 와서 두잔을 시키고 리필을 시켜 다른 한 사람이 마시고 가면 상처를 받았습니다만,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당신이 리필 때문에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압니다. 좋은 공간은 잊혀지지 않는 법이니까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실은 당연하지 않기도 합니다. 오래된 가게는 무언가를 바꾸는 일이 어렵습니다. 10년, 15년된 단골들도 있어서, 지속해 오던 일에 대한 손님의 기대가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메뉴들을 신선하게 소진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맛의 유지를 위해 메뉴에서 삭제합니다. 팥빙수도 그랬고 빠니니, 아이리쉬, 요거트가 그렇습니다. 모두 하나 하나 맛있는 메뉴입니다만 중단합니다. 단골 손님들은 어김없이 자꾸만 사라진 메뉴를 찾습니다. 죄송할 따름입니다만 중단해야 합니다. 개봉한 술의 향이 날아가고, 만들어 둔 팥이나 요거트가 최적의 시간에 소비되지 않으면, 그 메뉴를 그만합니다.
긴 시간 동안 하나의 공간에서 무엇을 추구했으며 이루었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마음을 담은 맛있는 커피 한잔, 편안한 공간, 따뜻한 환대’ 어쩌면 그게 전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허전한 마음을 채울 한잔의 커피로 고독을 보듬어 줄 온정어린 지구 정거장에서 새 힘을 채워, 당신이 어디로든 여행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아무튼 그랬습니다만,
“리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손님의 한 마디로 충분합니다. 18년의 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