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리릭 휘리릭 얼마나 맛나게요
꽤 많은 바퀴를 돌리고 난 후에야 내 예술혼은 멈췄다. 마무리로 초코칩을 살살 올려준 다음 뚜껑을 닫으면 완성... 할 수 없었다. 뚜껑이 닫히지 않을 정도의 높이였다.
혹시 가져가시는 거라면 휘핑을 조금 덜어드리고 뚜껑을 덮어드릴까요? 하고 묻는 내 말에 진동벨을 들고 온 앳된 손님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와, 아녜요. 먹고 갈 거예요! 와 진짜 감사합니다.
손님의 만족스러운 반응에 나는 엄마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 손님이 다시 말을 걸었다.
저... 혹시 조금만 더 올려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속으로 짐짓 놀랐다. 나보다 더한 사람인 걸? 하는 생각에 감탄이 나오면서도 서비스 너무 많이 줬다고 사장님이 알면 뭐라 하겠는걸? 하는 현실적인 고민에 잠시 멈칫하고 있었는데 앳된 손님이 멋쩍은 듯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에요. 이것도 많이 주신 건데 제가 죄송해요.
주세요 주세요! 나는 황급히 음료를 다시 받아 들었다. 이렇게 착하게 말하는 손님이면 뭐라도 더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지. 음료를 드린 후에, '다음번엔 이만큼 드리는 게 어려울 수 있다.'고만 고지해주면 손님도 오늘만이구나 하고 인지하시겠지. 나는 묵직하게 올려진 크림 탑 앞에서 비장하게 휘핑기를 흔들었다. 각도와 돌리는 크기를 잘 계산하지 않으면 이 공든 탑은 와르르 무너질 터. 크림에 진심인 손님의 기대감을 망가뜨리고 싶진 않았다. 침을 꼴깍 삼키며 휘핑기의 방아쇠를 당기자 푸슈슉- 소리와 함께 크림의 정수리가 포옹하고 탄생하려 했다. 그때,
혹시 뚜껑에다 해주시면... 어떨까요?
내가 어머, 좋은 생각이네요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자 앳된 손님이 헤헤하며 웃었다. 나는 뚜껑 위에 안전하게 휘핑을 짜면서 물었다. 저도 크림을 좋아하는데, 손님도 크림을 진짜 좋아하시나 봐요?
아... 오늘은 달달한 걸 막 퍼 먹고 싶은 날이라... 스트레스받아가지고...
그러고 보니 손님이 주문한 음료도 초코칩을 넣고 갈아 만든 음료였다. 단거 위에 단거라. 아주 좋은 선택이다. 와, 많이 힘드셨나 봐요 하는 나의 말에 앳된 손님이 한숨을 포옥 내쉬더니 맞아요. 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완성된 휘핑 탑과 수저를 함께 건네자 손님은 앳된 표정으로 까르르 웃으며 연신 고개를 숙이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가 자리 잡은 테이블 위에는 노트북과 두꺼운 책, 그리고 자기 몸보다도 크고 무거운 가방이 놓여 있었다. 앳된 손님은 핸드폰으로 음료 사진을 잠시 찍는가 싶더니 곧이어 휘핑을 수저에 가득 떠서 한입 베어 물었다. 양 주먹을 꽉 쥐며 눈을 질끈 감은 손님의 표정으로 미루어 보건대 잠시나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크림의 파도에서 마음껏 뛰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순간만큼은 그의 휴식이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설거지를 잠시 미루기로 했다.
모두가 살면서 수많은 스트레스와 마주하는데 때로는 그게 허용범위를 훌쩍 넘을 때가 있다. 받아야 할 양보다도 더 많이 받아버린 그 끔찍한 걸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풀며 살아가는지 궁금하다. 아무쪼록 세상 모든 사람들이 추추추추추추추가한 크림만큼 당분간은 스트레스 따위 없는 환상적인 날들이 펼쳐지길 진심으로 바라본다.